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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힘 빠진 대통령이 그리도 겁나는가?
김영춘 국회의원
한나라당, 힘 빠진 대통령이 그리도 겁나는가?
김영춘 국회의원
  • 김영춘 국회의원
  • 승인 2007.01.14 0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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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안전운행은 고속도로 정체의 원인이다-
▲김영춘 국회의원
어제 대통령의 연임제 개헌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말았다. 그러나 과연 그럴 일인가? 지난 수년간 학계에서는 대통령 단임제의 폐단에 대한 지적과 함께 87년 헌법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심지어 국회에서도 여야 없이 헌법 개정을 검토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표출되어 오기도 했다.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는 바이지만 우리 국민들도 원론적으로는 찬성, 그러나 노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에는 반대 입장으로 다수의 의견이 집약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반대하는 한나라당이나 국민들에게 묻고 싶다. 연임제 개헌이 노무현대통령이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은 너무 소아적인 발상이 아닌가? 대선구도를 흔들려는 음모가 있다는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일 뿐이다. 연임제에 국한된 원포인트 개헌에 합의한다면 아무런 논란의 확산없이 2월 국회에서라도 개헌안 처리를 할 수 있다. 그 개헌이 대선 승부에 영향을 미칠 소지는 전혀 없다. 연관 관계가 전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칼자루는 한나라당이 쥐고 있다. 개헌이 되고 안되고는 한나라당 결심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막말로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터전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아무리 미운 노무현이라도 그 제안이 나라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여야의 당파적 정략을 떠나, 친노 반노를 떠나 찬성해야 한다.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차기 대통령이 추진할 일이라는 주장은 현실을 무시하는 책임 미루기일 뿐이다. 이 문제가 여야 없이 지난 대선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 된 이유는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합리적 사고의 보편화 때문이고, 임기 초중반에 실행하지 않은 이유는 극히 현실적인 고려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이 집권하면 자신의 핵심 추진 과제들을 빨리 실행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힌다. 단임제 대통령의 초반 2-3년은 그 과제들을 실현하기에도 빠듯하게 금방 지나가고 바로 레임덕의 수렁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자신의 업적에 욕심을 부릴 대통령이라면 다른 할 일들도 산적해 있는데 괜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국정과제 추진의 동력을 분산시킬 개헌이라는 난제를 그 중차대한 시기에 벌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임기 말의 추진은 어차피 지금과 같은 반발이 똑같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어렵다. 결국 다음 대통령이 할 일이라는 주장은 연임제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

나는 대통령이 말한 개헌 추진의 사유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에는 그다지 찬성하지 않는다. 그것이 꼭 지고지선한 제도라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회의원 선거를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배치하여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선거로 가져가는 것이 더 민주적인 제도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 실시한다든지 해서 너무 잦은 선거로 인한 국력 낭비와 정치적 비효율은 제거해야만 할 것이다. 이 논의까지 가게 되면 너무 복잡한 문제가 되므로 올해 국면에서는 대통령 연임제만 말하는 것이 좋겠다.

내가 대통령 연임제 개헌을 적극 지지하는 이유는 5년 단임제 대통령이 4번 통치하는 동안 장기집권의 방지라는 원래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었지만, 그 반면 책임정치, 대의정치의 원칙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재선에 신경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정당이 오직 자신의 국정 수행에 도움이 되게 하는 도구로 간주했다. 정당을 통해 반영되어야 할 민심의 향배와는 동떨어져서 오직 역사에 길이 남는 대통령으로서의 자기 치적 쌓기에 골몰하였고, 이런 일방통행식 정치는 필연적으로 참혹한 정치적 추락으로 결말지어졌다.

반면 여당은 정당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고 민의의 대변자 역할을 하기는 뒷전이고 그저 대통령의 뒷바라지나 하면서 여당으로서의 혜택을 공유하는 데 자족했다. 그 결과 민심은 떠나가고 대통령의 임기 말에는 그와의 정치적 결별로써 생존을 도모하는 악순환을 반복해 온 것이 이른바 87년 체제 정당들의 대동소이한 팔자였다. 한나라당, 민주당도 그랬고 지금의 열린우리당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는 게 아닌가?

아직 우리나라 정당들이 명확한 이념적 스펙트럼에 의해 분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러한 방향으로 진화해 가는 데 초기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의 대척점에서 희망의 싹을 보여준 정당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열린우리당의 불행은 자신을 지지해준 기반 계층들의 요구를 성실히 대변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실망하고 분노한 서민, 중산층의 이반은 우리당만의 불행이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이기도 하다. 대다수 서민, 중산층들의 사회경제적 이해관계가 정치적으로 대변되지 않고 실종되어 버린 상태, 이것이 한국 정치의 위기가 아니고 무엇일 것인가?

대통령 연임제는 이런 정치의 위기를 개선하는데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의 기여라도 하게 될 것이다. 우선 대통령부터가 자신의 재선을 염두에 두고 민심을 의식하는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은 여론의 직접적인 전달 통로이자 자신의 선거 기반인 여당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대통령의 국회의원 공천권이 사실상 거세된 지금(이는 열린우리당의 공적이다) 연임제는 여당의 요구에 더욱 협력적인 대통령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 같은 관계, 그리고 지리멸렬한 여당의 모습은 연임제 하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물론 재선 대통령에게도 레임덕 현상은 불가피하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아 재선된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전반부는 순항할 것이므로 적어도 6년간은 안정된 통치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래야 대통령을 누가 맡든 그가 나라를 위해 제대로 일하고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 아닌가? 프랑스는 미테랑대통령이 7년 임기를 연임해 14년을 집권했다. 대한민국에서 누가,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자. 4년 임기의 연임제라면 충분히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20년 만의 개헌을 섣부르다고 탓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87년 체제의 수명은 이미 다했다. 경제발전과 민주화 양면에서 한국이 이룬 그 20년의 성과와 변화는 서구 국가들의 50년, 100년에 해당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이제 우리가 부딪히고 있는 한국과 세계는 20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상이다. 그런 점에서 87년 체제와 그 전범(典範)인 현행 헌법은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욕심을 자제하고 대통령 연임제만 도입하자. 오늘 꼭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는 말자. 그것이 지금 정치를 하고 있는 우리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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