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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퇴근길 인문학 수업 : 멈춤 
[신간] 퇴근길 인문학 수업 : 멈춤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9.10.24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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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전쟁 중 미국 뉴욕 망명지에서 생텍쥐페리는 시시각각 위협을 받았다. 작가로서 유명해진 그를 나치가 가만두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생텍쥐페리의 남다른 애국심이었다. 그는 <어린왕자> 집필 후 조국에 돌아가 공군에 재입대했다. 다쳤던 다리가 완치되지 않은 상태였고, 나이도 많아 비행을 많이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간절했다.

마지막으로 비행을 하게 해달라는 그의 요청을 군은 허락했고, 최종적으로 그는 다섯 번의 비행만을 허락받았다.

그의 임무는 독일군 정찰이었다. 출판사에 보낸 가편집 상태의 <어린왕자>를 비행기 옆 좌석에 두고 그는 비행을 했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다. <어린왕자>는 1944년 그의 나이 44세에 미국에서 출판되었다. 그가 사라지고 난 이후였다. 

 

그 후 프랑스에서 생텍쥐페리는 영원한 영웅이었다. 훗날 노년의 독일 병사가 생텍쥐페리의 정찰기를 격추했다는 고백을 하면서 그가 죽지 않고 사라졌다고 믿었던 사람들도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의 죽음과 끝까지 함께한 <어린왕자>의 키워드는 ‘관계’에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관계를 통해 살아간다. 주인공인 어린왕자는 ‘어른들은 숫자와 뭐든 빨리빨리 사는 데 익숙해 시간을 들여 관계를 지속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장미의 가시와 투정에 상처를 받는 것처럼,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관계를 청산하는 일도 많다. 

장미를 멀리하게 된 어린왕자는 뒤늦은 후회를 한다. 장미의 향기를 그리워하고 마음의 눈으로 상대를 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나마 깨닫는 것도 대단한 일인 셈이다. 깨닫지 못하고 덧없이 흘러가는 삶의 덩어리가 응축된 게 우리 인생이 아니던가.

다국적 회사 화이자의 회장은 매일 아침이면 양복주머니 한쪽에 동전을 열 개씩 넣어 다닌다고 한다. 그는 사람을 만나 상대의 말을 경청했을 때 동전 한 개를 다른 쪽 주머니에 넣고 열 개가 다 옮겨졌을 때 하루를 마감한다. 이 스토리가 관통하는 교훈은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텍쥐페리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겉만 보고 판단했기 때문에 코끼리를 먹은 보아구렁이를 ‘모자’로 보았고, 사막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장미의 향기를 맡지 못하고 가시만 본 건 아닌가?”

그걸 깨닫고 나서야 어린왕자가 된 생텍쥐페리는 비로소 자신의 별에 돌아갈 수 있었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는 〈고인돌〉 콘텐츠를 바탕으로 1인 저자의 학문적 깊이에 의존하는 대신 집단지성의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36개의 주제를 선정해 하나의 그릇에 담기 어려웠던 ‘인문학’의 범위를 〈멈춤〉 〈전환〉 〈전진〉이라는 생의 방향성으로 나누어 담아냈다. ‘퇴근길 30분’이라는 슬로건에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책 읽는 삶’이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생태학부터 동양 고전에 이르기까지 ‘개념과 관념’을 함께 보여주는 커리큘럼을 제시한다. 때문에 독자들은 현실에 존재하나 모호한 인문학 ‘개념’들을 쉽게 이해하고, 스스로 ‘관념’적 사유를 즐기는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차근차근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면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읽는 식견을 얻을 수 있다. 씨줄과 날줄이 만나듯 다양한 지식들의 접점을 찾는 통섭의 기쁨은 덤이다. 바쁜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롯이 나만을 위한 인문학 수업을 만날 수 있다.

백상경제연구원, 최형선, 전미경, 강안, 최은, 박준용, 안나미, 박정호, 이용택, 이세환, 신창호, 이창후 지음 / 한빛비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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