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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베스트셀러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의 김영숙 작가를 만나다
[인터뷰] 베스트셀러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의 김영숙 작가를 만나다
  • 박수빈 기자
  • 승인 2020.10.22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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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등극..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마음이 들뜬다.

[한강타임즈] ‘미술’ 선택받거나 여유가 있는 자들에게만 허락된 것 같은 미지의 영역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랬다. 그림의 가치에 대해 논하기에는 지식도 부족하겠지만 괜시리 의견을 내세웠다가는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보자니 방대한 분량에 다시 한 번 좌절하게 되는 대상. 바로 미술이나 예술이 그것이 아닐까? 알면 알수록 해석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단순하게는 차마 접근하기 두려운 것이 미술의 세계였다.

그런데 한 작가가 단 한 페이지의 내용만으로도 미술사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며 말을 건네 왔다. 또 미술과 관련한 역사, 경제, 문화를 간략이 정리하여 본다면 더욱 수월하다는 말도 함께. 미술사 전문가인 김영숙 작가가는 “모든 문화는 연결되고 연관되어 역사가 됐다”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미술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만큼의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강조도 함께 전했다. 유력한 대사관 지원의 삶을 박차고 현재 미술사 전문가가 된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의 김영숙 작가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의 김영숙 작가

 

Q. 독자들에게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도서 『1페이지 미술 365』를 집필한 미술사 전문가 김영숙이다. 학부시절 스페인어 전공의 능력을 살려 주한 칠레 대사관과 주한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일했다. 이후 불혹의 나이가 되어서 미술사의 매력에 빠져들어 갑자기 대학원으로 진학해 공부하게 된 것이 지금의 삶을 만들게 됐다. 2001년 8월, 첫 책을 집필한 후 거의 20년 동안 개정판들까지 포함해 30여 권 이상의 미술 관련 글을 쓰고 있다.

Q. 화려한 경력이 눈에 띈다. 유망한 대사관 직원에서 돌연 미술사에 빠져든 이유라면.
386세대라고들 얘기 하곤한다. 나 역시 여성으로서 그 제약사항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결혼 후 두 아이의 엄마로의 삶과 직장인의 삶을 동시에 누리기는 쉽지 않았기에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사회에서 커리어우먼으로 활동하다 집안일만 살핀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는 단순히 수입과 관련된 경제적 압박감의 문제를 넘어섰던 경험이다.

베르트 모리조의 ‘그림 속 여인’처럼 가장 사랑했지만 가장 내 발목을 잡는 존재를 바라볼 때의 그 공허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문득 대학시절, 학교 앞에 있던 한 화가의 작업실이 떠올랐다. 작업실 겸 카페를 운영하던 그의 화집들을 어깨너머로 보며 고흐,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의 인물들에 대해 수다떨었던 기억말이다. 

Q. 원래 문인이나 미술가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나보다.
그렇다. 당시 문고판으로 된 화가와 화가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책을 사 모으는 것이 취미가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후까지 미술작품 감상은 육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본격적으로 미술에 빠진 것은 1999년에서 2000년 사이, 인터넷이 개통된 이후부터로 기억한다. 당시, 모니터 위에서 미술작품을 관람하고 전 세계인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흥분하게 했었다. 

너무 들뜬 나머지, 밤낮 가리지 않고 미술작품 이미지와 간략한 소개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사이트 관리자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올릴 수 있도록 공간까지 마련해주기도 했었다. 이후 틈틈이 미술 관련 책을 읽고, 해외 포털 등을 찾아다니며 미술작품들을 소개하며 영문 소개글에 개인적 감상을 담은 해설 번역을 하기 시작했다. 이 글로 인해 미술사와 관련한 첫 책의 발간 제의를 받기도 했다. 

Q. 심오한 미술사를 짧게 소개한다는 사실에 어려움은 없었나. 
대학원 진학 전 까지는 정식적으로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는 과정으로 미술을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 우연히 호기심에 빠졌고 흥미를 가져 얕은 정보를 전했을 뿐이었다. 당시에 나는 지루하게 생각되던 클래식에 빠진 사람들의 이유가 궁금해 클래식을 들었고, 미술사 역시 비슷한 경우로 처음 맞게 됐다.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그림에 사람들이 왜 열광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날로 커져만 갔다. 값비싼 그림의 가치는 무엇일지에 대한 궁금증도 한몫했다. 사실 그저 아름다운 그림을  바라보는 것이 마냥 좋았기에 의미를 찾으려 한 것일 수도 있겠다. 

Q. 원하던 공부였기에 즐거웠을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았다. 좋아한다는 것의 한계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 왔습니다. 미술사의 세계에 입문하던 시절에는 대중 도서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어렵고 딱딱한 논문을 뒤져야만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번역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고됐다. 가끔 대형 전시회에 가서 팜플렛에 적인 글들을 공부하듯 신중히 읽어보기도 했지만, 어려운 것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전문지식이 깊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경우도 많았다. 호기심과 흥미로 첫 발을 들여 두었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는 궁금증에 대해 대체로 많은 부분 파악하기가 수월했다. 또 스스로 품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방식으로 미술을 소개하다보니 다시금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Q. 현재 베스트셀러인 『1페이지 미술 365』에 대한 소개를 해 달라.
정확한 도서의 전체 이름은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다. 책은 그동안 쌓아온 미술에 대한 나의 지식과 애정을 모두 쏟아 부었다고 말하고 싶다. 일 년이 365일인 만큼, 매일 작게라도 미술을 이해하려는 노력만 있다면 누구나 기본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 번에 끝까지 정독했다는 독자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던 만큼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독서하면 좋겠다. 미술사와 세계사는 아무래도 순서를 맞춰 읽어나가면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일 테지만, 아무 페이지나 들춰보고 내키는 대로 독서해도 나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폴 고갱과의 일화료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
폴 고갱과의 일화료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

 


Q. 7개로 구분한 목차의 기준은 무엇인가.
한 번 즈음은 들어봤을 유명한 작가나 작품이지만 확실한 이해는 부족한 그림들은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를 이어간다. ‘미술사’는 미술의 변화사를 연대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화가’는 말 그대로 미술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미술가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장르와 기법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담았다.

‘세계사’ 파트는 미술가들이 그려낸 역사의 한 장면에 대한 내용을 담았고 ‘스캔들’은 미술계에 떠도는 소문들로 구성해봤다. 예컨대 예술가들의 농염한 일상이나 자존심을 한껏 세운 알력다툼들이 이에 해당된다. ‘신화와 종교’는 서양의 전통 미술작품에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주제라는 점에서 선택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가지 일주일동안 매일 다른 주제로 작품을 감상한다면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Q. 미술사를 소개하는데 세계사나 정치사, 경제사는 어떤 연관이 있기에.
미술은 미술가가 살던 시대의 반영이다. ‘신화’ 중심의 사회에서는 성화가 많이 그려지는데,  ‘인간 중심’이라는 타이틀로 세속화되던 르네상스기에는 부와 권력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일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들의 모습이 노골적으로 그려졌다. 귀족들의 힘이 강해진 18세기에는 로코코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향락적이고 다소 퇴폐적인 관심사들이 등장한다.

과시욕에 젖은 지배계층이 선호하는 그림과 오늘 하루만이라도 무사히 저물기를 바라던 피지배 계층이 좋아하는 그림은 다르다. 같은 주제를 두고 그리는 사람이 남성인가 여성인가에 따라 또 달라진다. 가령 미술작품에는 미술가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한 시대상이 담길 수밖에 없다. 한 시대는 정치사적, 경제사적 담론으로 규정되는 원리다. 분침이 있다면 그 분침을 움직이게 하는 초침이 있기 마련이듯, 미술가들의 작품 속에는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배경이 필연적으로 녹아 들어갈 수밖에 없다. 

Q. 책의 내용 중에서 특히 재미있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한때 교회에서는 하나님과 예수님 등 성서의 인물들을 이미지화하며 그를 숭배하는 일을 금지하는 ‘성상숭배 금지령’까지 내린 시기가 있다. 그러나 당시는 대다수가 문맹이던 시절이었기에 그림과 조각은 성서를 가장 효과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 받았다. 성상들을 파괴하기까지 하던 교회에서 결국 두 손을 들고 만다. 이미지의 힘은 이토록이나 강하다. 성서의 마태복음을 펴놓고, 한두 페이지를 미처 넘기지 못하는 분들도, 성화를 이야기하면 어느새 성서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곤 하니 말이다. 

물론 이것은 종교적 열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히 해두고 싶다. 확실히 이미지는 지루함을 극복하게 하는 수단 중 가장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어찌 되었건, 신앙의 여부와 상관없이, 서양문명의 두 축을 이루는 신화와 성서의 세계를 그림으로 이해하는 일은 미술뿐 아니라 서양문화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Q. 지인 독자에게 “너무 쉬워서 오히려 걱정 된다”라는 말을 들은 일이 있다. 
쉽게 읽을 수 있다고 해서 책이 다루는 내용이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써놓았다고 해서 상대성 원리 자체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빈약한 건 아니것이다. 

미술작품을 보는 다양한 방법들, 기본적으로 알아둬야 할 화가들, 미술이 다루는 다양한 주제들을 이 책을 통해 훑은 뒤에는 인터넷 검색이나, 관련한, 더 다양한 독서로 이어나가면 좋겠다.

Q.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집중하고 생각해 보면 좋은 부분이 있는지. 
자신의 취향을 찾아내는 일이다. 미술작품을 세계사적 맥락으로 읽을 때 즐거운지, 신화나 종교의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염두에 두고 체크해나가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찾아낸 취향에 근거하여 더 깊은 독서로 이어나간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로 많은 전시가 축소되어 안타깝다. 이럴 때, ‘미술가의 삶을 다룬 영화’를 많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한 미술가 개인의 삶과 그 삶의 사회적 배경, 그의 의식을 사로잡은 문화적 배경과 그를 살리고 죽였던 시대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나면, 화가의 작품을 보는 눈에 힘이 실리기 마련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저는 20년 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미술작품을 가급적 쉽고, 장황하지 않게, 그러나 재미있게 쓸 궁리를 해왔다. 그 궁리의 결과로 집필하고,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나 이 태도를 견지해왔고 앞으로도 변치 않는 것이 별다를 것 없지만 특별한 나의 계획입니다. 

Q.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술과 관련하여, 제 이름으로 낸 책은 무조건 믿고 본다는 한 독자님의 서평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때는 감동으로 가슴이 먹먹할 정도였다. 앞으로도, 더 많은 독자로부터 그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노력하고 더 공부하겠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재미있게 읽으시고, 잘 소화하신 뒤, 더 딱딱한 책도 거뜬히 씹어 삼킬 수 있는 저력을 키우시기 바란다. 

도서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도서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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