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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면 강제추방' 中 단속에 교민들 긴장
'자칫하면 강제추방' 中 단속에 교민들 긴장
  • 김재태기자
  • 승인 2007.01.06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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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징지역의 한 대형식당, 종업원들이 쉬는 시간에 집단체조를 하고 있다

베이징 교민 사회에서 이른바 ‘왕징대란’이 일어 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최대의 한국인 집단 거주지역 베이징 왕징 지역의 불법, 편법 영업에 대한 단속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나선 것.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의 으레 있는 단속과는 강도가 전혀 달랐다. 지난달 말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무허가 민박업을 강행하던 한국 교민 17명이 중국 공안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 전격적인 강제출국 조치, 사실상 '추방'을 당해 교민들을 경악시켰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베이징 교민사회는 충격에 휩싸였고 공포 분위기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 베이징의 한국 유학생 중심지 우다커우 거리

한국 교민 17명 강제출국, 베이징 교민사회 공포 분위기 확산
지난해 11월 부터 베이징 왕징의 아파트 일대에는 ‘주택가에서 영업허가 없는 경영 활동이나 영업허가 있어도 허가 범위를 넘어선 편법 경영활동, 아예 영업허가도 없는 경영활동 등을 일제히 단속하겠다’는 공고가 나붙었다.

지난 12월 10일 까지 자진해서 영업허가를 하거나 업소를 이전 하지 않을 경우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당국의 이번 대대적인 조치는 한국 교민들이나 왕징 지역만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내국이나 외국인 상관없이 중국 전역에서 실시하는 조치로 보인다. 그 중 민박과 같은 숙박 업소 및 출판물이 우선 단속 대상으로 별도의 공고가 내걸렸다.

민박 업소들도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는 싶지만 숙박업 허가가 워낙 까다로워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출판물도 허가 요건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이다. 출판물의 경우 허가를 받고 싶어도 외국인이 외국어로 된 출판물을 중국에서 발행할 수 있는 법규가 없어 신청 자체를 할 수 없다. 광고 전문 잡지를 내려면 자본금이 적어도 150만위안(약 1억8천만원)은 넘어야 돼 영세 자본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당국의 경고는 우려했던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민박업소를 운영하던 한국교민 강제추방에 앞서 이미 1997년부터 지금까지 10년 가까운 기간 발행돼 온 대표적인 교민 주간지 '베이징저널'은 이미 발행이 중단됐으며, 다른 몇몇 교민 소식지들도 발간을 잠정 중단했다. 일부 베이징의 교민매체 대표들은 지난 12월 6일 베이징시 공안국 차오양분국 불려가 ‘향후 출판을 할 경우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교민경제 '휘청', 전체 1만 자영업자 중 5천명 단속 대상
왕징 일대에 200여개나 난립한 한국 식당도 이번 단속조치의 공포감에 휩싸였다. 정식 투자 절차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않고 문을 연 한국식당이 많은 까닭이다. 위생 허가, 소방 허가, 환경 허가 등을 받으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이 걸리고 그나마 최근에는 관련 규정이 까다로워 허가의 관문을 통과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인 자영업자들은 대개 불법이나 편법 영업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소규모 투자인데다 외국인 사업 인허가 기준이 까다롭고 관련 법규 또한 미비하기 때문이다. 물론 손쉽게 장사를 하겠다는 의욕이 앞선 측면도 있다.

영업허가를 낼 수 있는 상무용 건물은 임대료도 비싸고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그간 많은 사람들이 적은 비용으로 넓은 공간을 얻을 수 있는 주거용 아파트에서 영업을 해왔다. 베이징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교민은 대략 현재 1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주중 한국인회 관계자는 이번 단속으로 절반인 5천명 가량이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대사관은 뚜렷한 대책은 없으며 주재국의 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베이징시 당국은 이번 조치를 위해 1년 이상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시 당국의 의지가 강경하다는 뜻이다.

중국 공상행정관리국 왕징분국은 한국인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실정은 이해하지만 불법 영업 신고가 들어올 경우 어쩔 수 없이 단속을 해야 한다는 입장. 주중 한국대사관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아예 두 손을 놓고 있다. 현재 주중 한인회는 이와 관련하여 고충 상담소를 운영 중이다.


▲ 중국 최대 한국인 집단 거주지역 왕징

교민사회 여론 여러갈래, 일부는 내심 반기기도
교민들의 여론도 여러 갈래로 갈렸다. 우선 정식으로 허가를 내고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은 내심 이번 단속을 반기고 있다. 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J씨는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 중국인이 불법영업하면 우리는 가만있겠는가”라면서 “누구는 뼈 빠지게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영업하는데 한쪽에서는 불법으로 영업하면 교민들끼리도 공정한 경쟁이 되겠는가”라며 조심스레 단속을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톈진에서 모 업종에 종사하는 P씨는 베이징의 이번 조치에 대해 “사실 우리는 드러내고 말은 못하지만 ‘축제’ 분위기다. 사장은 덩실덩실 춤을 추더라”라고 말했다. “베이징과 톈진은 서로 다른 도시이니 상관없지 않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전례로 보아 북경에서 시작하면 주변의 다른 도시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내가 보기에 이번 조치는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교민들간의 불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C씨는 “우리야 워낙 변두리 주택가에서 영업을 하니 단속이 여기까지 미치겠냐마는 경쟁업체의 신고가 들어갈 경우가 걱정이다”라며 우려하는 눈치. 실제로 많은 교민들이 당국의 직접적인 단속 못지않게 신고 제보를 우려하고 있다. 당국 또한 공고문에 제보 전화번호를 상세히 밝히고 있으며 신고가 들어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

많은 교민들이 이번 당국의 조치에 “언젠가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다만 예상 외로 너무 급격한 조치에 당황한 분위기. 우다커우에서 작은 회사를 5년째 운영하는 L씨는 담담하게 “어치피 한번 쯤은 겪어야 할 일이다. 오히려 생각보다 당국이 유화적으로 나온 측면도 있다. 유언비어도 횡행하고 많은 이들이 필요 이상으로 겁을 먹고 있는데 어느 정도 유예기간은 있을 것이다. 미래를 위해 슬기롭게 겪어야 할 홍역을 치러내자”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 도깨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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