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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7]성동구, 삼표레미콘 공장이전 '구민들이 나서야 할 때'
[기획특집 7]성동구, 삼표레미콘 공장이전 '구민들이 나서야 할 때'
  • 최진근 기자
  • 승인 2015.02.25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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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민 여론조사 실시하자!!

[한강타임즈 최진근 기자] 우여곡절 많은 뚝섬 부지

요즘 젊은 연인들 말 중에 희망고문이라는 말이 있다. 희망을 품지만 결과적으로 좌절을 맛보는 경우를 뜻한다. 10년이 다 되도록 희망고문을 당하는 주민들이 있다. 바로 성동구 응봉동과 성수동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2005년 서울시가 4조원의 개발이익을 포기하고 시민의 숲으로 만든 서울숲공원은 현재 연간 700만명이 다녀간다. 이용하는 사람 자체도 자연과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이 되는 그야말로 서울과 성동구의 명소가 됐다. 누구라도 도심 한복판에서 봄이면 벚꽃나무 길을, 여름이면 바닥분수의 시원함을, 가을이면 은행나무, 단풍나무길을, 겨울이면 새하얗고 고요한 조각공원의 운치를 즐길 수 있다. 사시사철 사슴과 토끼가 보호된 자연 속에서 자라나고, 나비와 곤충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회색빛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정신에 자연의 풍요롭고 자유로운 넉넉함으로 활력과 위로를 주기에 부족함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거대한 녹지 프로젝트가 어쩐지 미완성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주 원인은 성수대교에서 서울숲사거리를 지나 응봉교와 한양대 방면으로 향하는 도로 좌측 중랑천변에 위치한 레미콘 공장 때문이다.

▲ 응봉동에서 내려다 본 공장부지

10년 묵은 이 희망고문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흩어진 계열사를 한데 모을 본사 건립 계획을 세운다. 그룹의 역량을 높이고, 부수적으로는 자동차테마파크를 조성해 브랜드 이미지를 견고하게 할 비즈니스센터를 구상한 것이다. 서울숲 옆 레미콘 공장 부지는 강남 진입에도 용이한 교통상의 장점과 한강과 중랑천이 맞닿는 친환경적 수변의 입지에 더해 강북의 랜드마크로서 기능을 하기에 더할 나위없는 공간이었다. 110층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세워지면,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 경제활성화, 지역의 위상이 높이지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주민들이 가장 기뻤던 것은 레미콘 사업의 특성상 그간 각종 소음과 분진 등의 공해를 낳고, 도로파손 등 생활불편과 보행 위험을 초래했던 공장이 이전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는 2007년 리서치21에서 시행했던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 필요성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구민의 97.4%가 공감한다고 응답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급물살을 타며 진행되던 일이 해가 지날수록 난항을 겪었다. 서울시가 스카이라인 규제를 발표하면서 한강변의 초고층 건립이 어려워졌다. 중랑천과 한강에 인접한 뚝섬부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장이 없어진 서울숲 인근의 새로운 조감도를 보며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를 오매불망 기다리던 주민들의 희망이 함께 꺾이기 시작했다.

주민들 "고통호소" 왜 원성 커졌나?  성동구민 여론조사 실시하자!!

▲ 도시재생사업 주민 공청회에 참여한 주민들 모습

주민들의 인내와 좌절

지난해 9월 현대그룹은 결국 뚝섬에서 발길을 돌려 한전부지로 향했다. 세간은 현대그룹이 한전부지를 얻기 위해 써낸 천문학적인 금액에 열띤 취재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그 열기는 서울숲과의 부조화를 이루는 레미콘 공장의 위치와, 공장의 이전에 대한 희망을 품고 10년 가까이 고스란히 그 공해를 참고 견뎌온 성동구 주민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조금도 조명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2006년부터 레미콘 공장 이전에 대한 서명부를 서울시에 제출하는 등 기회가 되는 대로 입장표명을 해왔다. 서울숲 옆에 위치한 성수중고등학교의 학부모의 경우, 자전거로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많은 1차선 길까지도 레미콘 차와 대형덤프트럭이 하루에도 수십대가 전용도로처럼 오가는 통에 여기저기 도로가 파였다고 전했다. 시멘트 가루와 흙먼지를 날리며 굉음을 내는 통에 겪는 복합공해는 이루 말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는 서울숲다운 서울숲을 완성하자는 것이다. 현재 서울숲공원을 가기 위해서는 자가용이나 분당선 서울숲역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버스를 통해 이동한다. 그런데 이 버스가 정차하는 곳들은 다름 아닌 공장지대 앞 대로변이다. 공장의 이전은 공원의 접근성과 안전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의견은 수변과 녹지공간, 강남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살려 성동구의 재원이자 강북의 랜드마크를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엇이 됐든 이런 희망사항은 레미콘 공장의 이전 결정을 기초로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다.

▲ 서울숲 갤러리아 포레

도시재생지역으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곳

현대가 눈독을 들였지만, 돌아서야만 했던 레미콘 공장 부지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최근 ‘싱가폴’ 하면 공식처럼 ‘마리나베이샌즈’가 입에 오르내리는 것처럼, 수변공간을 활용한 관광지 조성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사다. 대표적 문화공간인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이탈리아 ‘토리노’는 본디 ‘피아트’ 자동차 공장 본사가 있던 지역이다. 공장이 이전하고 난 뒤 이 지역에서는 민관이 협력해 도시재생을 시작했다. 공장 건물의 틀은 그대로 남겨둔 채 내부를 탈바꿈시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공장 이전과 함께 필연적으로 인구수가 감소하긴 했으나 도시의 노력으로 동계올림픽과 유니버시아드와 같은 세계적 행사를 꾸준히 유치하며 도시의 명성을 높이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가소메터’도 비엔나 시의 가스저장소이자 공장이었다. 현재는 공장의 가동 중지 후 내부요소들을 해체하고 외양만 남아있던 것을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오랜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최종적으로는 600여 개의 주거용 주택과 학생 기숙사, 유치원, 서가와 연방기록보관소, 주차장, 대단위쇼핑단지, 영화관, 음악홀, 음식점 등의 복합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도시의 흉물이 될 뻔한 가스저장소라는 외관이 역으로 더욱 특별한 주거공간이 되어 현재는 30~40대 젊은 부부들이 아주 선호하는 건축계의 명물이 됐다.

반쪽짜리 서울숲으로 남을 것인가?
강북 랜드마크에 화룡점정이 될 것인가?

기업의 결단, 성동구와 주민 결속이라는 박자가 맞아야 할 때

레미콘 공장이 최초 설립됐던 1968년과 달리 지금은 서울숲공원을 포함해 초고층 대규모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 등이 주변에 밀집하며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이렇듯 도시는 끊임없이 주민들의 생활양식에 따라 변화한다. 서울숲이라는 자연과 주거용지, 통학로, 수변이라는 주위 환경을 고려할 때 공장 부지의 임차인인 삼표 측과 임대인인 현대제철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기업의 본질이 이윤창출이기는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 또한 중요한 시대가 아닌가.

한편, 공장 이전과 관련 앞서 언급한 외국의 성공적인 사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도시재생에서 정부나 공공기관의 역할이다. 성동구는 먼저는 흩어진 주민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레미콘 공장 부지의 이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연결하고, 공장 이전이 결정된 후에는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재생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반쪽짜리 서울숲으로 남을지, 서울의 허파이면서 강북의 랜드마크로 변화할지는 이제 기업과 주민, 성동구의 선택에 달렸다.

▲ 서울숲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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