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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희 기자의 문화산책>
살짝 미치면 세상이 즐겁다
<문승희 기자의 문화산책>
살짝 미치면 세상이 즐겁다
  • 문승희 기자
  • 승인 2007.01.03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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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돌아가는 세상속에 딴지 거는 '루나틱'이야기

정해년 새해를 웃음과 함께 시작해 보자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개그맨 백제현이 연출하여 화제가 되었고 현재 예매율 1위라는 뮤지컬 '루나틱' 관람을 했다.

공연이 시작하기전 정신병원 옷을 입은 몇명의 사람들이 온 객석을 돌아다니며 관객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하고 다정하게 인사를 하기도 하는데 앞에와 말을 건네는 모양새가 깐죽깐죽 귀여운 불량배 같기도 한게 그다지 평범한 뮤지컬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의료진과 환자들이 등장한다. 한명 한명의 환자들이 자신들이 왜 미쳤는지 왜 미치지 않고는 멀쩡하게 살아갈수 없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흔히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과거를 회상하며 치료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 뮤지컬은 아마 이 치료 방법을 모티브로 한듯하다.
 
사랑 알기를 발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았던 남자. 친구의 부인을 장난으로 꼬셔보려고 플레이 보이 기질을 발휘했지만 남은건 그녀에 대한 진정한 사랑. 하지만 자존심이 앞섰던 그는 상처를 주었고 그녀를 잃고 결국 남자는 미.쳤.다.
 
남편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할머니. 남편의 자살이 일자리를 잃은것이라 생각해 흰머리가 새도록 관련 기관을 찾아가 억지와 생떼를 부리며 빼째라 외치던 할머니 결국 미.쳤.다.
 
아들에 대한 사랑이 그 누구보다 끔찍했던 아버지. 그는 아들의 18번째 생일 선물로 진정한 남자(?)가 되어야 한다며 아들을 창녀촌속으로 밀어 넣는다. 개방적이고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그는 18번째 생일선물로 에이즈를 선물받은 아들의 유골을 뿌리며 결국 미.쳤.다.
 
한국 째즈계의 거장 임희숙이 그 특유의 묵직한 목소리로 정신과 의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환자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놓았다. 객석에 앉아있는 평범한 남자를 짗궃게 놀리며 "너 A형이지?" 라며 객석을 웃음 바다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공연의 하나로써 객석에 앉아 진짜 공연을 보러 온 관객처럼 앉아있던
남자가 무대에 올라와 자기 얘기를 시작한다. 의사는 그를 '정상인'이라 부른다. 그 '정상인'은 자신의 얘기를 꺼내 놓으며 미치지 않았다고 소리친다. 충분히 미치지 않고는 살수 없을것만 같은데 그는 줄곧 남탓만 하며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고 소리친다.
 
어쩌면 그 '정상인'의 모습은 객석을 가득 메운 모든 관객들의 모습이었을지도. '루나틱'은 관객들에게 하나의 선택을 강요한다. 멀쩡한 얼굴의 가면을 쓰고 미치지 않았다고 외치며 살아갈것인가 아니면 미친걸 인정하고 살짝 즐겁게 살아볼 것인가 하는...
 
백제현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것을 가진 사람은 미쳐있기 때문이다. 덜 가져서 속상하고 소유하지 못해 불안해하는것은 다 미치지 못했다라는것.
 
'루나틱'이 가지는 의미는 다양하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속에 한조각 아픔없는 사람 없을것이고 그 아픔에 대항해 멋지게 이겨낼수 있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아픔을 즐겨라
인정하고 살짝 미쳐보면 인생이 즐거워지니까. 눈 꽉 감고 도리도리 고개 저어봐도 절대 미치지 않았다고 목터져라 외쳐봐도 바뀌는건 없다. '루나틱'말대로 살짝 미쳐보면 인생이 정말 즐거워질수도있을테니까.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그 'A형 남자 정상인'은 마침내 자신이 미쳤다는것을 인정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끝 부분의 가사는 바로 이것이다.
"지금....내 모습이 .....바로 니 모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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