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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상천 시인, “내 시가 어둠 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인터뷰] 박상천 시인, “내 시가 어둠 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 박수빈 기자
  • 승인 2022.06.10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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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그녀를 그리다’ 사별한 아내에 대한 깊은 그리움부터 서서히 일상을 회복하는 모습까지 담아내…

[한강타임즈 박수빈 기자] 살아가며 상실감을 가장 크게 경험하는 건 언제일까.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아픔은 ‘배우자와의 사별’이라고 한다. 배우자와의 사별은 우울감 등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우리 신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고 심각할 경우 심장에 모양을 변형시키기도 한다니, 그 고통은 가히 헤아릴 수 없다. 

일상을 소재로 삶의 의미를 찾는 박상천 시인은 예고 없이 찾아온 아내와의 이별을 회상하며 ‘어둠 속에 버려지는 일’과 같았다고 전한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의 일상 곳곳에 아내가 스며들어 있다며 여전한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10년 전과 다른 게 있다면 이제는 어둠 속에서 나와 일상을 회복해 나간다는 것. 

그 치유와 회복의 중심엔 시가 있었다. 온화한 표정의 박 시인은 아내가 떠난 후 그리움의 감정을 시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치유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어 사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시를 통해 공감하고 위로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도서 '그녀를 그리다'의 박상천 저자
도서 '그녀를 그리다'의 박상천 저자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이번에 나온 시집 ‘그녀를 그리다’의 저자 박상천이다. 1980년 《현대문학》지로 등단해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를 쓰고 있다. 

Q. 주로 어떤 시를 쓰는지.
 일상을 소재로 시를 쓴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있는 일상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시란 결국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갖고 있는 핵심적 시관이다.

Q. 이번 시집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정년퇴직한 후에는 그다지 바쁘지는 않다. 대학교수로 있을 땐  참 바쁘게 살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직장인 대학에서 정년퇴직하고 몇 가지의 계획을 세웠는데, 그중 하나가 시집 출간이었다. 시집을 위해 그간 썼던 시들도 정리하고 새로운 시도 쓰는 과정에 아내에 관한 시만을 엮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시집을 출간하게 됐다.

 

도서 '그녀를 그리다'의 박상천 저자
도서 '그녀를 그리다'의 박상천 저자

 

Q. 이번에 출간된 시집 ‘그녀를 그리다’는 어떤 책인가.
 쉽게 말해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모습, 아내가 떠난 후 어둠 속에 버려진 제 삶의 모습을 그려낸 시를 엮은 도서다. 사별 후 제 삶의 곳곳에 아내가 그렇게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삶 속 아내의 흔적들을 만나며 그리운 마음을 시로 엮었다. 

Q. 사별을 다루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사실 쉽진 않았다.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아내의 흔적들을 만나는 일은 괴롭고 힘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큰 위로가 되는 일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시의 가장 중요한 소재는 일상의 삶이라 생각한다. 아내가 떠난 이후의 나의 일상의 삶을 다루다 보니 자연스레 아내와 함께 있었던 시간과 혼자 남겨진 시간이 오버랩되며 시들이 됐다.

Q.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그려내는 과정에서 감정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내에 대한 상실감과 그 상실감에서 오는 어둠의 늪이 시를 쓰는 동안에는 어느 정도 치유되는 경험했다. 책의 마지막에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시를 수록했다. 그리움을 시로 그려낸 과정들이 결국, 나에게는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시이기도 하다. 

Q. 책은 어떻게 구성했나.
 시집은 3부로 구성됐다. 아내 없는 시간의 어둠 속에서 내 삶이 어떻게 서서히 빠져나오는지를 보여주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1부의 시들에서 3부의 이르는 시들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물론 시집의 편집상 약간의 변화가 있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1부는 아내가 떠난 후 초기, 그리고 3부는 최근의 내 삶의 모습이다.

 

도서 '그녀를 그리다'의 박상천 저자
도서 '그녀를 그리다'의 박상천 저자

 

Q. 수록된 시중 유독 좋아하는 시가 있는지.
 시집에 수록된 시들이야 모두 직접 쓴 것이기 때문에 어느 작품 하나 애정이 가지 않는 작품은 없다만, 짧은 작품 한편 소개하고 싶다. 이 시는 아내가 떠난 내 삶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 ‘아내가 그립다’는 말은 직접 하지 않지만, 목까지 차오르는 그리움의 감정을 누르는 모습이 드러나 있어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시들 중 한편이다. 

 

꾸역꾸역

김치냉장고 맨 아래 넣어두었던
마지막 김치 포기를 정리했습니다.
당신과 내가 농사지은 무와 배추로 담근 김치지요.
그러니까 벌써 두 해를 넘긴 김치네요.

당신이 담가놓은 김치가  
늘 거기 있음에 안심이 되었기에 
그냥 거기 두고 있었습니다.
그냥 거기 두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언제까지 거기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오늘은 마지막 남은 김치를 꺼내 찌개를 끓였습니다.

딸아이와 나는 저녁상을 차려 
김치찌개를 가운데 두고 밥을 먹었습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Q. 책을 접한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시집을 읽으며 너무 가슴이 먹먹해 많이 울었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을 울리려고 쓴 시들이 아닌데, 실제 아내가 떠나버린 내 삶의 얘기를 진솔하게 표현하다 보니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았던 모양이다. 특히 시를 읽고 아내나 남편한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분들도 있어 웃기도 했다.

Q.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지.
 나에게 독서와 창작 시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자 끝나지 않는 목표다.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일상의 삶을 주제로 시를 써나갈 계획이다. 2~3년 후엔 지금까지 써온 시들을 모아 시집을 출간해 독자들을 찾아갈 계획이다. 

Q. 끝으로 독자에게.
 살면서 가장 큰 상실감은 부모님과의 이별이 아니라‘ 배우자와의 이별’이라고 한다. 나는 아내와 이별한 후 참 오랜 기간 견디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 힘든 시간의 고통도 또 시간이 지나자 점차 누그러지는 경험을 했다. 내가 그랬듯, 우리 인생엔 어느 날 느닷없이 생각지도 못한 어둠 속에 버려지는 일이 있다. 어쩌면 오늘도 누군가는 그 절망의 어둠 속에서 버티려 안간힘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내 삶에 찾아온 절망과 고통에 관한 기록인 이 시들이 어둠 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조그만 위안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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