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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딸들아∼하늘나라에서 행복하니? 너희가 아빠를 다시 태어나게 했단다∼
[송파구]딸들아∼하늘나라에서 행복하니? 너희가 아빠를 다시 태어나게 했단다∼
  • 홍귀현
  • 승인 2006.08.08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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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대표, 씨랜드 사고로 쌍둥이 딸 잃고 어린이안전지킴이로 새 삶
고석(43·송파구 마천동) 한국어린이안전재단 상임대표 겸 어린이안전교육관장이 최근 석사논문 '어린이 안전교육 효과성 검증에 관한 연구'를 통해 어린이 안전교육에 대한 화두를 우리 사회에 다시 던졌다.

"근본적인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대책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보다는 임시 처방식의 대책을 서둘러 내 놓기 바쁜 실정"이라고 전제한 고 관장은 "어린이 안전문제야말로 모든 부모와 교사, 가정 그리고 사회적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문으로 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고 관장은 2005년 3월 서울 송파구에 개관한 국내 최초의 체험식 어린이안전교육관을 모델로 안전교육이 유아의 안전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밝힘으로써 교육의 효과를 검증했다.

송파구에 위치한 유치원 7세 아동 38명을 대상으로 실험집단·비교집단으로 검증한 결과 안전교육이 유아의 안전문제 해결능력 및 안전지식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가정 내 안전 ▲교통안전 ▲화재안전 ▲유괴·성폭력안전 등 체험식 어린이안전교육관에서 실시되는 분야별 초점을 맞춘 전문 안전교육과정 사례 중심으로 유아의 안전문제 해결사고에 대한 차이를 분석, 어린이 안전교육 전반에 관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실증적 결과를 얻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7년 세월 속에 쌍둥이 딸 보낸 피 끓는 부성애 고스란히

국립대 화학과 졸업 후 국내 유수의 제약회사 마케팅본부에서 고액의 연봉을 보장받았던 고 관장. 그가 어린이 안전 지킴이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건 지난 99년 화성 씨랜드 화재로 가현·나현(당시 만6세) 쌍둥이 딸을 잃고나서였다. 유족대표로 사고 뒷수습은 물론 보상기금을 모아 한국어린이안전재단 설립·운영까지 지난 7년의 세월 속에 두 딸을 잃은 피 끓는 부성애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도저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고 밝힌 고 관장은 그동안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비상근직 상임대표로 있다, 작년에서야 100만원 남짓 상근직 어린이안전교육관장을 겸하게 됐다. 부족한 생활비는 초등학교에서 특기적성교육 교사로 일하는 아내가 벌어 충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안전지킴이의 삶을 버리지 못하는 건 "일을 통해 아이들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고 관장의 아내인 장모(39세)씨를 비롯 당시 자녀를 잃은 19명 아이의 엄마들은 사고 후 심각한 우울증 증세에 시달렸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졸중 전구 증상을 보인 장씨 역시 평생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처지가 됐다. 당시 3살이던 쌍둥이 자매의 여동생은 초등학교 3학년, 이후 쌍둥이 딸 대신 얻은 아들도 벌써 4살이 됐지만 고씨 가족에게 그 날의 사건은 금기시되고 있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불쑥불쑥 짜증을 내는 아내나 애써 모른 척 하는 저도 결코 잊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살아있는 동안 평생 안고 가야겠지요."

이 때문에 고 관장은 생존자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에 관한 논문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감정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는 지도교수의 지적에 포기했다. "사고 후 이사를 해 주변에서도 모르고 있다"고 덧붙인 고 관장은 씨랜드 유족 가운데 그나마 새롭게 아이를 낳은 가정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아예 이민을 가버린 경우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 쌍둥이 딸과 맺은 약속

"어이없는 사고로 더구나 어른들의 잘못으로 희생되는 어린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따름"이라고 밝힌 고 관장은 "남아있는 아빠로서 쌍둥이 딸과 맺은 약속일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리나라 어린이 사고 발생원인 1위는 단연 교통사고.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은 작년부터 교통안전공단(이사장 박남훈)과 유아보호용장구(카시트)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이 때문일까? 한국어린이재단 홈페이지는 카시트 대여 차 방문한 이들의 추모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나니 이 땅의 아이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에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러브맘), '내 아이를 잃고 미움에 살지 않고 다른 아이들을 위해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한다'(임미희), '가슴에 따뜻한 무언가를 안고 간다'(민쭈맘), '그날의 아픔... 저도 같이 마음에 꼭꼭 새겨두겠다'(이미경) 등 오히려 후원을 약속하고, 격려하는 네티즌들의 성원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저는 죽을 때까지 할 겁니다. 사실 '숙명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한 순간도 그 아이들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희생으로 남은 아이들의 비상식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었으니 위안을 삼아야겠지요."

아침 8시면 가장 먼저 출근해 직접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고 관장의 책상엔 너무 일찍 하늘나라에 가버린 '19명의 천사들' 사진이 놓여 있다. '두 손으로 셈하기에도 네 개나 남은' 당시 겨우 6살 두 딸도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중략) 장난기 많아/ 잠시도 가만 못 있는 아이야/ 두고 온 세상 궁금하여/ 무릎 꿇고 내려다보겠지/ 너희들 맑은 눈으로/ 이 세상 구석구석 보다가/ 무심한 어른들/ 욕심많은 어른들/ 심술궂은 어른들이/ 만들어 둔 웅덩이가 있거든/ 아이야, 너희들이 천사되어/ 꿈 속에서 일깨워 주려마/ 다시는 다시는/ 이런 슬픔이 없도록 말이다...(중략).'(추모시 '아이야'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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