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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운전 중 성추행범으로 몰린 경우의 법리 판단
[기고] 운전 중 성추행범으로 몰린 경우의 법리 판단
  • 송범석
  • 승인 2014.08.18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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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일부 몰지각한 택시기사들이 술에 취해 잠든 여성 승객을 성추행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15일에는 택시 기사 A씨가 부산 연제구에서 뒷좌석에 잠든 22살 여성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져서 경찰에 붙잡혔는가 하면 같은 달 7일에는 강도를 잡아 포상까지 받았던 택시 기사 B씨가 여고생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10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는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범행 의도를 가지고 범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마땅한 처벌과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는 자동차를 이용한 강간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상당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송범석 모두다행정사대표

여기서 말하는 강간 등의 범죄는 살인, 사체유기 또는 방화, 강도, 강간 또는 강제추행, 약취, 유인 또는 감금, 상습절도(절취한 물건을 운반한 경우에 한함), 교통방해(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되어 교통을 방해한 경우에 한함) 등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간혹 문제가 되는 범죄 유형이 강간 또는 강제추행이다.
운전자는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잠결에 오해를 하거나, 혹은 상대방이 합의금을 뜯어낼 목적으로 자신이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가령 이런 사례다. 개인택시기사 C씨는 어느 날 아침 5시경 역 근처에서 남성 2명과 여성 1명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경유해서 시내로 진입을 하던 중 신호대기로 정차를 하게 됐다. 그때 옆에서 같이 신호를 기다리던 덤프트럭기사가 경음기를 울리며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을 보았더니 남자 승객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던 운전석 뒷좌석의 여성 승객의 치마가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올라가 있어 C씨는 딸 생각도 나고 해서 장갑을 낀 채로 여성 승객의 치맛자락을 내려주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그때 갑자기 여성 승객이 “이 사람이 나를 성추행했다”며 다짜고짜 C씨의 얼굴을 때리고 “성추행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면서 휴대폰을 들이대며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라고 하는가 하면, 남성 승객들도 욕설을 하며 C씨를 협박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후에는 승객들이 C씨에게 500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했던 사건이었다.

당시 경찰은 일행이 잠이 들어 있는 상태에서 C씨가 준강제추행을 했다는 이유로 운전면허를 취소했고 C씨는 억울하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는데, 중앙행심위는 C씨의 손을 들어줬다.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진술밖에 없고, 상식적으로 남성 승객 2명이 같이 타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승객을 강제추행하기도 곤란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처럼 억울한 사례라면 구제 가능성이 있겠지만 고의성이 있다면 응당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성추행범죄를 수사할 때는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범죄를 저지른 운전자가 “나는 그런 적이 없다”, “기억이 안 난다”고 발뺌한다고 해서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으면서 일목요연한 경우이며 자신이 강제추행 등을 당했다고 거짓으로 진술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다면 확정적인 물증이 없더라도 범죄행위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추행의 기준에 대해서 대법원은 ‘추행이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인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행위의 상대방인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중앙행심위는 피해자에게 음담패설을 하면서 여성의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2회 툭툭 친 경우에도 추행으로 판단한 바 있다. 따라서 운전대를 놓고 싶지 않다면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안 하는 것이 좋다.

한편 자신의 행위에 비해 처분이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이 되면 행정심판을 통해 무사고경력 등을 인정받아 처분을 감경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나오므로 애초에 마음을 바로잡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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