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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영화] '1등에 미친 나라' 영화 ‘4등’
[주목할 영화] '1등에 미친 나라' 영화 ‘4등’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6.04.15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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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스포츠에서 4등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메달권에 진입할 것 같은 아쉬움과 인정받지 못한 초라함의 공존 만약 당신의 아이가 늘 4등만 한다면?

대다수의 부모가 유능한 과외교사를 붙여볼 것이다.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우니까. 영화 ‘4등’ 속 준호의 엄마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수영에 재능이 있어 보이는데 아무리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자 ‘수영업계 돼지엄마’를 통해 유능한 과외교사를 소개받는다.

비운의 수영천재 광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1등은 물론 대학까지 골라가게 해주겠다며 호언장담한다. 단, 교육방식에는 토를 달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정작 수업이 시작되자 광수는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나태한 태도로 기겁하게 만든다. 준호가 수업하지 않느냐고 닦달하자 마지못해 수영장을 향하나 막상 준호의 재능을 간파하고 눈빛이 달라진다.

사진출처 뉴시스

준호는 생애 첫 은메달을 목에 건다. 준호의 엄마는 거의 실신할 듯 기뻐한다. 반면 광수는 1등을 놓쳤다고 혼을 낸다. 이때부터 기록을 단축시키려고 아이 몸에 멍이 시퍼렇게 들도록 때리면서 강압적으로 훈련한다. 우연히 체벌사실을 알게 된 준호 아빠가 문제를 제기하자 준호 엄마는 “애가 맞는 거보다 4등하는 게 더 무섭다”고 말한다.

‘4등’은 준호와 준호의 부모 그리고 준호의 코치인 광수의 이야기를 통해 교육의 현주소를 가만히 들여다보게 한다. 자식을 위해 몸부림을 치는 이 열성 엄마의 모습이 과연 어떻게 보이는지, 우리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내가 이 아이의 부모라면 어떻게 할지 찬찬히 생각해보게끔 한다.

이 영화는 어린 준호의 이야기면서 준호와 같은 꿈을 꿨던 실패한 어른 광수의 이야기다. 광수의 과거는 어린 준호의 현재와 연결돼있다. 광수의 수영선수 시절로 영화가 시작돼 준호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광수는 성적만 좋으면 뭐든 다 용인해주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불량품과 같다.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는 명문대생 이야기가 간혹 사회면을 장식하는데, 비슷한 맥락이다.

머리도 좋고 수영도 잘해 오만해진 광수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다른 선수들과 다른 특별대접이 아니었을 것이다.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따끔히 충고해주는 진짜 어른이었다. 불행히도 준호 주변에는 그런 어른이 없었다. 젊은시절 광수와 인연이 있었던, 준호의 아버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광수에게는 권위의 매를 드는 사람만 있었을 뿐이다.

젊음의 치기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잃고 초라한 현재를 살고 있는 광수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습이다. 하지만 수영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어린 준호에게 가장 현명한 충고를 하는 이는 다름 아닌, 절망의 나락을 뼈저리게 경험한 어른 광수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준호는 마침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깨닫고, 어떤 성취도 이룬다. 그런데 그 빛이 밝을수록 광수의 초라한 현재가 안타깝다.

‘해피엔드’부터 ‘사랑니’ ‘은교’ 등 세상의 금기에 도전해온 정지우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 특유의 섬세한 이야기에 유려한 영상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영화로 내 아이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어른들이라면 꼭 봐야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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