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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처칠, 끝없는 투쟁
[신간] 처칠, 끝없는 투쟁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9.09.18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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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1940년과 1941년 처칠이 없었다면 히틀러는 아마 유럽 통일을 이뤘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몇몇 역사학자들은 히틀러가 러시아를 식민지로 만들고 구세계의 정상에서 대영제국과 동맹을 맺고, 소망대로 미국에 맞섰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가정하기도 한다. 어쨌든 그러나, 처칠이 그 시대에 있었다.

처칠 덕분에 영국은 1940년 결정적인 순가에 히틀러의 돌파를 방해했다. 영국은 당시에 모든 걸 걸었다. 그 덕에 전쟁에서 이겼다. 그러나 그 후유증으로 대영제국의 영광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알다시피 처칠 덕분에 독일이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가 유럽의 패권을 장악했다. 

근본적으로 처칠은 히틀러를 싫어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본래, 처칠은 성격이 좀 이상하긴 해도, 본래 파괴적이거나 잔인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가 히틀러에게 퍼붓는 어조는 강도가 남달랐다. 정치적 수사가 없진 않겠지만 처칠이 히틀러에게 ‘이 사악한 인간, 증오의 화신, 영혼의 암세포 부화기, 질투와 치욕 사이 기형아’라는 시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을 했던 것은 확실하게 처칠이 히틀러를 싫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것은 세계를 지키겠다는 열망이 더해진 개인적인 미움이었다. 타고난 대귀족이 벼락 출세자에 대해 갖는 혐오감, 기사도를 지난 매우 인간적인 사람이 천박하고 잔인한 사내에 대해 갖는 역겨움이었다. 처칠은 기질 자체가 싸움을 좋아하긴 했지만, 매우 인간적이었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전쟁 초기에 있었던 히틀러에 대한 처칠의 반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라졌다. 처칠이 공개적으로 히틀러에 대해 말하는 톤은 약해졌고, 승리를 한 1945년에 처칠은 더는 히틀러에 대해서 언급조차하지 않았다. 히틀러는 이제 그의 관심이 아니었다. 

이 지점에서 처칠의 명예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처칠은 정치가로서의 명예욕이 강한 인물이었다. 이 책의 저자 제바스티안 하프너는 처칠의 명예욕에 대해 이렇게 진단한다.

“처칠을 몰아간 것은 반파시즘도 개인적 증오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애국심도 물론 아니었다. 그런 애국심이라면 영국의 이익과 영국의 생존을 그토록 무자비하게 다루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를 몰아간 것은 명예욕이었다. 그것도 이중의 명예욕. 정치인으로서의 명예욕과 처칠 개인의 명예욕이었다.” (p218)

치욕을 당하느니 죽더라도 싸우겠다는 게 그 명예욕의 근간이라는 이야기이다. 결과는 ‘승리’였지만 그 동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이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2차 세계 대전의 연합군 승리는 ‘대의’라는 기치를 내걸긴 했으나 결국 우두머리 정치인의 개인적인 명예욕에서 발현됐다는 진단은 흥미롭다. 하지만 설득력이 있다. 처칠의 공적은 분명 위대하지만, 영국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모든 것을 희생하고 버리다시피 해가며 전쟁을 했다는 점에서이다.

하프너는 처칠의 삶이 ‘투쟁’으로 얼룩져 있다고 말한다. 기나긴 투쟁 중에서 가장 격렬하고 빛나는 장면은 두말 할 필요 없이 히틀러와의 대결로, 이 책의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책의 가운데를 처칠의 비범함이 차지하고 있다면, 처음과 끝은 기이할 정도로 미약한, 그러나 여전히 ‘투쟁’하는 인간 처칠이 자리하고 있다.

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 / 돌베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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