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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T-북톡] 어떤 평등주의자도 피할 수 없는, '선량한 차별주의'를 논하다
[한강T-북톡] 어떤 평등주의자도 피할 수 없는, '선량한 차별주의'를 논하다
  • 이설아 기자
  • 승인 2019.09.07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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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마음만으로는 불가능한 평등 이룩...
김지혜 교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19)'

* 한강T-북톡 코너는 우리 사회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도서를 선정해 기자가 이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코너는 서울시 시민 독서모임 '선진통섭리딩협회'와 함께합니다.

[한강타임즈 이설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가부를 놓고 전국이 떠들석한 가운데 성소수자들과 인권운동가들 또한 논란에 가세했다. 조국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영외에서의 동성애 처벌은 과하지만, 군대 내 동성애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평소 진보적 시각을 강조하며 성소수자들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보여왔던 조국 후보자였기에 이들의 충격은 강했다. 그들은 조국 후보자에 대한 비판에 나서며, 조 후보가 '동성 성교'와 '동성애' 자체를 구분하지 않고 혼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성애자들 또한 서로 연애하고 사랑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관계를 맺는 것이 아닌데, 마치 동성애자들은 성관계로만 사랑하듯 표현했다는 것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책 (사진=선진통섭리딩협회 제공)
'선량한 차별주의자' 책 (사진=선진통섭리딩협회 제공)

앞서 언급한 대로 조국 후보자는 그동안 지속해 성소수자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보여왔다. 조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개인 고유의 정체성인) 동성애는 법적으로 허용하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단언한 것도 그 우호적 표현의 일환이다. 그런데 왜 조국 후보자는 현재 성소수자들에게 '차별주의자'로 분류됐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어쩌면 우리는 도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7월 출간되자마자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김지혜 교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19)'는 선량한 마음만으로 평등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우리가 제아무리 선량한 마음으로 사회에서 살아간다 할지라도, 사람마다 가진 조건이 다르기에 편향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어떤 사람이든 일상적인 부분들에서 자신의 특권을 보지 못하고 차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책의 요지다. 그러한 예시들로 저자는 자신의 일화를 소개한다. 오랜 기간 장애 인권 활동을 해왔던 자신이 행사에서 '결정장애'라는 말을 써 다른 참가자로부터 '해당 단어는 장애를 희화화하는 것'이라는 지적받았는데, 처음 '이게 무슨 차별인가….'하는 거부감이 들었단 것이다. 자신의 말과 생각이 사실 차별에서 비롯됐음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주제로 한 독서 모임에 참석한 김영민(34)씨는 "책이 우리 사회의 문제 포인트를 잘 잡았다"고 말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차별 문제들이 누군가의 의도로 발생하기보다,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함축해 '선량한 차별주의'라는 적절한 명칭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차별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익숙한 내용들이다. 본인이 차별 문제를 개선하려는 사람들만 결국 책을 사볼텐데 그렇다기엔 전문성이 다소 얕고, 전혀 (차별 문제를) 모르는 사람들을 설득하기엔 논리가 중간중간 비약되는 바 있어 아쉽다"고 책을 평가했다.

해당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아마 '특권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일 테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혜택을 받지 않았더라도 남이 누리지 못한 것들을 누린다는 것, 그 자체가 우리의 시야를 더 좁게 만드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해당 책의 아쉬운 점을 극복하기 위해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생각연구소, 2012) △말이 칼이 될 때(어크로스, 2018)를 함께 보아도 좋을 것이다. 전자는 우리가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빈민들이 어떠한 사고로 판단을 내리는지, 후자는 혐오와 혐오표현의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다시 조국 후보자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성소수자 발언 문제 외에도 조국 후보자는 여태까지 많은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현재까지 조국 후보자 자신에게 명백한 불법행위 사실이 보이지 않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조국 후보자에게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조 후보자 스스로의 말처럼 그가 "특혜와 특권을 누렸지만 성찰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특권은 공기 같은 것이다. 조 후보의 딸 또한 인맥을 통해 다른 교수들을 소개받는 게 다른 사람들에 대한 차별일 줄 미처 몰랐을 것이다. 그것을 의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처럼 우리가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신문을 읽고 누군가를 비판할 수 있을 정도로 학식을 쌓는 것도 사회 시스템에서 배제된 누군가에 대한 차별일 수 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그렇게 성찰이 특정 누군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것임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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