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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단 속 Review: 시, 에세이]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
[한 문단 속 Review: 시, 에세이]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
  • 박수빈 기자
  • 승인 2020.06.25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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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에서 서른으로 우리가 건너온 보통의 순간들
도서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
도서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

 

[한강타임즈] 시, 에세이 분야 도서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
박현준 지음│| M31(엠31)│에세이│ISBN 9791196282691

 

아, 이 뜨거움. 낯 뜨거움 혹은 가슴 뜨거움.
박용우가 먼저 몇 달째 암묵적이었던 우리의 관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 대사 역시 내가 짐작한 성격대로 표정 변화 없이 
 소심하고 무덤덤한 얼굴로 내뱉는다. 그래서 더 뜨거움. 

이 대사 하나로 우리는 지금까지 서로의 존재를 몰래 
 인지하고 있었음이 들통나버렸다. 아 역시 뜨거움. 

나 역시 반색하지는 않았고 건조하게 “네에… 네”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거세게 뜨거움. 

나는 “하아, 저 기억하시네요! 하하, 네 맞아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아직 몸의 반은  물속에 들어 있는 것이 나와 박용우의 관계에 어울렸다. 
우린 서로 넉살 좋게 허허 웃으며 종업원과 단골손님의  우정을 과시하기보다는 조금 애매한 게 어울렸다.

-1장 스물에서, p. 18-19 ‘아.메.리.카.노.맞.으.시.죠’

저자 박현준의 편안한 독서 공간 중 한 곳인 홍대 카페베네에서의 일화를 소개하는 부분이다. 
아르바이트생이 “아메리카노 맞으시죠?”라며 저자에게 묻자 서로의 존재를 몰래 인지하고 있었음이 들통났다며 왠지 모를 애매함과 뜨거움이 공존한 순간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일들이 20대 그 시절에는 낯설고 당황스러웠던 일이었음을 소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위의 언급한 부분처럼 책은 어떤 설명도 설득도 하지 않는다. 작가의 감성적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개인이 채워왔던 시간을 다시금 꺼내볼 수 있을 것이다. 

도서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는 스물에서 서른, 지극히 보편적이지만 약간은 삐딱하게, 하지만 나름의 소신이 있던 그 시절의 감성을 담을 에세이다. 책, 영화, 음악, 술, 유흥, 예술, 사랑과 사람 등 저자 박현준의 이십 대를 장식한 무수한 장면들이 위트와 반전 속에서 줄줄이 이어진다. 아무리 뜨겁고 아프고 좋았던 것이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강도와 색채가 약해지는 법. 이렇게 자신의 지나온 이십 대를 휘리릭 넘겨보고는 조금은 단단해진 어투로 한마디 슬쩍 던진다.

 “이제는 아름다울 차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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