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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음주운전 면허취소 구제 - “그놈의 괘씸죄”
[기고] 음주운전 면허취소 구제 - “그놈의 괘씸죄”
  • 송범석
  • 승인 2016.05.04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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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괘씸죄’의 사전적 정의를 보자면 이렇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이나 권력자의 의도에 거슬리거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하여 받는 미움.”

과연 소송에서도 괘씸죄가 존재할까. 실제로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실상 그 존재를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 내심에서만큼은 실존하는 것일 테니.

얼마 전 일이다. 한 교양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럽 국가의 어린 학생들이 수업 중에 노동법에 대하여 배우는 것을 방영한 적이 있다. 오랫동안 법학을 해왔다고는 해도 필자 입장에서는 충격이었다. 고등학교 때나 중학교 때, 그리고 초등학교 때 노동법에 대하여 배운 적이 있던가. 하물며 법의 기본 이념이나 체계에 대해서 어떠한 수업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뿐일까. 우리나라 국민이 전부가 다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사회경험이 많아도 유독 법에 대해서는 필요 없는 상상력을 많이 동원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송범석 모두다행정사 대표.

그래서일까.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무지에서 발현된 상상의 괴물 ‘괘씸죄’라는 녀석에게 상당한 억압을 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와 관련된 질문을 살펴보자면 대략 이렇다.

“제가 벌금에 대해서 불복을 하면 판사님이 더 괘씸해서 벌금형을 높이지 않을까요?”

“만약에 제가 행정심판을 청구하면 벌금이 더 올라가지 않나요?”

아는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지만, 모르는 입장에서 보며 그도 그럴 듯하다. 실제로 음주운전 관련 업무를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이 부지기수로 나온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법치국가가 공통으로 채택하고 있는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이란게 있다. 이 원칙은 피고인이 상소한 사건이나 피고인을 위하여 상소한 사건에 대하여 상소심은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점을 천명하고 있는데, 이로써 피고인이 안심하고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벌금형에 대하여 불복하여 재판을 청구한다고 해서 벌금형이 기존보다 더 올라가는 일은 없는 것이다. 물론 검사가 판사의 판단에 대하여 다시 불복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한편으로 행정심판을 했다고 해서 벌금이 올라간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행정심판은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 분립 중 행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벌금형을 내리는 형사재판의 판단자인 사법부와는 관련이 없다. 각자 독자의 영역인 셈이다. 설령 행정심판 이후에 행정소송을 한다고 해도 이것은 마찬가지이다.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해서 형사재판의 판사가 “이놈 괘씸하네” 해서 벌금형을 올리는 일은 적어도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런 질문이 하루에도 몇 번씩 거듭된다. 법학이 국민들 속에 깊게 뿌리내린 유럽 등 외국에서 필자가 같은 업무를 했더라도 이런 질문이 나올까 싶기도 하다. 공통된 국민의 무지는 국가의 교육에서부터 발현된다. 사족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우리 국민도 어렸을 때부터 생활에 꼭 필요한 법학 교육은 꼭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바람을 조용히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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