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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칡과 등나무 
[기고] 칡과 등나무 
  • 한강타임즈
  • 승인 2021.06.2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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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환창 서울시 갈등조정관/前성동구 고충민원실장
신환창 서울시 갈등조정관/前성동구 고충민원실장
신환창 서울시 갈등조정관/前성동구 고충민원실장

[한강타임즈] 밤 9시 30분. 목욕을 끝낸 6살 막내아이가 기분이 좋은지 온 집안을 뛰어 다닌다.

'쿵쾅' 거리는 발자국 소리에 아래층 이웃에게 피해를 줄까 노심초사하며 주의를 주지만 신난 아이는 멈출 기미가 없어 보인다. 

행여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발생 될까 염려스럽다가도 ‘이 정도는 이해해 주겠지’ 라는 다소 개인적이고 위험한(?)생각도 해본다.

갈등조정관으로서 갈등조정을 실시한 필자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당사자가 될 수도 있는 찰나의 순간이다.우리가 흔히 말하는 ‘갈등(葛藤)’은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의 뜻으로 둘 다 나무를 휘감고 올라가는 고유의 성질이 있다. 

칡은 오른쪽, 등나무는 왼쪽 방향으로 감아 올라가기 때문에 이 둘은 나무를 타고 오르면서 서로 얽히고설키게 된다.

이와 같은 모습에 빗대어 갈등은 목표나 이해관심사가 서로 달라 이해당사자가 서로를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으니 그 뜻이 참으로 매력적이고 의미 깊다.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우리사회는 처음으로 사회적 갈등해소의 중요성에 주목하였다.

이후 다양하고 급변하는 도시갈등에 대한 ‘체계적 관리’의 중요성을 자각하기 시작한 서울시가 2012년, 국내 처음으로 ‘갈등조정담당관’ 제도를 도입하였다.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변화의 바람은 미약하나마 전국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에 영향을 주었고 성숙한 시민들은 갈등예방을 위한 ‘공론화’ 과정의 직접 참여함으로써 갈등의 ‘사전 관리’ 가 ‘사후 조정’ 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아직은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갈등관리시스템 도입을 단순하게 ‘민원처리 사무’ 또는 행정력의 여유가 생기면 검토해 볼 만한 ‘훗날의 사무’ 로 간주해버리는 점은 안타까운 모습일 수 없다.

시책추진에 있어 갈등관리시스템을 적용하는 부서와 그렇지 못한 부서의 행정 효율성(行政效率性)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필자는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이는 행정과 마찬가지로 갈등관리 역시 가장 중요한 전제를 ‘신뢰’ 에 둔 이유다.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내포하고 있기에 앞으로 사회적 갈등은 더 많아질 것이다.

특히 대도시 서울은 시민의 수(數)만큼 문제와 갈등이 상존 할 것이며 이를 극복하고 해소하기 위하여 주민들과 신뢰를 쌓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공감․소통 노력은 긴 호흡을 가지고 계속되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갈등을 예견하고 대응하는 선제적 갈등관리시스템 도입을 통해 행정과 주민, 주민 대 주민 간에 정보 불균형을 종식 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갈등전문가'의 도입과 그 책임감이 더욱 더 절실히 요구된다.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중립적 입장의 갈등조정을 보여준다면 결과적으로는 주민과 신뢰가 쌓이고 갈등해소는 물론 향후 지속가능한 상호 협력 관계도 만들 수 있다.

당장 지금 이 순간부터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이웃에게 내가 먼저 두 아이들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인사해야겠다.

따뜻한 인사부터 나누는 작은 갈등조정부터 시작해본다면 언젠가는 이웃과 신뢰가 쌓이고, 갈등이 줄어들며, 이는 성동구 발전의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 성동구민으로서 흐뭇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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