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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임산부 배려석은 비워두세요’ 사회적 배려문화 절실
[기자수첩] ‘임산부 배려석은 비워두세요’ 사회적 배려문화 절실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7.10.11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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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제12회 임산부의 날이었던 지난 10일 기자는 바쁜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빼곡하게 몸을 구겨 넣은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임산부 배려석엔 다른 승객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작 앉아야할 임산부들은 없고 비워져 있어야 할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다른 이들의 차지였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옥철’ 안에서 전날 야근에 지친 회사원, 아르바이트 생 등 여러 이유로 고된 사람들이라면 임산부 배려석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그저 몸을 맡길 곳을 찾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쁜 시간대 때문일까? 기자는 이번엔 비교적 한산한 시간을 노려 지하철에 올라봤다. 간혹 빈 자리가 보이는 여유 있는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산부 배려석은 50대 중년의 남성 승객이 앉아 있었다. 

이 같은 이유로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고 양보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불과 10여년 전 지하철 풍경만 해도 노약자 및 임산부에게 자연스레 자리를 내주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이 가져다 준 적막함 때문에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오히려 배려라고 말하는 세상이다.

초기 임신부들은 유산의 위험, 입덧과 구토, 극심한 피로감 등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음에도 충분한 배려를 받지 못한다.

이처럼 배가 나오지 않은 초기임산부들은 임산부 배려석이 비워져 있지 않으면 양보받기도 힘들다. 할 수 없이 임산부들은 배려석 대신 노약자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노약자석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저 멀리 어르신들이 다가오면 조용히 일어나는 일이 부지기수다. 간혹 언짢은 반응을 보이는 어르신들에게 해명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발생하곤 한다.

개인주의 성향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 때문일까? 배려를 위해 마련된 자리에 ‘임신이 대수냐’, ‘노약자석에 앉아라’등의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임산부들을 더 주눅 들게 만들고 있다.

임산부 배려석은 말 그대로 임산부를 배려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초저출산시대에 소중한 생명을 품고 있는 임산부들에겐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또한 임산부 배려석을 뛰어넘어 배려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구성원에 대한 높은 공감능력이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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