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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 패러디의 매력
조삼모사 패러디의 매력
  • 한강타임즈
  • 승인 2006.07.2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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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타임즈


 
 
 
 
 
 
 
 
 
 
 
 
 
 
 
 
 
 
 
 
 
 
 
 
 
 
 
 
 
 
 
 
 
 
 
 
 
 
 
 
 
 
 
 
 
 
 
 
 
 
 
“오늘 야근이다.”
“꺄-악! 약속 있다구. 데이트 좀 하자.”
“그럼 주말에 나오든가.”
“저녁 시킬까요?”

‘조삼모사’ 패러디 시리즈에 온 네티즌들이 푹 빠져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란 중국 춘추전국 시대 송나라의 저공(狙公)이 자신이 키우던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주겠다”고 하자 화를 내던 원숭이들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라고 말을 바꾸자 좋아했다는 데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올해 1월 만화가 고병규씨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 내용을 패러디해 올린 두 컷의 만화가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이후 많은 네티즌들에 의해 다양한 버전으로 재창조되면서 올 상반기 사이버 공간 최고의 히트작이 되어 버렸다. 이미 수백 건이 넘는 조삼모사 시리즈가 인터넷에 올라와 있으며, 월드컵 때 차범근, 차두리 부자의 중계방송 장면을 패러디한 아류작 “차삼모사” 시리즈까지 등장했으니 그 인기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조삼모사 패러디에 네티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문화평론가들은 현대인들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소심함’과 ‘비굴함’이라는 애환을 재치있게 꼬집어 준다는 점을 들고 있다. 조삼모사는 원래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생각해서 결과가 같음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비웃거나 “얇팍한 꾀로 남을 속이는 행위”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 유행하고 있는 조삼모사 시리즈 속에는 이와는 사뭇 다른 의미가 담겨있다.

모든 조삼모사 패러디들은 공통된 이야기 구조를 갖는다. 처음 저공이 무엇인가를 제안하면 원숭이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 하지만 저공이 강압적 결정을 내리면 원숭이들은 금방 태도를 바꿔 비굴한 모습을 드러낸다. 즉 원래의 의미와 달리 현대인들이 학교나 사회생활 속에서 감수할 수밖에 없는 비굴함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개그콘서트 식의 간결하면서도 스피드한 유머도 조삼모사 시리즈의 또 다른 매력이다. 달랑 두 컷의 만화와 네 마디의 대사만으로 모든 스토리가 함축적으로 묘사되는 것이 조삼모사 시리즈의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반전의 묘미까지 제공해준다. ‘속도’와 ‘재미’를 추구하는 네티즌의 정서를 고스란히 만족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삼모사 패러디의 가장 큰 매력 요소라면 이것이 웹2.0 시대를 이끄는 UCC(User Created Contents, 이용자 생산 콘텐츠)에 잘 들어맞는 형식을 띄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류중희 교수는 웹2.0의 핵심 키워드인 플랫폼(platform)을 ‘멍석’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웹1.0이 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들에게 모든 컨텐츠를 만들어서 제공해주는 방식이었다면, 웹2.0은 서비스 제공자가 멍석만 깔아주면 이용자들이 그 위에서 맘껏 놀면서 컨텐츠를 쏟아 놓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006년 6월에 발표한 “웹2.0시대의 네티즌 인터넷 이용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네티즌 43.2%가 UCC 참여 경험이 있다고 한다. 특히 이들 중 91.0%가 사진이나 이미지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UCC가 그래픽 정보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조삼모사 패러디의 원본이라 할 수 있는 두 컷의 만화 그림은 말 그대로 멍석, 즉 플랫폼이다. 네티즌들은 만화 그림이라는 멍석 위에 올라와 비어있는 말풍선 안에 자신이 말하고 싶은 내용,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를 텍스트로 채워 넣는다. 그리고 그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컨텐츠로 만들어져서 인터넷 공간에 유통된다.

물론 이용자들의 참여로 생산되는 패러디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이버 문화의 대표적인 영역 중 하나로 존재해 왔다. 그러나 예전의 패러디가 포토샵 등 그래픽 프로그램에 대한 고급 기술을 익힌 일부 네티즌들만의 전유물이었다면, 조삼모사 시리즈는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텍스트 입력만으로 누구나 손쉽게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혹시 이런 작업조차도 버겁다고 느끼시는 분이 있다 해도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당장 지식검색에서 ‘조삼모사’를 찾아보시라.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만약 그것마저도 귀찮다고 느끼신다면 그냥 재밌게 감상하고 즐기면 그뿐이니까.

(따뜻한 디지털세상, 2006. 8월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