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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과 김위원장의 만남을 기대한다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재봉 교수
노대통령과 김위원장의 만남을 기대한다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재봉 교수
  • 이재봉
  • 승인 2007.05.02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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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반 전 북한 핵개발 문제를 풀기 위한 6자 회담 2.13합의가 이루어진 뒤 관련 국가들은 다양하고 빈번한 만남을 가졌다. 금세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에 딴죽을 걸어온 한나라당까지 대북 정책을 바꾸겠다고 나설 정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방코델타아시아 (BDA)의 북한 자금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2.13합의 이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월 13일부터 두 달 안에 북한은 모든 핵시설을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을 받는 한편, 남한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하기로 하였지만, 4월 13일을 보름이나 넘기도록 진전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북한의 유연성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큰 것 같은데, 해외에서는 BDA 관련 약속을 먼저 지키지 못한 미국의 잘못 때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 같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든 미국이든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며 2.13합의를 깨지 않으려는 의지를 여전히 보여주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한편 2.13합의 이행이 주춤거리면서 남북 관계도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특히 통일부를 비롯한 남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가 아쉽다.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는 남북 관계의 근본적 개선이 어렵다거나 한반도 평화도 없다는 정책 기조와 주장을 앞세우고 6자 회담과 남북 대화를 연계시키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정부 관리들이나 보수적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의 ‘반 발짝 뒤에서’ 따라가는 게 안전하다고 말한다. 이에 봇물처럼 쏟아지던 남북 정상 회담 추진설도 사그라지고 있고, 그 대신 남한-북한-미국의 3자 정상 회담이나 남한-북한-미국-중국의 4자 정상 회담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위협에 맞서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해왔기 때문에, 북핵 문제는 먼저 그리고 궁극적으로 북한과 미국 사이에 풀려야겠지만, 그렇다고 한반도의 평화에 관한 문제를 통째로 북한과 미국에 맡겨놓는 게 바람직할까. 미국이 북핵 문제의 당사자이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정착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하지만, 남북 관계조차 미국의 바짓가랑이을 붙잡고 진전시켜야 하는 남한의 처지가 참 딱하다.
 


물론 남북 사이에 무슨 합의를 이루더라도 미국이 간섭하고 훼방을 놓으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구나 남한 안에서도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 정부가 남북 관계의 진전을 추구하는 진보 세력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미국의 눈치를 보는 보수 세력의 극심한 견제와 비판을 받는 처지에서,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펴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점을 이해한다. 따라서 북미 관계의 진전에 따라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게 실수와 비판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길이라는 인식에도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문제가 남한의 이익보다는 미국의 이익이 우선되는 방향으로 흐르더라도 남한이 이를 막거나 바꿀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남한이 ‘반 발짝 뒤에서’ 미국을 따라가기만 한다면 미국의 이익보다는 남한의 국익을 지킬 수 있는 평화 체제와 통일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4월 12일 국회에서 “남북 정상 회담은 남북 관계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한반도 비핵화에 도움이 될 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되었다. 남북 관계가 진전되고 핵 문제가 잘 풀릴 때 남북 정상들이 만나 악수하며 사진이나 찍는 소극적이고 형식적 회담보다는, 남북 관계가 잘 진전되지 않고 핵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남북의 최고 지도자들이 만나 장애 요인을 일거에 화끈하게 제거해버리는 적극적이고 실질적 회담을 추진할 수 없을까. 미국이 길을 열어놓으면 그 길을 따라가는 안전하고 소극적 자세보다는, 남과 북이 힘을 합쳐 길을 뚫어놓고 미국이나 중국에게 따라오라고 하는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정착을 추구할 수 없겠느냐는 뜻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남북 정상 회담을 추진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선뜻 응할지 의문이다. 국민의 지지를 폭넓게 받지 못하고 있으며 곧 물러날 노 대통령으로부터 김 위원장이 실질적으로 얻을 게 없다는 계산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덧붙여 남한 안에서는 한나라당이나 보수 언론으로부터 ‘정략적’이라는 경계와 비난을 받을 게 뻔하다. 그러나 어차피 정치인들의 거의 모든 언행이 정략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런 경계와 비판은 무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와대의 정상 회담 추진도 정략적이요 한나라당의 경계나 반대도 정략적이며 보수 언론의 트집이나 비난도 정략적인 마당에,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조금이라도 진전시킬 수 있다면, 정략적이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정상 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일시적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겠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는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언제 어디서든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진지한 고민과 토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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