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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90세 실향민의 자전거의 꿈
[기고]90세 실향민의 자전거의 꿈
  • 이영진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30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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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어요. 70년동안 기다려 오면서 내 고향을 이 자전거를 타고가면 4시간 이면 충분

이영진(전)한양대 특임교수/보건학 박사
이영진(전)한양대 특임교수/보건학 박사

 

한데 여기서 주저 앉으면 그걸로 끝이예요....” 일산에 사시는 어느 90세 실향민은 매일 자전거를 타고 하루에 50Km를 동호회원들과 함께 달린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어김없이 부르는 노래가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고향의 봄 동요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마치 내 고향으로 가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아지고 힘든 줄도 모른다며 오른팔을 불끈 쥐며 근육 자랑까지 하신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진을 보면 건장한 중년남자 같아 보이지만 함께 타고 다니는 젊은 동호회원들은 연로하신데 너무 무리하신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실향민은 “우리도 장애인이야 왜 그런줄 알아? 육체적인 장애인도 있지만 우리는 마음의 장애인이야. 향수병을 너무 오래 앓고 있잖아.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우울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많아 때로는 무기력증이 나타나기도 하지. 마음의 고통은 결국 육체의 무기력으로 드러난다며 70년간이나 앓고 있는 향수병 때문에 마음의 장애인이야” 라고 하신다.

소학교 다니면서 개울가에서 물장난 하던 기억이 고작이야. 그나마 고향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내 고향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가면 더욱 마음이 아프고 우울해진다며 그럴수록 이를 악물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거다 라며 한참을 넋두리 하신다.

특히 우리나라 1급 시각장애인이 최초로 세계4대 극한 마라톤에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100Km를 38시간만에 완주하는데 눈이 보이지도 않은데도 손목 끈 하나만 믿고 쉬임없이 달려서 완주했다며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면서 한국인은 대단한 민족이지  거기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하신다.

그러다가 사실은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면서 이내 속내를 털어놓다가도 정신은 육체의 고통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며 내가 자전거를 매일 타야하는 이유라며 설명하신다.

이렇듯 수많은 실향민들은 지척이 고향으로 뻔히 바라보면서도 갈수 없다는 것이 더 큰 고통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마음의 고통을 잊으려고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하소연에 할 말을 잊는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라는 노래를 온 국민이 불러도 아직도 대답이 없는데 90세가 다 되어가는 실향민의 내 고향 방문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월드컵 4강신화를 만든 구호가 바로 “꿈은 이루어진다” 였다. 붉은악마들의 선창으로 온 국민이 함께 목이 터져라 부르던 떼창은 지구을 뒤 흔들고 전 국민이 붉은색의 옷을 입고 대한민국 전국을 붉게 만들어 버리자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우리는 그 때의 꿈과 희망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실향민들은 ‘보릿고개’란 노래를 모두 부를 줄 안다.

언젠가 TV에서 13살 트롯신동 정동원이 이 노래를 부르자 60대 진성 가수가 연신 눈시울을 붉히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장면이 방영된 적이 있다. 6.25때 피난민들이 바로 실향민이다. 그들은 먹을 것이 없어 나물들과 보리밥으로 죽을 끓여 먹으며 겨우 목숨을 연명하며 지내왔던 그 시절이 생각났을 것이다.

생생하게 기억하는 그 시절 그 아픔을 너무도 잘 알기에 “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주린 배 잡고 물 한바가지로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이 노래는 일천만 이산가족의 아픔을 노래하기에 모두가 따라 부른다. 다시한번 일천만명의 떼창이다. 그리운 내 고향을 자전거를 타고 꼭 가봐야 한다는 90세 실향민의 꿈도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원한다.

이영진 칼럼니스트

(전)한양대 특임교수/ 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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