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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지적이고 과학적인 음주탐구생활
[신간] 지적이고 과학적인 음주탐구생활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9.10.07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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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술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3000년 경 수메르인의 유적에서 발견된 점토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점토판을 보면 큰 항아리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긴 빨대를 꽂고 이야기를 나누며 항아리 속 술을 마시는 그림이 있다. 

항아리에 빨대를 여러 명이 꽂고 마시는 이 액체가 술이라는 것 역시 점토판에 남아 있다고 한다. 쐐기 문자로 맥주 원료 레시피부터 맥주 배급 기록까지 기록이 돼 있다. 만드는 방법은 현재와 거의 같다. 발아된 보리를 말리고 맷돌로 갈아서 맥아즙을 끓여 마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맥주의 역사는 이처럼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가하면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건설 할 때 맥주는 매우 많이 소비됐다. 뜨거운 날씨에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체력 소모가 있었고, 인부들이 건축 현장에서 막걸리를 마시듯이 맥주를 마시면서 조금이나마 피로를 풀었다.

그런가 하면 와인은 로마에서 유행했다. 포도 생산과 와인 제조 기술도 비약적으로 로마에서 발전했으며 귀족에서 노예에 이르기까지 하루 1병꼴로 와인을 마셨다고 한다. 로마 제국이 확장되면서 와인 수요도 늘었는데 이 공급을 충당하기 위해 지중해 연안에 대규모 포도밭이 조성되기도 했다. 로마에서 보급된 와인은 유럽 전역으로 뻗어 나갔고 유럽에선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포도주는 마취제나 살균제로도 활용이 되었다.

 

황하 문명도 기원전 7000년 경 음주 관련 유적이 남아 있을 정도로 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마천 저술 <사기>를 보면 당시 중국인의 술 문화가 잘 나타나 있는데, 술 없이는 조상에게 예를 올리지 않았고, 군신 간의 관계에도 반드시 술이 화합을 도모했다.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맥주의 발상지인 중동 지역에서는 현재 술 자체가 금지된 국가가 많다. 이라크에서는 사담 후세인 시절까지 무슬림이 아니면 술을 판매할 수 있었으나, 2016년 10월 이후 금주령이 내려졌다. 

술에 대한 역사를 아는 건 애주가에게는 그 자체로 재미가 된다. 맥주는 언제 어디서부터 만들어졌고,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맥주는 어떻게 소비가 되었는지 등, 그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술과 관련된 전방위적 지식을 탐닉할 수 있다.

이 책은 강원대학교에 재직 중인 저자의 강의집을 엮은 것이다. 강의 초창기엔 술이 만들어지는 과학 원리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인간과 술의 관계, 즉 술의 역사와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과학 기술을 공부하자는 취지로 강의의 방향성이 바뀐 것이다. 지은이는 강의를 마치고 종종 학생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잔을 무조건 비우고 술을 받는 요즘 학생들의 생소한 술 문화도 몸에 익히기 시작했다. 머리로 술을 공부하고 몸으로 술을 마시는 나날의 연속. 허원 교수의 ‘깊고 넓은 술 지식’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허원 지음 / 더숲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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