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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예쁜손공예협동조합 안정민 이사장, “수공예가 취미에서 인생이 돼버렸어요”
[인터뷰] 예쁜손공예협동조합 안정민 이사장, “수공예가 취미에서 인생이 돼버렸어요”
  • 박해진 기자
  • 승인 2021.01.18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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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박해진 기자] 전날 내린 폭설에 골목마다 얼어붙은 빙판길을 뚫고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예쁜손공예협동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의 문을 열고 바로 마주한 풍경은 안정민 이사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방그레 웃으며 각자의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소리를 배경 삼아 조합원의 발자취를 천천히 들어봤다.

예쁜손 공예 협동조합은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나.

생면부지였던 예쁜손 공예협동조합(이하 조합)의 조합원들은 우연한 계기로 서로를 알게 됐다.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부모의 입장으로 만나게 됐고, 만나는 횟수가 늘다 보니 모일 때는 취미생활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모임을 형성하게 됐다.

4~5년간 만들다 보니 만든 작품들이 공간을 꽤 차지했다. 물건은 쌓여가는데 작업할 공간이 부족해져 결국, 개인 공방을 차리게 됐다. 하지만 공방을 운영하면서도 ‘다섯 명이 모이면 법인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됐고, 만들기만 하면 키워주겠다는 하얀 거짓말에 깜빡 속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다.

협동조합에 이어 마을기업에 선정되면서 어떤 활동을 했는가. 

의기로 시작했지만 2014년 설립 후 1년은 실질적 활동이 공백이었다. 대신 여기저기 발품 팔며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우리가 마을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이론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이듬해인 2015년부터 비로소 활동을 시작했는데, 운 좋게도 마을과 동반 성장하고자 하는 이념과 맞아떨어져 체계적인 컨설팅을 받고, 같은 해 8월 광주시 소재 예비마을기업 육성사업에 지원해 1호로 선정됐다. 이후 2016년과 2018년도 사업을 통해 가치를 인정받고 마을기업 사업을 영위해 오고 있다.

“취미를 살릴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마을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지 생각하다가 마을 자원조사를 하게 됐어요. 마을 특성상 오래된 주택도 많고 어르신들도 많으시더라고요. 어르신들께는 옷 수선을 해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재봉틀을 들고 마을 정자와 경로당을 오가면서 수선을 해드렸어요. 그게 어느새 6년이 돼버렸네요.”

지난 2017년 12월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마을활동가 사회적경제 배움터' 교육 현장에서 안정민 이사장(앞줄 왼쪽 4번째)을 비롯한 예쁜손공예협동조합원들(앞줄 왼쪽 3번째, 5번째)이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마을활동가 사회적경제 배움터' 교육 현장에서 안정민 이사장(앞줄 왼쪽 네번째)을 비롯한 예쁜손공예협동조합원들(앞줄 왼쪽 세번째, 다섯번째)이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간혹 혼자 일해도 벌 만큼 벌 텐데 왜 머리 아파가면서, 아쉬운 소리 하면서 고생하느냐 하는 질문을 받아요. 물론 혼자 일하면 여유로울 수 있고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순 있지만, 부지런히 움직여서 혼자보다 여럿이 버는 것이 좋더라고요. 또 여럿이 벌어 다른 일을 더 할 수 있으니, 여기에서 뿌듯함을 느껴요. 이루 설명할 순 없지만 저는 ‘사람 신내림’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조합원들이 없으면 저도, 조합도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들이 저를 믿고 따라와 줄 때, 모든 서운함이 사라지고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뿌듯하죠.”

힘들었던 순간은 자녀가 아팠을 때다. 한창 조합을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안 이사장은 중학생이었던 아들이 아팠을 때를 회상하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내가 일을 줄여야 하나?’ 모든 게 내 잘못인 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많았다고. 이는 아내이자 엄마인 조합원 모두의 공통 고민이 아닐까 싶어 한 달에 한 번은 회식, 일 년에 한 번은 부부동반 모임을 하자는 철칙이 생겼다. 

활동하면서 보람됐던 순간이 있다면.

공예 교육, 공동체 교육 등 마을 사업을 하다 보니 월곡동뿐 아니라 다른 동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맞춤 교육을 통해 하나의 사회적 경제활동이 가능한 단체를 만들어 드리고, 동시에 공동체 활동을 하며 만든 공예 작품들을 판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구축했다. 특히 본량동의 미싱동아리(드르륵 백작부인)는 조합에서 3년간 수업을 받고 작년 한 해 스스로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마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본량동에는 개조된 폐교 안에 카페가 있는데, 카페 한 모퉁이에 본인들의 의지로 상품 판매 공간을 확보해서 그 수익으로 기부도 하고요. 또 한창 마스크 대란이 일어날 때 손수 친환경 마스크를 만들어 마스크 구매가 어려우신 마을 어르신들께 드리기도 하고 대구나 다른 지역에 보내기도 하시더라고요. 이렇듯 동네의 작은 소모임이 마을 일에 관해 같이 논의도 하면서 제법 마을에 영향을 끼치는 단체가 되는 것을 보면 엄청난 보람을 느껴요.” 

그러면서 궁극적인 목표는 ‘작지만 단단한 조직을 마을에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개척한 판로를 바탕으로 작은 모임에서부터 동아리 단체들이 사회적 경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뒷받침할 마음을 갖고 있다. 

예쁜손공예협동조합이 3년간 진행한 본량동의 미싱동아리 '드르륵 백작부인'의 수업 모습
예쁜손공예협동조합이 3년간 진행한 본량동의 미싱동아리 '드르륵 백작부인'의 활동 모습

수공예는 어떤 매력이 있는가. 

어려서부터 바느질을 좋아해서 양말에 실을 꿰어 인형을 만들곤 했다. 진로를 결정할 때도 공예 관련된 과를 가고 싶었지만, 가족들은 손재주가 좋으면 고생한다면서 은행에 가야 한다고 했다. 부모님 말씀을 듣고 은행에 취직했는데, 1년쯤 다니고 퇴사했다. 안 이사장은 그 당시 너무 힘들어서 다니는 내내 울며 다녔다고 했다. 결국, 바느질을 취미로 다시 시작하게 됐다. 

그는 수공예에 어떤 매력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수공예라도 똑같은 것을 몇십 개씩 만들기 때문에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이유로는 부족한 것 같다. 내가 만들었으니 내 눈에 제일 예쁘지만, 남들이 예쁘다고 해서 사갈 때 뿌듯함도 느끼고 이것이 수공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디자인해서 직접 만든 것’이라는 것 자체가 매력”이라고 답했다.

예쁜손공예협동조합의 작품사진
예쁜손공예협동조합의 작품사진

올해 목표는.

조합은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꾸준히 50% 이상 성장했지만, 올해는 장담할 수 없다. 시대에 발맞춰 빠르게 대응해야 함은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일단은 현재 상황이라도 유지하며, ‘살아남자’, ‘버티자’가 목표다. 비대면 시대에 마냥 행사를 기다릴 수는 없고 오프라인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온라인으로 승부를 걸 작정이다. 그래서 조합은 작년 하반기부터 온라인에 바짝 집중해서 수입을 얻고 있다. 수입이 많지 않더라도 올해는 꼭 자리를 잡고 싶은 게 안 이사장의 바람이다. 

안 이사장은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마을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가 같은 이들을 만났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준비 없이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좋아서 엄두낼 수 없었던 일을 해 나가고 서로 의지하며 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과 마을기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제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말씀드리자면, 협동조합도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잘되는 조합은 100분의 1, 아마 1000분의 1도 안될 거예요. 조합도 참 넓은 세계가 있기에 바로 시작하지 마시고 그보다 먼저 비영리 단체 만들어서 마을공동체 사업도 해보고, 이런저런 지원 사업도 받고, 내부 구성원과 힘든 것도 겪어보고 좋은 방법을 찾은 후에 협동조합으로 발전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하다 보면 아무리 좋은 ‘언니, 동생’ 사이였어도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거나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거든요. 확실한 것은 조합원들과 목표와 가치관이 같아야 된다는 거에요. 또 조합 준비하시는 분들 중에 남들 하니까 나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그 생각이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려운 시기에 꼭 다들 버티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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