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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을 넘어 아리랑과 백두산으로
이재봉 교수
금강산을 넘어 아리랑과 백두산으로
이재봉 교수
  • 이재봉 교수
  • 승인 2008.08.05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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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엔 폭염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머물고 있는 미국 죠지아에서도 거의 35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고요.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더욱 무덥고 답답하게 만드는군요.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 금강산 관광객 피살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 ....

저는 지난 7월 2주간에 걸친 러시아 연해주-바이칼-몽골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금강산관광객 피살 사건에 관한 기사를 읽고 며칠 뒤 북녘 군인의 만행에 분노하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아무리 민감한 군사지역이라 할지라도 관광객이 중대한 정보를 얼마나 염탐할 수 있었겠으며, 비무장의 여인이 총을 든 군인에게 무슨 위협이 될 수 있었겠는가"며, "어떠한 상황에서든 비무장의 여성 관광객에게 보초병이 총을 쏴 죽인 것은 용서받지 못할 만행"이요 분명한 '살인 행위'라는 주장이었지요.

이런 주장에 답이라도 하듯 북녘 당국은 3일 다음과 같이 발표했습니다. "우리 군인이 군사통제구역 안에 들어온 정체불명의 침입대상을 발견한 것은 지난 7월 11일 새벽 4시 50분경 경계울타리로부터 북쪽으로 약 800m떨어진 지점이였다. 당시 전투근무 중에 있던 우리 군인은 날이 채 밝지 않은 이른 새벽의 시계상 제한으로 침입대상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가 남자인지 녀자인지조차 식별할 수 없는 조건에서 그의 신분을 확인할 목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서라고 규정대로 요구하였다. 그러나 침입자는 거듭되는 요구를 무시하고 황망히 달아나기 시작하였으며 공탄까지 쏘며 어떻게 하나 멈춰 세우려는 우리 군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도주하다가 끝내 발사된 총탄에 의하여 스스로 죽음을 초래하였다...."

위와 같은 북녘 당국의 발표가 사실이라 할지라도 저는 북녘 당국의 '인명경시' 풍조가 개선되기를 기대합니다. 북녘에서는 집단주의를 강조하며 국가가 있어야 개인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국가안보 (national security)보다는 인간안보 (human security)가 더 중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국가안보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인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있지 않겠어요?

한편, 이명박 정부는 철이 좀 들기를 기대합니다. 금강산관광객 피살 사건이 남북 사이의 문제이지 아세안지역의 국제문제가 아닐텐데, 아세안지역 안보포럼 (ARF)에 참석하여 주변 국가들에게 도움을 구걸하다 창피당한 게 너무 측은해 보입니다. 어린애가 싸우다 힘이 부치니까 어른들에게 달려가 고자질하며 상대 아이를 때려달라고 조르다가 거절당한 꼴 같아서 말입니다.

또한 금강산에서 불필요한 남쪽 인원을 추방하겠다는 북녘의 통보에 대해 남쪽 통일부는 "합의서 위반"이라고 반박했는데 이 역시 참 딱해 보입니다. 남쪽 당국은 남북 정상들의 합의인 6.15선언과 10.4선언을 헌신짝처럼 팽개치기 위해 나라 안팎에서 억지와 추태를 부리면서 북녘이 관광에 관한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하는 것이니까요. 똥묻은 개가 재묻은 개 나무라는 격 아닐까요? 북쪽의 일방적 행태나 합의 위반을 두둔하는 게 아니라, 남쪽의 궁색한 논리나 모순적 주장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북녘 당국의 행태를 고려하면 물질적 손해를 아무리 크게 보더라도 이명박 정부와의 기싸움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을 것 같은데, 줏대도 없고 철학과 논리도 빈약한 이명박 정부는 대북 관계를 어떻게 전개해갈지 난감해 보입니다.

이 때문에 은근히 걱정되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남북평화재단 및 남이랑북이랑 회원 100여명과 함께 9월 중순 쯤 주말을 끼고 4-5일 정도 평양시내와 아리랑 집단체조를 관람하고 묘향산과 백두산까지 관광하는 계획을 세워왔는데, 남북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남쪽 당국이 방북을 막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사실 백두산 자락에서 하룻밤 묵는 것을 포함해 4박 5일의 방북 일정이 남쪽의 민간단체와 북녘 당국 사이에 거의 합의된 상태거든요.

금강산에서의 비극을 넘어 아리랑 관람과 백두산 관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라도 남북 관계가 진전되기를 기대합니다. 무더운 날씨와 꽉막힌 정국이 짜증나게 하지만,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해 우리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궁리하며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2008년 8월 4일 미국 죠지아에서 이재봉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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