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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희 기자의 스크린 Report>
소설vs영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문승희 기자의 스크린 Report>
소설vs영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 문승희 기자
  • 승인 2007.02.01 0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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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보다 나은 후작 없고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
 
 
 
'북구의 모나리자'
화가 베르메르의 작품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이렇게 불리운다.
적절한 명암이 섞인 두가지 색깔의 두건을 쓴 소녀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달콤한 언어들이 새어나올지 험한 악담이 새어나올지 궁금해진다. 묘한 분위기를 가진 이 그림은 철저한 순결을 간직한 소녀를 그린것 같기도.. 세상의 더러운 것은 다 경험한듯 한 창녀의 얼굴을 그린것 같기도하다. 그림의 매력은 바로 이 양면성이다.

단 1도만 고개를 틀어도 다른 표정을 한 소녀가 그림에서 지켜보고 있다. 이 그림에 매료된 소설가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베르메르가 남긴 약 40여점의 작품을 토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림의 흔적들을 따라 다니며 하녀 그리트라는 허상의 인물을 만들어냈다.
 
왜 이제 와서 책으로 나온지 한참이나 지났고 또한 영화로 나온지는 3년쯤 되는 이 작품을 들춰냈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그야말로 '名作' 의 숨결을 살짝 맛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한없이 쏟아지는 대중 영화들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소설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작품 '진주 귀고리 소녀'는 정확히 2년전 우스개 소리로 다크써클이 배꼽까지 내려올 정도로 하룻밤을 꼬박 새워 읽은 책이다.  한동안 소녀 그리트를 따라 네덜란드 델프트 광장을 종종 거리며 따라다녔고 마룻바닥을 닦으며 재밌게 흥얼거렸으며 구름의 색깔에는 노랑, 파랑, 회색이 있다는 '순수함'까지 알았으니 책에 소비한  24시간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평범한 하녀 그리트가 화가 베르메르의 작업실을 청소하면서 그와 나누게 되는 교감은 암묵적이면서도 무거운 묘한 느낌이 있었다. 책으로 쉴새없는 감동을 받았으니 그 책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에 욕심이 나는것은 당연한 사실.

전작보다 나은 후작 없다했고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 했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한뭉텅이를 홀랑 다 베어먹은 듯한 영화는 글쎄..약간은 실망이랄까...
두세번을 우걱우걱 씹어버린 사과를 감독이 내 눈 앞에 내밀며 "자! 맛있게 먹어~" 하는 느낌이었다. 퀄리티가 떨어지고 여백의 미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잠깐 서글퍼졌다.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적인 연기에 반하고 콜린퍼스의 묘한 예술성에 잠시 마음이 한눈을 팔았지만 내용 자체가 가져다 주는 부실함은 어쩔수 없었다.  문장 하나하나를 읽으며 상상했던 것들이 영상으로 만들어져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을때의 그 소름끼치는 설레임을 기대했지만 내가 무뎌진건지 스크린이 무관심 한것인지 기대했던 교감은 나를 찾아오지 못했다.
초점의 차이가 가장 큰 갈림길이 아니었을까싶다.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그리트에 집중했고 베르메르의 작품 하나하나에 귀를 귀울였다.하지만 감독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작품 하나에만 솔깃했고 너무 성급히 끝내버린 느낌이었다. 영화가 대단히 함축적이라 책을 읽지 않고 영화를 봤다면 '에이~ ' 하는 비운의 감탄사가 나올법도 했다.

혹 승자를 가리자면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가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winner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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