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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한국영화박물관
[서울시]한국영화박물관
  • 시미기자/최근모
  • 승인 2008.05.1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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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가 간다
한국의 유명 감독들이 할리우드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한다. 한류의 물결을 타고 배우들도 속속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며 오스카 시상식의 레드 카펫에서 토종 한국배우들을 보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역사란 기억되고 기록되지 않으면 한 여배우의 대사처럼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나봐"란 몇 마디의 말로 잊혀진다. 이미 우리는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 한국인 영화감독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영화는 홍콩 영화였지만 감독은 토종 한국인이었다. 바로 정창화 감독이다. 그가 연출한 73년 작 은 지금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에서 비슷한 장면을 오마쥬할 정도로 무협액션영화에서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헐리우드 전성시대,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 프랑스의 누벨바그 같은 영화사를 꿰뚫고 있는 영화광조차 한국영화의 과거 발자취는 낯선 세계이다. 그 미지의 세상에 다녀왔다. 머리를 삭발하며 영화 속 배역에 몰입했던 의 전설적 배우이자 감독인 나운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직접 돈을 들여 세계영화유산으로 남기려고 한다는 를 만든 김기영 감독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한국영화의 아버지이며 어머니이었던 그들이 온전히 함께 숨 쉬는 공간. 이 개관했다. 박물관은 새하얀 벽면 위를 필름모양의 줄들이 물결처럼 장식되어 있다. 그 위에 촘촘하게 새겨진 세계영화사의 극적인 사건과 영화들. 맨 위에는 우리 한국영화가 연대별로 적혀 있다. 그 둘을 비교하며 따라가다 보면 박물관의 입구가 나온다. 입구로 들어서자 한 사내가 팔짱을 낀 채 50년대 여배우의 사진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바로 의 김정림이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춤바람 난 대학교수 부인인 오선영역을 연기한다. 지금은 방송국 불륜드라마의 단골 소재 정도의 이야기지만 당시로써는 엄청난 사회적 논쟁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이라는 테마로 1903년 무성영화 시대부터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던 90년대와 현재까지 1기, 2기, 3기, 4기로 나누어 정리되어 있다. 1972년부터 1986년에 이르는 시간은 한국영화의 가장 어두운 암흑기였다. 당국의 검열로 중간 중간 잘려나간 필름들이 영사기에 걸려 상영되곤 하였다. 80년대에는 검열의 가위를 피하기 위해 에로티시즘을 표방한 영화들이 양산된다. 실소가 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 웃음 뒤에 밀려오는 씁쓸함이 마음 한 구석을 아프게 한다. 하길종 감독의 75년 작 도 검열의 가위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영화의 초반 미니스커트와 장발족을 단속하는 경찰의 모습이 나오는데 이 장면이 살아남은 것은 검열관들이 이 부분을 당국의 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나 하는 아이러니한 상상을 해본다. 당시의 영화감독들에게 검열의 칼날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한 유명감독의 육필원고에서 느낄 수 있다. “메가폰을 놓으며...” 라는 서두로 시작하는 이 고통의 글은 자신의 작품에 수십 차례의 가위질이 행해졌고 수많은 고뇌 속에 결국은 메가폰을 놓고 영화판을 떠나겠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이 글을 쓴 감독은 그 이후로 십여 년 동안 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눈물나는 시기에도 영화는 꾸준히 만들어졌다. 그런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90년대에 들어 한국영화는 르네상스 시대를 열게 되고 지금에 이르게 된다. 작고하신 신상옥 감독의 부인이자 60년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최은희의 소장품이 보인다. 기증 자료인데 배우들이 연기 들어가기 전, 쓰는 분장도구이다. 당시의 배우들은 메이크업 도구들을 가지고 다니며 직접 분장을 했다고 한다. 화려한 청색비단에 싸인 화장용 붓과 색색의 미용 연필들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반면 정창화 감독이 기증한 당시의 촬영카메라에는 이런 소개 글이 있다. "정창화 감독이 작품을 만들 때 실제로 사용했던 카메라이다. 이 카메라의 촬영감독은 촬영 당시 사고로 숨졌다" 그때 시절의 영화인들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 화려함 속에는 목숨까지 걸며 영화를 찍는 예술혼과 땀이 들어 있다. 그런 자식 같은 작품을 검열이라는 가위에 난도질당하며 숱한 역경을 뚫고 우리 세대에게 바톤을 이어준 한국영화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는다. ▶ 한국영화박물관 http://www.koreafilm.or.kr/museum/about/use.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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