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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그들의 '자살' 대한민국은 왜 막지 못했나
[기획취재]
그들의 '자살' 대한민국은 왜 막지 못했나
  • 문승희 기자
  • 승인 2007.06.28 0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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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놓여진 신발이 육지를 향해있는 이유는?
 


삭막하기만 할것같은 서울의 딱딱함을 柔하게 만들어 주는 한강, 사람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을땐 한강을 찾는다.  뜨거운 여름 열대야가 심할땐 맥주와 치킨을 사들고 강바람에 몸을 식히고, 몸이 둔해져서 운동이 필요하다 싶으면 강물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도 한다.  한강은 이런 사람들이 고맙다.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것도 즐겁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 사람들의 미소도 기분좋다. 하지만 반갑지 않는 손님도 있다. 한강의 품에 자신의 남은 인생을 바치려는 사람, 웃으며 즐겁게 살기에도 모자란 인생을 무슨 이유로 포기하려는지 한강은 안타깝기만 하다.

대한민국은 선진국 모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운데 자살률이 최고라는 불명예를 갖고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보건통계자료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의 자살자는 인구 10만명당 18.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3.1명, 포르투칼 4.2명, 이탈리아 5.7명등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20년간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한것에 대해 사회적 생존 조건을 지적했다. 갈수록 열악해지고 불합리해지는 현실이 현대인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는 것, 생명의 가치가 하락한것임에 틀림없다. 남녀의 자살의 행태를 보면 여성은 사별을 겪은 사람이 가장 많았고, 남성은 40~50대가 가장 많았다.  왜 죽음을 선택할까? 죽을 결심을 할만큼 용감했다면 그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는 없었을까? 뉴스에서 자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의문을 품게된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은 변하고 또 변한다. 고층건물이 하루아침에 뚝딱 지어지고,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법 했던 최신기계들이 쏟아져 나온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이쯤에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올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과학적으로 발전을 하고 있지만 반대로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극단적이고 충동적으로 변해간다.  남녀간의 혼인형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의식변화에 따라 이혼률이 높아지고 있다. 가정이라는 든든한 울타리에서 안정을 이루고 있던 사람이 이혼이라는 격변을 겪게 되면 개인 스스로 심각한 아노미를 경험하게 된다. 극복이 될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문제다. 세대가 바뀌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이 변해가는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자살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신종 사회범죄가 늘어나는것은 심각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변해가는 사람들의 성향이 문제일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버린 '대한민국'에 1차적 책임이 있다. 
 
남편을 사별하고 힘들게 살다 결국 자살 시도까지 해봤다는 한 여성(최은주[가명], 39세)을 만나봤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온 10년은 제게 악몽같은 세월 이었어요. 주위에서는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며 수근대고 다니던 직장에서도 회사 이미지가 안좋아진다며 내쫓더군요. 아이들은 '아빠 없는 애랑 놀지마'라는 세뇌를 받은 집 아이들 덕분에 학교에서는 늘 외톨이 였고요. 살길이 막막해서 장사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여자라면 대놓고 무시하는데 남편을 잃고 혼자라는 것을 알면 더더욱 하찮게 보더라고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혼자서도 자식 잘 키우는 여자들이 나오잖아요. 현실에서 그렇기는 힘들어요. 그것은 1%의 선택된 사람들일뿐 그 외는 아픔만 안고 살아가고 있답니다. 전과자들이 빨간줄이 그어진다고 하잖아요. 이혼이나 사별도 결국 전과자나 다름이 없어요. 제 마음속에 그어진 빨간줄이 결국 자살기도까지 몰고간것 같아요."
 
죽을상을 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한강은 반가울리 없다. 자꾸 자꾸 변하는 세상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한강을 찾아온다. 대한민국은 그들의 옷자락을 잡지 못했다. 어서가라 어서가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신발앞코는 대부분 강물이 아닌 육지를 향해 있다고 한다.  신발을 육지를 향해 벗어 놓는 것은 다 움켜지지 못했던 행복에 대한 미련의 표상이다. 따뜻한 손으로 그들의 지친 어깨를 위로해 주는 일, 대한민국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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