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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9대7 = 16대0'이라는 걸 배웠다
[서대문구]'9대7 = 16대0'이라는 걸 배웠다
  • 오마이뉴스
  • 승인 2006.07.1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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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31 지방선거 출마 당시 배포했던 선거홍보물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니 보육 문제에 봉착했고, 자연스럽게 지역 사회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비리로 얼룩진 구립 어린이집을 개혁하겠다고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가 처참하게 깨졌고, 구청은 내 편이 아니라는 것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러고도 한참 후에야 구청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한다는 구의원의 존재를 떠올렸다. 혹시 우리 동네 구의원은 나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주고 나를 도와주지 않을까? 용기를 내어 두 분의 의원님께 전화를 해보았지만 권위적인 태도에 상처만 더 깊어졌다.

비리 원장이 부모들 앞에서 구청장은 물론 고위 공무원·지방의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지방자치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국 비리 원장은 재위탁 심사에서 탈락해 쫓겨났지만, 구립 어린이집 개혁의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그러나 이런 풀뿌리 보육운동을 하면서 나는 점점 단련되어갔다. 엄마들과 힘을 합쳐 어린이집과 보육정책을 둘러싼 작은 변화들을 이뤄내며 자신감도 붙었다. 또한 지방자치가 나를 둘러싼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게 되었다.

어처구니 없었던 의장단·상임위원장 선출

작년 봄, 나의 운동을 지지·지원해주던 지역운동가 출신의 한 구의원으로부터 구의회에 함께 들어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지역 활동가도 좋지만 구의원이 되면 좋은 영향력을 행사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서대문구의회 역사상 여성 구의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 또한 통탄할 일이었다.

나는 작년 6월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피 말리는 경선을 준비하던 중에 전략공천을 받았다. 5·31 지방선거에서 나는 '실천하는 보육전문가', '아이 키우기 편한 홍제동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와 31.3%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7월 1일자로 서대문구 제5대 구의원 임기가 시작되었고, 7월 6일과 7일은 제1기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임시회가 열렸다. 서대문구는 한나라당 9석에 열린우리당이 7석을 확보하여 싹쓸이 판국인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사정이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직을 독식하려 한다는 소문이 일찌감치 들려오기 시작했다. 선출된 횟수를 우선시하는 의회 구조상 의장은 누구, 부의장은 누가 하려고 하는지 빤히 드러났다. 상임위원장 3석도 재선 의원들이 하나씩 나눠가지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다고 우리 측이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우리 측은 교섭대표를 선출하여 9 : 7에 걸맞게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한 석을 요구하였다. 한나라당 측은 일고의 여지없이 거부하였고, 우리 측은 백번 양보하여 부의장 한 석만이라도 줄 것을 재요청하였다.

한나라당 측은 16명 의원 하나하나가 의장 및 부의장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억측 논리를 내세우면서, 사전 조율이니 협상이니 하는 것들은 있을 수 없다고 큰소리쳤다. 더이상 토론의 여지가 없었고 우리는 한나라당 측의 투표 강행에 본회의장에서 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첫날부터 그러면 안 되지"라며 나를 훈계하기도 했다.

의원들 간의 고성·몸싸움 이해할 것 같다

의원 휴게실에서 TV 화면을 통해 투·개표 현황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정치판이 과연 이런 것인가 하는 회의가 밀려왔다. 9시 뉴스에서 지금까지 나쁜 이미지로만 비쳐던 의원들간의 고성과 몸싸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현 의장단 선거 방식이 의장·부의장 입후보 절차조차 없음에도 불구하고 9명의 한나라당 의원들끼리 치러진 의장단 선거 결과는 짜고친 고스톱인 양 정말 '깔끔했다'. 예상대로 정모 의원이 9표를 받아 의장이 되었고, 최모 의원 역시 9표를 받아 부의장이 되었다.

임시회의 이틀째인 상임위원장 선거에서도 역시 한나라당 측은 독식 이외에 협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한나라당 측은 의회운영위원회 구성마저 한나라 5, 열린우리 3의 비율로 결정해 놓고 있었다. 심지어 우리 측에서 지원한 4명 중 다소 원칙을 강조하는 나와 다른 한 의원을 빼버리고, 본인은 원하지도 않는 엉뚱한 의원을 집어 넣어놓았다.

7월 3일 있었던 구청장 취임식에서 한나라당 소속의 정두언 의원은 축사를 통해 의회 운영에 있어 소수정당에 대한 배려와 양보를 강조했다. 초선 아줌마 구의원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현역 국회의원의 말씀을 믿고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걸까?

제5대 서대문구의회에서 한나라당 측을 통해 "9 대 7은 16 대 0과 같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배웠다. 서대문구의 보육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일념으로 진출한 구의회 첫날부터 이런 파행을 겪게 되다니 정말 참담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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