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정보가 바꾼 상권…특화상권 지고, 이면상권 뜬다
정보가 바꾼 상권…특화상권 지고, 이면상권 뜬다
  • 장경철 기자
  • 승인 2015.04.11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심거리에서 떨어져나온 독특한 가게들 모여 이제 '뒷길' 더 큰 인기 몰이

[한강타임즈 장경철 기자] '이대 웨딩거리'나 '아현동 가구거리'와 '종로 귀금속거리' 등은 서울에 대표적인 특화거리로 꼽힌다. 수십년 전부터 형성된 상권으로 같은 업종의 점포가 모여 있는 특화거리지만, 명성은 예전만 못하다. 반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곳이 각광받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이대 앞 상권은 한 때, 결혼을 앞둔 젊은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새로운 디자인의 트렌드를 이끌었고, 패션에 민감한 여성이라면 이곳을 둘러보지 않고는 결혼식을 준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차츰 줄면서 100여개에 달하던 웨딩샵들은 하나 둘 다른 업종에 자리를 내줬고, 이제는 30여개만 명목을 잇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 1998년 붙여진 특화거리란 이름도 무색해졌다. 북아현동 가구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때 권리금까지 얹어 주며 거래가 이뤄지던 상가 시세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서울지역 주요 상권으로 통하던 '종로 귀금속거리'를 비롯해 '충무로 애견거리' '아현동 가구거리' 등 서울 특화거리의 상가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두터운 수요층과 함께 인근 지역 대비 높은 상가시세를 유지하던 특화거리였으나 이제는 줄어드는 상권 때문에 빈 점포가 넘쳐나는데다 현지 상인들 역시 가게를 비우고 나가는 실정이다.

호황기일 때는 충무로 애견거리 내 상가들에 권리금이 보통 1000만원에서 많으면 5000만원 이상 붙을 정도였고 특화거리라는 프리미엄으로 상가 임대료 외에 웃돈을 얹어야 가게를 얻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게 없다는게 충무로 중개업소의 이야기다. 종로구 종로3가 일대에 밀집한 귀금속거리도 역시 충무로 애견거리와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게 현지 상인 및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매물로 나온 귀금속 상가 물량은 거의 1년 전 대비 30%에서 많게는 40%까지 증가했고 통상 5000만~1억5000만원 이상 권리금이 붙던 가게도 이제는 들어오고 싶어하는 세입자가 없을 정도로 일대 상권이 많이 약화되었다.

월세도 하락하는 추세다. 원래 보증금 6000만원에 월 임대료 120만~140만원이던 상가였는데 지금은 보증금 4000만원에 월 임대료 110만원으로 내린 상태다. 건물주도 20% 정도 할인된 임대료로 재계약을 하자고 제의할 정도다.

서울 주요 특화거리에 따라붙던 권리금은 고사하고 우후죽순 들어섰던 상가들도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라 상권이 연일 쇠퇴기를 겪고 있으며 상인들끼리 힘을 합쳐 특화거리 살리기에 나서는 것도 역부족이다.

반면 뒷길 상권으로 불리는 서촌과 경리단길은 소위요즘 '뜨는 거리'다. 이들 거리가 뜨는 이유는 소비패턴의 변화를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가격 정보에 대한 것들이 모바일을 통해 워낙 쉽게 접근이 가능해지면서부터 특화상권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많이 위축되었다. 대중 교통뿐만 아니라 자가용 이동이 잦아지면서 접근성이 갖던 매력이 줄었고, 무엇보다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었던 정보를 모바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이들 상권은 명동이나 강남과 같은 번화가에 비해 사람도 많지도 않고 가게도 아기자기한 곳도 많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는게 업계는 이야기다.

서울 이태원과 강남 가로수길이 외국인의 필수 관광 명소로 떠오르면서 이들 거리의 뒷길인 경리단길과 세로수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색적인 소규모 가게가 밀집하면서 새로운 상권을 만들고 있다.

주말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서울 북촌. 한옥마을로 인기를 끄는 것은 물론 바로 길건너에 유명 관광지 인사동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녹사평역 인근 경리단길도 세계적 관광 명소인 이태원과 인접해 있다. 최근 서울 신촌과 압구정 등 주요 상권의 임대료가 주춤한 것과는 달리, 이태원과 신사역 임대료는 각각 8.6%, 3.7%가 오르며 이른바 '상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강남 가로수길의 골목골목은 '세로수길'이란 독특한 이름까지 붙여져 있는데 이렇게 중심가와 이어진 골목마다 이색적인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이곳은 또 다른 명소가 됐다.

이렇게 '뒷길' 상권이 만들어진 데는 SNS의 역할도 크다는 분석이다. 중심거리에서 떨어져나온 독특한 가게들이 모여 이제 '뒷길'이 더 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 따라 뜨고, 지는 길 알아보니, ‘SNS 열풍’ 뒷골목 점포 매매가 껑충

♯서울 삼성동 소재 금융회사에 다니는 30대 남성 직장인 박경한씨는 퇴근 후 신사동 가로수길을 즐겨 찾는다. 지인들과 가로수길 내 유명 음식점이나 이국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맥줏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돼서다. 소개팅도 여기서 자주 한다. 젊은 여성들이 가로수길을 선호해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로 대표되는 이면 상권(골목상권)이 20․30대 청년층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관광코스로 선호되면서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이면 상권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월 임대수익 400만원인 용산동 해방촌길 소재 지하 1층, 지상 3층 52평 건물을 18억원에 매입해 리모델링한 후 월 임대수익을 750만원으로 올린 투자자가 있고 투자수익률이 기존 2.8%에서 5.3%로 껑충 뛰었다.

▲ 서울 주요 이면 상권 점포 매매 시세

상가업계에서 따르면 대표적인 이면 상권으로 △역삼동 강남역 언덕길 △삼청동 북촌 한옥마을 △방배동 사잇길 △서교동 카페거리 △용산동 해방촌길 △이태원동 장진우거리 △이태원동 경리단길 △한남동 독서당길 등을 꼽는다.

이면 상권은 소득 상승과 함께 이색적인 분위기와 삶의 여유·낭만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 수요가 증가하면서 발달했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 스마트폰 등을 통해 맛집이나 최신 유행을 반영한 패션 편집숍 등 정보가 신속히 전파되면서 이면 상권의 발달을 촉진했다.

사람들 발길이 잦아지면서 이면 상권 몸값도 많이 올랐다. 이태원 경리단길의 경우, 1년 전에는 3.3㎡당 5000만원에 거래되던 곳이 지금은 7000만원까지 뛰었다.

서교동 카페 거리도 1년 전에는 3.3㎡당 4000만원이었으나 5000만원 안팎으로 시세가 형성되었고 삼청동과 가로수길 상권 중 인기지역은 3.3㎡당 1억원 중반까지 치솟았다. 강남역 언덕길은 3.3㎡당 7000만원 안팎, 서교동 카페거리 메인은 8000만원·안쪽 지역은 4000만~6000만원, 삼청동 북촌은 1억원을 호가한다.

시세가 오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무조건 돈을 번다고 생각해 묻지마 투자가 이뤄지는데 문화가 형성된 곳이어야만 손실을 피할 수 있는데 돈이 된다 싶으면 자본으로 무장한 대형 프랜차이즈 등 법인이 대거 진출해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하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상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상권이 흔들릴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은 기대수익률이 선(先)반영돼 실제 가치보다 비싼 게 보편적이라 상권 성장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비싸게 취득할 수 있다.

건물주 바뀌며 진통, 기존 손님 줄고 비용만 늘어

예를들면 경리단길이 유명해진 후 상인들인 장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매출는 몇 년째 제자리 수준인 반면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은 턱없이 올랐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리단길의 주요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최근 5년 기준으로 20~30% 오른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경리단길 초입부터 삼거리까지 100m 남짓한 주요 상가는 1~2년 새 최대 2배 가까이 임대료가 치솟을 정도였다.

부동산투자가 몰리면서 20억~30억원대 건물이 50억원대에 거래되는 등 높은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되자 건물을 팔고 동네를 떠난 건물주들도 늘었다. 도로를 낀 건물은 대부분 1~2년 새 건물주가 바뀌었다. 기존에 있던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더 싼 임대료를 찾아 중심 골목이 아닌 더 외진 골목과 주택가로 밀려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종의 투자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업계는 규정했다. 건물주나 임차인이나 상권이 활성화되면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발동, 건물주는 가격이 올랐을때 되도록 팔려고 하고 임차인은 임대료가 더 오르기 전 조금이라도 더 권리금을 챙길 수 있을때 나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경리단길과 비슷한 시기에 이름을 알린 서촌도 마찬가지다. 경복궁 서쪽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서촌이라는 불리는 이곳은 한옥마을 등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관광명소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내국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상권 활성화와 더불어 동네슈퍼, 세탁소 등 영세세입자들이 쫓겨나고 술집과 커피숍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며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