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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바비킴 대한항공 난동'…음모론의 '보이지 않는 손'
[칼럼]'바비킴 대한항공 난동'…음모론의 '보이지 않는 손'
  • 한승범
  • 승인 2015.01.12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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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가수 바비킴(본명 김도균)이 지난 7일 인천발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대한항공 여객기 기내에서 만취 상태로 고성을 지르고 여성 승무원에게 성희롱을 하는 등 난동을 피워 미국 현지에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맥신코리아 대표 한승범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바비킴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갑자기 바비킴을 옹호하고 대한항공 처사를 비난하는 이상한 여론이 생기기 시작했다. 곤경에 처한 대한항공이 ‘땅콩 회항’ 사태를 덮기 위해 선량한 바비킴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소위 ‘대한항공 설계론’이 그 요지이다. ‘바비킴 대한항공 음모론’이 온라인을 넘어 이를 일부 언론이 보도하며 그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음모론은 늘 신선하고 재미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김현희 KAL기 테러 사건 조작설과 같은 전통적인 음모론부터 최근의 천안함 폭침설과 세월호 미군 잠수함 충돌설까지 온갖 음모론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바비킴 기내 난동 설계’에 대한 가상의 ‘조현아 일병 구하기’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자.
1. 대한항공은 ‘땅콩 회항’ 사태를 덮을 ‘기내 난동·성추행 의혹’ 사건을 기획하고 국정원, 청와대, 언론사, 미 FBI 비선라인에 협조 요청을 한다. 유관 기관 협조를 얻어 승업할 충분한 마일리지를 가지고 있고, 흥분하면 술을 마시고 ‘기내 난동 및 성추행 의혹’을 일으킬 만한 적임자를 찾아낸다. 파급 효과가 커야하기에 유명 연예인이어야 한다. 동시에 바비킴의 본명인 김도균의 동명이인을 찾아 샌프란시스코행 항공기에 같이 탑승시킨다.
2. 공항 대한항공 지상요원과 탑승할 승무원들을 섭외하여 바비킴이 승업한 비즈니스석 티켓을 동명이인인 제2의 김도균에게 고의로 전달하고, 바비킴은 이코노미석으로 보내 화나게 만든다. 이 문제로 항공기 출발을 일부러 지연시켜 더욱 화를 돋 군다. 탑승한 뒤 흥분한 바비킴에게 여자 승무원이 고의로 접근해 와인을 취할 때까지 제공한다. 다만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대한항공 직원들의 비우호적인 정서로 대한항공을 위해 살신성인할 수십 명의 직원을 선발해야 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4. 사전 교육을 받은 여자 승무원이 만취한 바비킴에게 접근하여 고성을 지르게 하고, 여 승무원의 전화번호와 미국 호텔을 묻는 등의 성희롱을 유발시킨다. 더욱이 성추행 의혹까지 일게끔 만든다. 바비킴이 난동을 일으킨 후 그제야 남자 승무원이 와서 사태를 진정시키고 미국에 이 사실을 통보해 미국경찰과 FBI 조사를 받게 만든다. 그리고 이 사실을 언론사에 유포해 ‘땅콩 회항’ 사건을 희석시킨다.

이 정도의 ‘조현아 일병 구하기’ 프로젝트는 아마도 미국 CIA, 구소련 FBI, 국정원과 대한항공이 연합해도 설계·실행하지 못할 정도의 ‘미션 임파서블’이다. 전지전능한 신도 이런 일을 수행하는데 작은 실수가 발생할 것이다. 더구나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바비킴 난동 사건’으로 다시 언론에 회자되는 것이 더 곤혹스러울 것이다.

십분 양보해 제기된 의혹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해 보자.
가. 정당하게 마일리지로 비즈니스석으로 승업한 바비킴에게 왜 이코노미석을 주었는가?
- 동명이인인 제2의 김도균과 같이 탑승해 일어난 해프닝으로, 같은 이름이 많은 한국인들에게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물론 대한항공의 명백한 실수이다.
나. 이미 술에 취한 바비킴에게 계속 술을 제공한 대한항공의 저의는 무엇인가?
-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과도한 친절 때문이다. 술취한 승객이 계속 와인을 요구해도 제공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와인을 안 줬다고 난동을 부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바비킴은 유명 연예인인데다 이코노미석으로 잘못 제공한 원죄가 있기에 와인을 안 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필자는 96년 가을 모스크바행 대한항공 기내에서 술에 취한 러시아 마피아들이 서로 집단 패싸움을 벌인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다.
다. 만취한 바비킴에게 왜 여성 승무원이 계속 와서 성희롱을 유도했는가?
- 누구나 알다시피 대한항공 승무원은 대부분 여성이다. 그 어느 누가 바비킴이 그런 황당한 난동을 부리고, 성희롱할 것을 미리 예측하고 남자 승무원이 담당하게 만든단 말인가? 설사 그런 것을 미리 예단하고 처음부터 남자 승무원이 바비킴 한명만을 전담했다면 자신을 범죄자 취급한다고 나중에 대한항공을 고소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다. 특히 ‘나’ 항과 ‘다’ 항의 의문제기는 성희롱을 당한 여자 승무원을 무슨 꽃뱀 취급하는 것이며 대한항공을 공모자로 만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대한항공은 피해 여자 승무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런 ‘대한항공 설계’를 제기하는 일부 누리꾼에 대해서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땅콩 회항’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는 나라가 어디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동아시아 항공 패권을 가지고 대한항공과 치열하게 싸우는 일본일 것이다. 당연히 일본은 ‘땅콩 회항’ 사태 초기부터 대서특필했고, 대한항공을 희화화하며 좋아했다. 이는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땅콩 회항’ 사태로 대한항공이 타격을 받으면 반색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바비킴 난동 대한항공 설계’ 음모론은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가 아닌 진보 성향의 오유(오늘의 유머)에서 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더구나 여자 누리꾼들이 가장 싫어하는 성희롱·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황당한 ‘여자 승무원 꽃뱀’ 음모론까지 들먹이며 바비킴을 옹호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땅콩 회항’ 사태를 둘러싸고 온라인상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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