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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스릴러 영화 '나이트 크롤러'
[영화]스릴러 영화 '나이트 크롤러'
  • 황인순 기자
  • 승인 2015.03.02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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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맨홀 뚜껑이나 철조망 등을 훔쳐 고물상에 팔아넘기는 일을 하면서 사는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은 우연히 마주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현장 특종 영상을 언론사에 팔아 생활하는 나이트 크롤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 일이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블룸은 작은 캠코더 하나를 사 나이트 크롤러 생활에 뛰어든다. 지역 방송사 편집장 니나(르네 루소)에게 능력을 인정받은 블룸은 더 큰 특종을 만나기 위해 현장을 조작하기에 이른다.

홍보 문구(당신이 본 뉴스는 진실인가?)만 보면 영화 '나이트 크롤러'(감독 댄 길로이)는 흡사 스릴러의 외피를 가진 사회고발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영화는 사회고발영화의 외피를 두른 '스릴러'다. 이 홍보 문구 앞에는 한 가지 단서(특종을 위한 완벽한 조작)가 붙는데, 이 단어들이 중요한 것은 영화가 스릴러적 흐름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 나이트 크롤러, 영화

영화는 중반부까지 스릴러 '냄새'만 풍긴다. 냄새라고 표현한 이유는 주인공 루이스 블룸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지 않아서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트 크롤러라는 직업은 특정 사건의 외곽에서 그 사건을 취재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후반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영화는 루이스 블룸의 나이트 크롤러 활극에 가깝고 블룸이 직접 개입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관객을 스릴러 장르 안으로 급격히 끌어당긴다.

댄 길로이 감독의 연출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길로이 감독은 자신이 의도한 그대로 관객의 혼을 '서서히' 빼놓는 데 성공한다. 영화 서사 흐름을 시간 순서대로 1~10으로 나눌 수 있다면 '나이트 크롤러'는 1~7까지는 약하게, 8은 중간 세기로, 9와 10은 강하게 관객을 타격한다. 스릴러 영화를 스릴러처럼 보이게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연출가들이 흔히 하는 실수인 '모든 장면에 힘을 주는' 패착이 '나이트 크롤러'에는 없다.

'나이트 크롤러'는 블룸의 사소한 행동이나 말투, 주변 인물들의 반응 등으로 분위기를 서서히 끌어올린다. 가령 블룸이 철조망을 훔치다가 다른 도둑과 마주쳤을 때 보여주는 능청스러움, 훔친 자전거를 팔아넘길 때의 화법을 통해 블룸이 어떤 인물인지 슬쩍 보여준다. 블룸이 처음 사건을 조작하는 장면(시체의 위치를 옮기는 모습)을 클로즈업을 통해 강조하기보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슬쩍 넘어가는 장면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암시하기도 한다. 일종의 밑밥을 쉬지 않고 심어뒀기 때문에 마지막 사건으로 관객을 휘몰아칠 때의 충격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나이트 크롤러'는 치명적인 단점 한 가지를 안고 있다. 더 극적인 사건을 만들기 위해 현실성을 일정 부분 거세했다. 이 다분히 의도적인 실수는 후반부에 집중된다. 블룸이 경쟁 나이트 크롤러를 제거하는 방식, 스릴러 영화에서 가장 많이 생략하는 부분인 경찰의 무능함, 그 흔한 CCTV 하나 없는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의 상황은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중반부부터 흡사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로 보이는 블룸의 모습은 단순히 이 영화를 정신적 장애를 가진 한 인물이 저지르는 범죄극으로 보이게 해 이 영화가 가진 주제의식 자체를 흐린다.

15㎏을 감량하고 나이트 크롤러 루이스 블룸이 된 제이크 질렌할의 징글징글한 연기가 러닝타임 내내 꿈틀댄다. 흡사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같고, 서서히 목표물에 접근하는 뱀 같은 모습을 보여준 질렌할의 연기는 충분히 인상적이다. 특히 깔끔하고 정돈된 외모와 지적인 말투를 어떤 악역보다 섬뜩하게 풀어낸다.

'나이트 크롤러'는 천박한 언론에 대한 고발, 고용 문제 등 현대 사회의 병폐를 루이스 블룸을 통해 드러낸다. 하지만 날카롭지는 않고 깊지도 않다. 괜찮은 스릴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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