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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시간의 서 - 자연이 만드는 우아한 세계, 24절기
[신간] 시간의 서 - 자연이 만드는 우아한 세계, 24절기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9.12.09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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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매년 8월 23일 즈음은 무더위가 끝나는 절기이다. 이때의 절기를 처서라고 한다. 여기서 처(處)는 물러간다는 의미이고 무더위가 이때 되면 멈춘다는 것이다. 

물론 처서라고 해서 기온이 낮은 편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중국의 경우 중국을 지배하는 서태평양 고기압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북쪽으로 성장하는 바람으로 인해 구름이 적고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 떨어졌다가도 금세 온도가 오른다.

이러한 초가을 무더위를 중국에서는 ‘가을 호랑이’라고 하는데, 대서와 소서에 더운 게 아니라 입추와 처서에 더 덥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처럼 무더위가 물러갈 즈음에 다시 돌아오는 패턴은 먼 나라 독일에서도 발생한다. 독일에서는 이를 ‘할머니 여름’이라고 부른다. 그런가 하면 북미에서는 ‘인디언 여름’이라고도 한다.

 

다행히 처서는 농사꾼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처서 시기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농사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방의 차가운 공기가 중국 내륙에 서서히 영향을 미칠 때 대기가 건조하면 바람이 부는 날씨를 불러오고 대기에 온난 기류가 이어지면 가을비를 불러오니 농부 입장에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처서가 지나면 가을이 찾아온다. 더위는 물러간다. 꽃구름은 드문드문 유유자적 자유로운 듯이 흘러다닌다. 

농사력으로 중요한 것은 겨울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으로 동지가 있다. 사람들은 2000여 년 전에 측정해낸 절기가 동지라고 추측하는데, 과거 사람들의 해석에 따르면 음이 극에 달하여 양기가 생기기 시작하고 태양이 남쪽에 이르러 해의 짧아짐이 극에 이르고 해 그림자의 길이가 극에 이르기 때문에 동지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옛사람들은 동지를 한 해의 끝이나 시작 지점으로 삼았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은‧주나라 시기에 동지 하루 전날을 한 해의 마지막 날로 정해서 동지절을 새해, 즉 춘절로 삼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일부 중국 소수 민족은 여전히 동지를 새해로 여기고 있으니 중요한 절기임이 틀림없다. 

한편 <주례>에는 “동짓날이 되면 하늘의 신과 인간 귀신에게 아뢴다”는 말이 있는데 나라의 천연두를 퇴치하고 흉년과 굶주림에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도록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그대로 전승되었는데, 동지에 팥죽을 먹는 것은 귀신을 몰아내기 위함이다.

농민에게 있어 동지 절기는 농한기이다. 거름 쌓기, 동상 방지 작업과 같은 한가로운 일을 하며 보내는 시절이기도 하다. 이를 이용해 왕들은 이 시기에 백성을 동원했다. 수리사업과 같은 대규모 공사를 진행한 것도 주로 동지 시기였다. 

이 책의 저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4천 년 전 중국의 하상주 초기시대부터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삶의 기준이 되어준 ‘대자연의 시간’을 눈여겨보았고, 특히 일 년 동안 태양의 둘레를 도는 지구의 움직임을 15도씩 나눠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삶을 규정한 ‘24절기’에 주목했다. 봄의 시작인 입춘부터 겨울의 끝인 대한까지 사람들은 스물네 번의 절기마다 대자연이라는 거울에 비춰보며 삶의 태도와 마음을 점검하고 다잡았다. 

그렇게 대자연의 흐름을 수천 번 통과하며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차곡차곡 쌓아간 절기는 당연히 중국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저자는 4천 년의 시간을 꼼꼼히 살펴 절기의 시작과 유래는 물론이고 역사와 문화, 언어, 풍습, 철학, 양생, 정치, 문학, 음악 등 모든 분야에 긴밀히 녹아든 절기의 모습을 찾아내 소개한다. 특히 저자는 동서양의 작가들이 직관으로 감지한 시간의 속성을 담아낸 시를 소개하며 독자들이 직접 24절기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맛보게 한다.

위스춘 지음 / 양철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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