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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하숙집 사장 고려대에 1억 기부
25년 하숙집 사장 고려대에 1억 기부
  • 오지연
  • 승인 2010.11.03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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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인근에서 25년간 하숙집을 운영하던 최필금 씨(1956년생)가 고려대학교 발전기금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 고려대는 11월 3일 오전 10시 고려대 본관 총장실에서 이기수 총장, 남상구 교무부총장, 강선보 사범대학장, 한문학과 김언종 교수, 유정식당 최필금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려대학교 발전기금 기부식을 가졌다.

최필금 씨는 “경남 밀양에서 초등학교까지 마쳤다. 집에 형제는 많고 가정형편은 어렵다보니 학교에 가려면 서로 신고 나갈 신발이 없을 정도였다. 부산으로 옮겨가서 중학교와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돈을 버느라 고등학교를 다 마치지 못했다.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면 하염없이 부러웠고 창피한 마음에 그들 앞에 서지도 못했다.”고 그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3살에 서울에 올라온 이후에도 고생은 이어졌다. 시장에서 라면 끓여 팔고 낚시터에 밥을 지어가서 낚시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팔기도 했다. 최필금 씨는 아들이 어렸을 때 “엄마, 떡볶이 장사하면 안되겠나. 나 떡볶이 먹고 싶은데, 그러면 먹을 수 있겠다.”고 말했을 때가 마음 아팠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 결심한 것이 나도 나중에 상황이 나아지면 나처럼 사정이 어렵고 학업을 못한 사람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필금 씨는 “평소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공부를 많이 못한 것이 아쉬워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런 것들로 인해 하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주변에서 세를 얻어 방 7칸 자리 건물에서 하숙생 10명으로 하숙집을 시작 한 것이 올해로 25년이 됐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보살펴 주는 것만으로도 최필금 씨에게는 큰 만족이었다. “학생들에게 밥해주고 학생들 방에 따뜻하게하는 데는 돈을 아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그렇게 하숙집을 하다가 건물세를 내지 못하여 결국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도 했다.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싶었기에 빚을 내서 건물을 지어서 본인만의 하숙집을 차리게 됐고 남의 집 아기를 돌보는 일까지 같이 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 현재 최필금 씨의 하숙생들은 처음 하숙을 시작했을 때 희망사항이었던 약 100명 정도가 된다. 15년 전부터는 식당도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하숙생들의 밥 뿐만이 아니라 고려대 학생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는 “그동안 거쳐간 학생들이 천 명을 넘을 거에요. 사법시험 합격자만 2~3백 명 될 걸요.”라고 말했다. 4년 전부터는 고려대 운동부 선수들의 아침 식사를 챙기고 있다. 한 끼 3,800원의 값이지만 운동을 해야하는 선수들을 위해 그는 고기 등을 넉넉히 준비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갚아야할 빚이 있고 생업을 계속 해야하지만 최 씨는 매달 30만 원 씩 꼬박꼬박 붓던 곗돈을 탔을 때, 고려대 학생들에게 의미있게 쓰고 싶었다.

최필금 씨가 기부한 기부금은 고려대 일반 발전기금 및 운초우선 교육관(사범대 교육관)기금으로 사용된다. 고려대는 운초 우선 교육관 308호를 기부자에 대한 예우로 <유정 최필금 강의실>이라 명명하여 오늘 현판식을 함께 가졌다.

최필금 씨의 기부는 비단 고려대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종암중학교 선생님과 이야기 하던 중 아직도 굶는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2004년부터 1년에 20명의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400만 원 정도의 금액을 후원해 오고 있다. 15년 전부터 조언을 많이 해주며 친하게 지내오던 고려대 한문학과 김언종 교수는 ‘필금장학회’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또한 최필금 씨는 2004년부터 성북구노인복지회관으로 쌀과 떡 등을 후원하고 있으며 매달 독거노인들의 생일을 챙겨 본인의 식당에 초청하여 불고기파티를 열고 있다.

최필금 씨는 “예전의 하숙집은 사람 사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 곳이었다. 서로의 어려운 사정들, 힘든 얘기들, 즐겁고 기쁜 일도 함께 나누며 가족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원룸시대’ 이다보니 예전보다는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고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래도 졸업 후 사회로 진출한 하숙생들이 잊지 않고 찾아와 줄 때 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최필금 씨는 이같은 본인의 기부들에 대해 “이 모든 것은 나의 꿈이 이뤄준 것이다. 내 꿈은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도 좀 더 서로 아끼자는 것이었다. 어려운 학생들이 있다면 지금도 하숙을 무료로 제공할 의향도 있고 장학금도 후원하겠다.”고 말하며 “내 힘이 닿는 한 하숙집, 학생들 식당은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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