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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인류보편애를 지닌 외부세력이 되어야
[칼럼]인류보편애를 지닌 외부세력이 되어야
  • 안지훈
  • 승인 2011.08.16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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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안지훈
부산 영도에서 소금꽃 김진숙(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씨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200일 넘게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지난해 12월 ‘생산직 400명 희망퇴직 계획서’를 노조에 전달했다. 일주일 후 노조는 정리해고 반대 총파업에 돌입했고. 2011년 1월 6일, 더는 사측에 희망을 찾을 수 없었던 김진숙 지도위원은 85번 크레인에 올라 고공시위를 시작했다.
매몰차게도 부산지방법원은 한진중공업 사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1월 7일 크레인 시위자 퇴거명령에 이어, 1월 19일 부로 크레인점거 벌금을 하루 100만 원씩 부과했다. 5월 13일에는 노조원 퇴거 및 출입금지 결정까지 내렸다. 부산지법과 경찰청은 한진중공업 투쟁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였고, 그들은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투쟁은 지난 5월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진심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되면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어려운 여건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조중동은 외면한 한진중공업 상황을 멀리 영국의 'BBC', 프랑스 ‘르몽드’와 아랍권 ‘알 자리라’ 방송이 보도했다.
이제 한진중공업 투쟁은 외롭지 않다. 시민사회단체, 일반시민, 대학생, 정치인, 연예인 등 수많은 사람이 희망버스를 타고, 6월 11일, 7월9일 두 차례 부산을 찾았다. 2차 희망버스 185대, 만여 명의 시민이 전국 각지에서 출발해 부산 영도 크레인 위에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과 노동자들을 응원했다.
그러나 2차 희망버스 시위 당일, 부산시경찰은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쏘며 저지했다. 경찰은 3자 개입에 강력히 대처했다. 며칠 후, 부산 영도 상인들은 희망버스와 한진중공업 문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발표했고, 부산시장,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부산시의회 의장, 부산고용노동청장, 영도구청장은 7월 13일 '희망버스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한진중공업 문제에 제3자와 외부세력은 개입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사업주와 노동자 간의 문제에 외부세력이 개입해 지역이 혼란에 빠지고,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외부세력은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지회를 돕고 있는 민주노총을 말하고, 전국에서 버스 타고 온 시민을 말한다.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버스 빌려 찾아오는 사람들, 극단적인 결과를 막기 위해 단식으로 지원하는 정치인을 외부세력으로 규정하고 어떤 행동도 하지 말라 한다. 이웃이 어려우면 돕고, 친구가 힘들면 힘이 되어 주는 한국인 고유의 정(情)을 버리라 한다. 부산 영도 상권이 죽고, 부산시가 혼란스러우니 좀 조용히 해 달라 한다.
독재자를 내리고, 독재정권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한 것은 그들이 말하는 외부세력이다. 4.19, 5.18 그리고 6월 민주항쟁은 모두 타인을 사랑하고, 인류 보편애를 지닌 외부세력의 의분에 의해 성공했다. 이웃을 염려하고 친구가 겪는 고통을 마냥 볼 수 없어 그들을 돕기 위해 했던 자연스런 행동이 우리 사회 민주화를 이룩한 것이다.
타인의 어려움을 가슴 깊이 아파하고, 이웃이 겪는 고통을 함께 공감하고, 친구의 힘듦을 대신 짊어지는 외부세력들은 더 많아 져야 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개개인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수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당사자들 끼리 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극히 적다. 3자 개입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제3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수많은 톱니바퀴가 서로의 톱니를 맞물리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듯이 자기 혼자만, 자기 식구만, 자기 지역만 살펴서는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서로 돕고, 힘이 되어주며, 끊임없이 연대해야만 우리가 사는 공동체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 하루속히 한진중공업 사측의 전향적인 변화가 시작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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