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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미국학교 가보니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미국학교 가보니
  • 김시혁
  • 승인 2010.03.02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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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 이노크] 최근 한국에서는 공교육의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교육열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국의 학부모들은 쉽게 공교육을 믿지 못하고 사교육으로 눈을 돌린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도 비슷하다. 미국의 많은 학부모들이 공교육을 불신하기 시작했고 더 나은 교육을 자신의 자녀들에게 제공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차터스쿨, 자율형 공립학교다.

자율형 공립학교는 학비 부담이 전혀 없는 공립학교이면서도 사립학교의 운영형태를 갖는다. 학교 행정부가 교육당국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영할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학부모, 교사 또는 지역 사회에서 비영리적으로 운영하지만, 간혹 뜻이 맞는 이들이나 각종 기관에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이 알아서 수업하는 학교, 게이트웨이 아카데미
덕택에 모든 수업을 학생이 주도하는 학교도 등장했다. 바로 미국 유타주에 있는 ‘게이트웨이 아카데미’(Gateway Academy)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다니는 곳인데, 학생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교사들은 다른 학교와 달리 학생들을 돕는 역할만을 한다.


학교 내부의 모습. 일반적인 학교와 달리 교구들이 많다
학교 내부의 모습. 일반적인 학교와 달리 학생들의 공부를 돕는 교구들이 많다.

이곳의 학생들은 보통 8시에서 8시 반 사이에 학교에 등교한다. 8시 반까지 학생들은 학교 체육관에서 간단히 아침운동을 하고, 담임교사를 따라 교실로 간다.

본격적인 수업은 9시 무렵에 시작한다. 각 교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아이들은 점심시간이 시작하는 11시 30분까지 2시간 반 동안 스스로 과목을 정해 공부한다.

오전 10시 무렵, 한 교실에 들어가 봤다. 니콜렛은 4자리수 덧셈을, 레베카는 식물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맥카이론은 숫자를 차례대로 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고, 벤은 분수를 계산하고 있었다. 4명 모두 7살로 나이는 같지만, 공부하는 과목과 난이도는 모두 달랐다.

교실에는 학생들의 공부를 돕는 각종 교구가 가득하다. 색색의 구슬로 사칙연산을 공부하고, 여러 개의 나무 막대기로 각도를 공부한다.

최대의 자율성을 누리는 아이들
아이들은 교사가 짜준, 각각 다른 일정이 적힌 시간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아이들의 학습수준을 파악하고 있는 교사가,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것을 알 수 있도록 작성한 것이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 본인이 원한다면 바닥이나 복도에서 공부할 수도 있다고 한다. 각각의 관심분야와 학습 성취도가 다르지만, 그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6~9살, 10~12살이 각각 한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도 개인별로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거나 새로운 교구의 사용방법을 알려주고 수업 진도를 정해주는 역할만 한다. 과제를 대신 해준다거나 일괄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점심시간 이후엔 각각의 선택에 따라서 연극, 미술, 음악, 체육 등의 수업을 오후 3시까지 듣는다. 다만 이들 과목은 혼자 배우기 힘들기 때문에 전문 교사가 아이들을 이끈다.

각각의 아이들은 같은 시간에 다른 것을 공부한다.
각각의 아이들은 같은 시간에 다른 것을 공부한다.

이곳의 교사 존슨씨는 “만약 우리 학교가 자율형 공립학교가 아니었더라면 이런 식의 운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켜야할 규정은 있다고 했다. 정부의 감사를 받거나 정부가 학년별로 제시한 최저학습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학년 같은 경우에는 자율 수업과 함께 일반적인 수업도 받는데, 이는 차후 아이들이 고등교육기관으로 진학할 때를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뭔가 배웠다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
아이들은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존슨씨의 반에 있는 케이티 체니양(7)은 “학교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체니양은 “이 학교는 재미있는 곳일 뿐 아니라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앉아서 수업만 듣던 예전 학교와는 달리, 이곳에선 자신이 다양한 교구를 만지며 생각하기 때문에, ‘뭔가를 하고 배워간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학부모들도 이 학교를 대단히 신뢰하고 있다. 두 아이를 마중 나온 학부모 이자벨 헤이즈씨는 “이 학교를 선택하기 잘했다”고 말했다. 기존의 공립학교와 다른 시스템이 아이들에게 잘 맞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도 학교를 좋아할 뿐 아니라 주변 공립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아이에게 맞는 개인별 프로그램이 있으니 보다 더 아이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는 안도감도 든다고 했다.

학교 곳곳에서는 개인적으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학교 곳곳에서는 개인적으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 인기 끄는 자율형 공립학교
그래서인지, 이곳은 문을 연지 이제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이 근방에서는 유명하다. 이곳의 교육이 싫어 다른 곳으로 가는 학부모도 있지만, 현재 많은 학부모들이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이 같은 자율형 공립학교를 도입한 것은 1991년의 일이다. 2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 미국 전역에 약 5000개에 달하는 차터스쿨이 문을 열었다.

또한 현재 오바마 정부의 지지 아래 각 주정부가 자율형 공립학교 설립조건을 완화하면서, 수년 내 자율형 공립학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정부의 방침보다는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의 요구에 따라 자율형 공립학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별 차트에는 각각 다른 수업 내용이 적혀있고 아이들 스스로 내용을 채우기도 한다
개인별 차트에는 교사가 아이들에 맞춰 작성한 수업 내용이 적혀 있고 때로는 아이들 스스로 내용을 채우기도 한다.
 
물론 모든 공립형 자율학교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낸다고는 할 수 없다. 기존의 학교보다 나은 교육을 제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새로운 방식의 교육이 학생들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미국 내에서도 자율형 공립학교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자율형 공립학교를 환영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지난해 미국 교육당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율형 공립학교의 70%가 대기자 명단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기존 공교육에 실망하고, 자율형 공립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학부모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LA의 경우 지난해 가을 학기에 자율형 공립학교에 등록한 학생 수는 이전 학기에 보해 19%나 늘었다. 가을 학기에 공립학교에서 자율형 공립학교로 전학온 학생 수는 거의 1000명에 이른다.

미국 유타주 이노크에 있는 Gateway Academy
미국 유타주 이노크에 있는 ‘게이트웨이 아카데미’.

아직 자율형 공립학교의 역사는 짧다. 또 효과가 뚜렷하게 나온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 자체는 공교육의 개선을 원하는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시사점을 갖지 않을까.
  
이러한 자율형 공립학교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더 적절한 새로운 교육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정책기자 강윤지(대학생)
원본 기사 보기:뉴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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