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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82년생 김지영과 노키즈존... 누가 아이를 키워야 하는가?
[기고] 82년생 김지영과 노키즈존... 누가 아이를 키워야 하는가?
  • 이한빈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2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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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책임이 여성과 가정에 전가되는 세대,
‘민폐 끼치는 어린아이’는 사라질 수 없다

근래의 화제작 '82년생 김지영' 영화의 메세지가 하나는 아니겠지만 저한테 가장 눈에 띈 건 '애 하나 키우는데 가족으로는 부족하다' 였습니다. 아이를 키우는데 많은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직장을 쉴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경력단절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외조모와 조부의 손에 자랐습니다. 동시에 양친 모두 교육공무원이었으므로 소위 경력단절과 같은 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 한 명 키우는 데에 최소 4인의 노동력이 동원되어야 했습니다.

소위 노키즈존은 이 문제의 연장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폐 끼치는 어린아이’의 문제는 밀폐된 공간 속의 제한된 반경 속에서만 생활하던 아동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동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사회구성원들도 육아의 부담을 어느 정도 분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아동이 울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불쾌해지는데 그렇다고 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아동은 영원히 공공장소에서 울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없습니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이렇게 아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따른 비난의 화살은 최종적으로 직접적인 육아당사자를 향하게 되는데 (아직까지는 주로 여성이죠) 때문에 여성문제의 성격을 갖게 됩니다. 물론 이 문제가 여성문제인지 논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육아가 사회의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과정임을 고려하면 이처럼 육아의 책임이 아동의 가족에게만 전가되는 것은 굉장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그런데 앞서 밝혔듯이 가족의 힘만으로 육아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비난은 필연적입니다. 애초에 개별 가족은 아동 하나를 온전히 감당할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갑자기 아동이 완전한 사회인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식당에서 민폐를 끼치는 아동’은 사라질 수 없으니까요.

정리하면, 저는 ‘노키즈존’을 둘러싼 논쟁은 최종적으로 ‘누가 아이를 키우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동의 문제가 전부 가족이 감당해야할 일이 되면 노키즈존은 정당화되는 것이고 사회가 부담해야할 몫이 충분히 크다고 생각하면 노키즈존은 정당화되지 않는 것입니다.

지난 70년간 농경사회에서 산업화시대로 이행하면서 전통적인 가족 체제는 흔들리다 못해 박살이 나고 있고 그 과정 속에서 성인 두 명으로 구성된 핵가족이 육아를 부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매우 명확합니다. IMF 이후 (주로 남성인) 가장이 가족을 부양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지면서 이 현상은 점점 더 가속화되고 그 결말은 합계출산율 0.98명의 전무후무한 수치입니다.

결국 거시적인 사회흐름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이상 아동의 권리니 성인의 권리니 하는 싸움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일이 밀려오는데 대책이 없으면 쓸려나가는 것이지요. 물론 무엇이 해일이고, 해일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따져봐야할 일이겠습니다만.

 

이한빈 칼럼니스트
'모 의대생의 끔찍한 혼종'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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