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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사령관의 월권과 역사 왜곡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재봉 교수
주한미군사령관의 월권과 역사 왜곡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재봉 교수
  • 이재봉교수
  • 승인 2007.02.0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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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사령관의 월권과 역사 왜곡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1월 18일 서울의 외신기자클럽 초청 연설에서 유엔군사령부의 역할과 권한 확대를 주장하며 한국군의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한미연합사령관 및 유엔군사령관이라는 직책까지 동시에 갖고 있는 미군 대장으로 현재 한미연합사령관 자격으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작전통제권 이양과 아울러 한미엽합사령부가 해체되면 유엔군사령관 자격으로는 한국군에 대해 ‘즉각적인 접근’ 권한이 없어 한반도의 정전 상태를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없을 것이기에, 유엔군사령부 조직을 정비하여 ‘지휘 체제의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주한미군이 2009-2012년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이양한 뒤에도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실질적으로 한국군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해석하자, 주한미군은 1월 23일 이를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을 변경하려는 것이라는 언론의 추정은 틀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월 9일의 기자회견과 1월 18일의 연설 전문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이미 주한미군 홈페이지 (www.usfk.mil)를 통해 그의 연설을 원문으로 읽은 터였지만 두 글을 다시 꼼꼼하게 읽었다. 쟁점이 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With the inactivation of CFC, the UNC Commander will no longer have immediate access to ROK combat troops which are postured along the DMZ and elsewhere, as he has had under the Combined Forces Command. Unless addressed, this situation will make it impossible to credibly maintain the Armistice.... Therefore, when Combined Forces Command inactivates, we must organize ourselves so we have unity in our chain of command from armistice through crisis escalation and into war, should war break out.” 이 부분을 주한미군은 다음과 같이 번역을 해놓았다. “연합사 해체시 유엔군 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이 보유하고 있는 DMZ와 다른 지역에 배치된 한국 전투 부대에 대한 즉시적인 접근권한이 없게 됩니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전을 신뢰할만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연합사가 해체되면, 우리는 조직을 정비하여 정전에서 위기가 고조되어 전시로 전환될 때 유엔사 지휘관계에서 하나의 통합이 필요합니다.” 영문으로든 한글로든 몇 번을 더 읽어도 전시엔 유엔군사령관이 한국군을 지휘하겠다는 해석이나 추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이나 유엔군이 한국군의 지휘를 받기 위해 ‘지휘체계에서의 통합 (unity in our chain of command)’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주한미군의 1월 23일 반박 성명은 언론의 추정이 틀리다고만 주장할 뿐, 그렇게 추정될 수밖에 없는 사령관의 위와 같은 발언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벨 사령관의 발언과 관련하여 아마 가장 먼저 의혹과 비판을 제기한 이시우 ?통일뉴스? 기자 겸 사진가에 대해 서울경찰청이 그 무렵부터 내사에 착수했다가 1월 27일엔 그의 집과 작업실에 대해 압수 수색을 하고 다음날엔 친구의 집까지 압수 수색을 벌였다고 한다. 주한미군 기지와 무기 배치 현황 등 군사 정보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혐의란다. 그의 글과 사진이 중요한 군사 정보라 할지라도 2-3년 전에 ?통일뉴스?를 통해 발표되었던 것인데 이제 와서 문제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인터넷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 단체들과 여러 시민 사회 단체들이 1월 29일 공동 성명을 통해 밝힌 것처럼 유엔군사령부와 관련하여 오랫동안 연구해온 이 기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아니겠는가. 마침 벨 사령관은 1월 9일 기자회견을 끝내면서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주주의에서의 언론, 즉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공정한 언론이야말로 민주주의를 활기차게 지켜주는 것입니다. 언론은 아마 민주주의를 활기차게 지켜주는 유일한 것입니다 (The press in a democracy, free, open, fair press, is the thing that keeps democracies vibrant. It’s probably the only thing that keeps democracies vibrant).” 이 말이 진정이라면, 주한미군이 서울경찰청에 이씨에 대한 내사와 처벌을 요청하지 않았더라도, 주한미군과 관련하여 이 기자가 탄압받고 있으므로 이를 중지해달라고 건의할 수 없을까. 벨 사령관이 강조했듯이 민주주의를 지켜주는 언론의 발전을 위해서 말이다. 이제 피신 중인데다 모든 자료를 빼앗긴 처지라 글을 쓰기 어려울 이 기자를 대신해 내가 추가로 의혹과 비판을 제기하고 싶다.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2012년경 환수하고 싶다는 노무현 정부의 요구와 달리 미국은 2009년까지 이양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2년 뒤 ‘준비되지 않은 한국군의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을 불러일으켜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갖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미엽합사령부를 해체하고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이양함으로써 주한미군은 중국과 대만 사이의 무력 충돌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에서의 군사적 돌발 상황에 자유롭게 대처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노무현 정부와의 약속을 지키면서 ‘국가 자주권 회복’을 주장해온 진보 세력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2009-2012년엔 한나라당이 집권해있을 가능성이 큰 것처럼 보이는데, 한나라당과 ‘조중동’ 그리고 장성 출신 등 보수 세력은 한국군의 작전통제권 환수 자체를 시기상조라며 이를 거세게 반대해온 터여서, 주한미군이 유엔군의 이름을 빌려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갖겠다고 하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지킬 수 있고, 진보 세력의 주장에 맞장구를 쳐준 뒤에는 보수 세력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불 때는 셈이 아니겠는가. 설사 이런 의도가 아닐지라도 유엔군사령관이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나 합의 없이 유엔군사령부의 역할과 권한 변경에 대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월권 행위란 말이다. 또한 벨 사령관은 유엔군사령부의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를 강화할 것도 제안했다. 이미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터에 정전협정과 관련된 기구와 역할을 강화하자는 것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역행하기 쉽다. 더구나 30여년 전인 1975년 유엔총회는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하지 않았는가. 이름뿐인 유엔군사령부와 껍데기만 남은 그 산하 기구들을 새삼스레 정비하겠다는 것은 정전협정을 부여잡고 냉전 시대로 되돌아가려는 발상으로 비친다. 나아가 그는 중립국감독위원회의 역사에 대해 오해나 왜곡을 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원래 북미 양쪽이 무기를 들여오지 못하도록 남북의 지정된 입국 항만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북한이 스위스와 스웨덴 대표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바람에 유엔군사령관이 1956년 이 위원회의 임무를 중단시켰다고 말했는데 이는 역사 왜곡이다. 정전 협정을 거부했던 이승만 정부가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들이 남한에서 간첩 활동을 벌이는 것 같으니 이 위원회를 무력화해달라고 미국에 거세게 항의하자, 미국이 스위스와 스웨덴에 압력을 행사하여 이 위원회 활동이 중단되도록 이끌었던 것이다. 이와 아울러 남쪽에 핵무기를 비롯한 최첨단무기의 반입을 검토하면서 정전협정 13조 무기반입금지 조항의 무효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는 북한의 억지도 아니고 남한의 추정도 아닌 미국 정부의 외교 문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내가 지금 해외여행 중이어서 자세한 날짜와 정확한 쪽수를 제시하기 어렵지만, 미국 국무부가 1993년 비밀 해제하여 펴낸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 1955-1957, vol. XXIII, Part 2, Korea에 실려있다. 수백 쪽에 이르는 문서집이지만 주한미국대사관 도서관에 있을테니 벨 사령관은 꼭 읽어보기 바란다. 아무튼 미국이 유엔군사령부의 이름으로 50여년 전에 일방적으로 중지시킨 중립국감독위원회의 임무를 새삼스레 강화하겠다는 발상은 생뚱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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