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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잡기에 멍드는 신입생’..어긋난 대학문화 개선해야 할 때
‘군기잡기에 멍드는 신입생’..어긋난 대학문화 개선해야 할 때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6.03.31 14: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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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잘못된 '군기잡기' 악습 철폐 목소리 커져

[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부푼 마음으로 대학 첫 발을 내디딘 신입생들은 캠퍼스 낭만에 젖어볼 틈도 없이 어긋난 군기문화에 멍이 들고 만다. 최근 ‘신입생 머리에 오물 막걸리 뒤집어씌우기’, ‘신입생 폭행사건’ 등 대학문화로 치부하기엔 도를 넘어서는 가학행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일부 대학에서는 이런 행위들로 인해 매년 신입생들이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잘못된 '군기잡기' 악습을 이제는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통이니 따라야 한다?"…'막걸리 세례'부터 '얼차려'까지

 최근 부산의 모 사립대 축구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서 '액땜 의식'이라며 음식물이 섞인 막걸리를 신입생에게 뿌리는 사진이 온라인상에 공개돼 공분을 샀다.

선배들은 강의실 바닥과 천장에 비닐을 미리 깐 뒤 신입생 10여명을 일렬로 세우고, 먹다 남은 두부와 김치를 막걸리에 섞어 신입생 머리에 차례로 끼얹었다. 이 행사는 1년 동안 동아리에 액운이 끼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매년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북 모 사립대 사범대학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SNS에 지난 4일 학과 신입생 환영회에서 신입생들에게 막걸리를 뿌렸고, 담당 교수도 동참했다는 글과 사진이 게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학교는 신입생 20여명에게 반팔과 반바지 차림을 하게 하고, 교수부터 시작해 학과 대표, 부과대표가 돌아가면서 막걸리 100여병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학과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얼차려를 줘 도마 위에 올랐다. 신입생 수십명을 한데 불러 모아 엎드려 뻗치기를 시키고, 학과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며 아르바이트 금지, 휴대전화 이모티콘 사용 금지 등 인권을 침해하는 일들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신입생 환영회 '심각'

대학 내 가혹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음주 강요로 신입생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고, 성적 수지침을 주는 벌칙을 강요하는 등 잘못된 술자리 문화도 만연하다.

대한보건협회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대학생 사망사고는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총 22건이 발생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신입생이 과도한 음주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지난 22일 대전의 한 대학교 선후배 대면식에서 술을 마신 신입생 김모(18)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김군은 전날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대면식에서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구토를 하는 등 괴로워하다가 잠든 뒤 깨어나지 못했다.

서울 모 대학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이 여대생 성추행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16학번 새내기' 자신을 소개한 여대생은 페이스북에 OT에서 선배들이 유사 성행위 장면을 묘사하면 신입생들은 이를 맞히는 게임을 시켰다고 폭로했다.

이 학생은 서로 모르는 남녀 학생들이 술을 마시면서 무릎에 앉고 껴안는 등의 벌칙을 했다며 "선배들이 시킨 게임을 안 하기엔 눈치가 보였다. 내가 장난감도 아닌데, 모르는 사람과 껴안고 하는 게 정말 싫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7일에는 전남의 한 대학교 도서관 건물에서 여대생 A(21)씨가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이 학생은 화단으로 떨어져 목숨은 구했으나 다쳐 경찰은 A씨가 투신 2시간 전 학과 대면식에서 참석해 선배들로부터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말을 듣고, 군기 잡기를 겪어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성의한 사과 논란, 전문가 "인권의식 교육 중요"

학교 측의 대처도 문제다. 이 같은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쉬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논란이 커지고 나서야 해당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반성보다는 변명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오물 막걸리 논란을 빚은 학생회 측은 커뮤니티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죄송하다"면서도 "매년 해왔던 연례행사이다. 행사의 취지는 신입생들의 군기를 잡거나 억압하려 했던 것이 아니며, 참석 여부 또한 강제가 아니였다"는 글을 올렸다.

전북의 해당 대학 학생회 측도 막걸리를 뿌린 행위에 대해 "아주 오래전부터 고사의 형식으로 치러져 온 것"이라며 "신입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내내 액운이 없어지고 안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기원의 마음으로 제사를 지낸다. 아무런 맥락 없는 가혹행위로 행해진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가혹행위를 관행으로 포장하고 있다', '반성보다는 변명으로 순간을 모면하려 한다'는 등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도 논란이 일자 "최근 OT에서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한 대학에 진상조사와 함께 해당자에 대한 징계 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행사는 되도록 하루 내에 끝내고 이틀 이상 진행할 때는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입시 위주가 아니라 인권의식 교육 강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과거 조선시대 때부터 입문의식을 치뤘는데 이 관례가 인격적 모욕감 주거나 폭행을 하는 등의 악습으로 이어지면서 문제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사를 하루 내에 끝내는 등 방침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인권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입시 위주 교육이 아니라 본인들의 인권을 지키는 법, 다른 사람의 인권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인권의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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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상 2016-04-01 00:01:56
대구교대는
과연 교육자를 양성하는 곳인가 싶을정도.
밤마다 술판에 (사람이니 먹을수 있다치고)
고요한 주택가 골목에서 괴성을 지르고 토하고,싸우고...
나무라는 어르신들께 욕지거리.

장차 교육자가 될 이 들인데
내 자식을 맡겨두 될까라는 생각이 들정도.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밤12시) 여전히 술에 취해
주택가 골목이 쩌렁쩌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