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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불평등의 세대
[신간] 불평등의 세대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9.09.24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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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최근 한국 사회의 화두는 ‘불평등’이다. 못살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불평등하기 때문에 화가 난다는 이유에서이다. 불평등의 문제를 세계적인 경제의 축소 사항, 즉 더 이상 경제 성장이 비약적으로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한정적인 자원을 가지고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수축사회’에서 원인을 찾는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도 많지만, 이 책의 주장은 한국 사회의 현실에 좀 더 와 닿는다.

그 원인은 ‘386 세대’에 있다는 주장이다. 386세대는 1960년대 출신으로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세대를 지칭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386세대가 이끌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386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로서 머릿수가 많다. 비율이 많다는 것은 결정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거기에 권력이라는 속성이 얹혀 지면 엄청난 힘을 갖게 된다.

소위 386 세대 네트워크는 ‘평등 주의’ 혹은 ‘분배 정의’라는 깃발 아래 모여 20대 초부터 선후배 및 동년배 간 지하 이념 서클, 문화 서클, 학생회, 동아리, 동문회 등 조직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었기 때문에 그 이전 세대와 그 이후 세대와 비견해볼 때 어떤 세대보다 응집성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이 세대는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가 결합돼 있기도 하다.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의 등장과 함께 한국 사회의 고용 형태는 ‘신분적 위계화’가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불평등이 더 심화되었다는 분석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386세대와 함께 그들의 리더들을 따라 30여 년에 이르는 민주화 여정을 거쳤음에도, 우리의 아이들과 청년들은 더 끔찍한 입시 지옥과 취업 전쟁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고 있는가? 왜 민주주의는 공고화되었는데, 우리 사회의 위계 구조는 더 ‘잔인한 계층화와 착취의 기제’들을 발달시켜 왔는가? 왜 여성들은 여전히 입직과 승진, 임금에서 차별을 받는가?”(p79)

답은 386 세대의 자리 독점에서 기인한다.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1960년대 출생 세대는 100대 기업 이사진의 9%에 불과했다. 하지만 다음 10년이 지나면서 이 세대의 비율은 60%로 늘어난다. 한 세대가 권력을 독점하면 그만큼 밀려난 세대가 생기가 마련이다. 이 역시 데이터로 산출된다. 386세대의 바로 다음 세대인 1970~1974년 출생 세대는 2000년대 후반 0.3%로 진입해 10년 후인 오늘날 386세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4%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10년이지만, 엄청난 차이다. 자리가 독점이 되었기 때문에 밑에 세대들의 승진이 적체돼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희생자는 청년과 여성이다. 2010년대의 현 청년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구조적 불경기 아래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수축돼 가는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출산으로 경쟁이 줄어감에도 청년 세대의 체감 경쟁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으며, 저자는 이 문제를 이렇게 묘사한다.
“386세대의 상층 그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쌓은 성벽 아래에 그들의 자식들이 스펙 경쟁을 하며 필사적으로 기어오르는 형국이다. 세대론과 계급론이 겹쳐지는 순간이다.” (p22)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먼저 청년 세대의 일자리와 관련해 ‘임금 피크제’를 받아들이자는 제안이다. 저자를 포함한 20%의 대기업, 공공 부문, 전문직에 해당하는 상층 정규직은 임금 상승을 포기하는 것을 넘어 임금의 일부분을 청년 고용을 위해 내어놓고, 그 포기분만큼 고용이 이루어지도록 ‘신규고용협약’을 맺자는 것이다. ‘희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국가는 공무원의 연금 혜택을 줄이고, 임금 피크제를 통해 절약한 임금을 합쳐 청년 세대 신규 공무원 임용에 사용하자는 제안도 곁들였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장은 386세대가 정치권력을 비롯해 시장권력 또한 장악했음을 보여준다. 3장과 4장에서는 386세대의 부모 세대(산업화 세대)로 시선을 돌려 ‘산업화 세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묻고, 이어서 ‘산업화 세대’가 어떻게 불평등 구조를 싹 틔웠는지‘를 질문한다(3장). 4장에서는 산업화 세대가 최초로 주도했고 이제 386세대와 포스트 386세대에게 그 DNA가 전수된 세대 간 자산의 이전 전략을 들여다본다. 

뒤이어 ’세대 간 자산의 불균등한 형성이 어떤 불평등 구조를 만들었는지‘를 질문한다. 5장은 한국형 위계 구조의 희생자가 누구인지를 묻는다. 그들은 바로 동시대 청년과 여성이다. 이 장은 한국 위계 구조의 상층을 장악한 거대한 386세대, 그들이 구축한 위계 구조하에서 더욱 가혹한 경쟁을 강요당하고 있는 청년들 및 그 한편에서 조금씩 자리를 확보하며 착취와 수모를 감내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6장은 한국 사회의 세대와 위계 문제에 대한 이론화를 시도한다. 저자는 이 장에서 세대론은 위계 구조를 해부하기 위한 구도 잡기(앵글)로서의 역할을 하며, 궁극적으로 한반도 특유의 ’위계 구조‘를 이해해야 계층(계급)화 과정 또한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장 말미에서는 ’한국형 위계 구조의 위기‘를 실증한다. 한국의 100대 상장기업에 대한 세대별 실적 비교를 통해 ’세대의 정치‘와 그 여파가 기업의 위기까지 초래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7장은 세대 간 그리고 세대 내 불평등과 그 재생산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를 논의한다. 이를 위해 저자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노동개혁 방안 몇 가지를 제시한다.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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