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 “안전이 제일 중요.. 공부할 시간 벌었다고 생각 해야죠”

[한강타임즈 김영호 기자] 16일 찾은 서울 마포구 숭문고등학교에서 만난 수험생들은 "수능 연기에 당황스러웠다"면서도 "공부할 시간이 생겼다"라며 남은 일주일 수능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보였다.

이날 숭문고등학교는 수능이 일주일 연기됨에 따라 정상 등교를 실시했다. 특히 3학년 학생들은 오전 9시에 등교해 4교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정부는 수능 연기를 발표하며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했던 학교는 예정대로 휴업하고, 비시험장 고등학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을 하거나 등교시간을 조정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포항지진 여파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된 16일 오전 서울 중구 종로학원 옥상에서 수험생들이 버렸던 참고서와 학습지를 다시 찾고 있다.

숭문고 3학년이 사용하는 건물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수능을 위해 수험생들이 교실에서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이었다.

4교시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던 숭문고 3학년 김모(19)군은 "오늘 4교시까지만 수업을 했는데, 따로 선생님이 수업을 한 건 아니고 자습을 했다"며 "이제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공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학년 정모(19)군은 "수능이 연기돼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포항에서 지진이 나서 건물이 무너진 장면을 뉴스에서 보니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공부할 시간이 더 생겼다고 보고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3학년 이모(19)군도 "수능이 연기됐다고 다들 불만을 갖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공부를 더 할 수 있다고 좋아하고 있다"며 "수능 공부 계획에도 큰 차질은 없다. 하던대로 나머지 일주일 동안 공부할 것이다. 오늘까진 집에서 하고 내일부턴 학원에서 공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로구 궁동의 세종과학고도 학생들이 평소처럼 수업을 받느라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세종과학고도 이날 7교시 수업을 하기로 했다.

고사장 학교라 휴교한 인근 우신고등학교의 적막한 모습과 달리 세종과학고에서는 체육 수업을 받기 위해 20여명의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와 축구를 하고 있었다.

입시 준비가 아직 남은 1~2학년 학생들은 정상 수업 소식에 "당황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2학년 엄모(18)군은 "다른 학교들은 다 수업을 하지 않는데 정상수업을 진행한다고 하니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1학년 이모(17)양은 "전날 8시에 학교로 정상 등교하라는 연락을 회장으로부터 받았다"며 "수능이 연기되는 일이 생기다니 신기하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양은 "특히 수능으로 기숙사가 잠시 운영되지 않아 먼 거리에 사는 친구들이 많이 막막해했다"며 "나도 서초에 살아 등교까지 1시간에서 1시간30분 걸리다보니 걱정스러웠다"고 덧붙였다.

1학년 백모(17)양은 "친구들끼리 수능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고 등교해야 할지 말이 많았는데 진짜 등교하게 됐다"라며 "전날 오후 10시에 연락받았는데 학교 내 행사로 준비해야 할 과제가 있어 다음 일정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