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
“훌륭한 의사 될 것” 이태석 신부가 남긴 희망.. 남수단 톤즈 청년 의과대학 졸업
“훌륭한 의사 될 것” 이태석 신부가 남긴 희망.. 남수단 톤즈 청년 의과대학 졸업
  • 한동규 기자
  • 승인 2018.01.15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강타임즈 한동규 기자] 고(故)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톤즈에서 미사를 봉헌할 당시 신부를 돕는 복사를 맡았던 청년이 한국에서 6년 간의 의과대학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15일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다.

주인공은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토마스 타반 아콧(33)씨. 토마스씨는 1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인제대 의과대학 '제34회 학위수여식'에 참석, 동료 학생 107명과 함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며 의학윤리를 다짐했다. 

그는 2001년 고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톤즈에서 미사를 봉헌할 당시 신부를 돕는 복사를 맡았다.

당시 '의사가 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돕고 싶다'는 청년의 꿈을 눈여겨 본 이태석 신부는 당시 수단어린이장학회를 비롯한 국내외 후원자들에게 편지를 써 후원을 이끌어 냈고, 이 신부의 도움으로 토마스 씨와 마옌 루벤(31)씨는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한국으로 유학왔다.

두 청년은 2년 동안 연세대 한국어학당과 중원대학교에서 한국어 공부에 매달린 끝에 한국어 능력시험 5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2012년 나란히 인제대 의과대학에 합격했다.

이 가운데 토마스 씨는 인제대 의대 3회 졸업생인 이태석 신부의 뜻에 따라 의사의 길을 걷기 위해 6년 간의 의대 교육과정을 마쳤고, 최근 의사국가고시도 치렀다.

그는 "간단한 치료조차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며 "이태석 신부님처럼 좋은 의사가 돼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단은 각종 전염병, 피부병 등 진료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매우 많다"며 "힘들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의사 국가고시를 합격하고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전문의 과정을 모두 마치고 수단으로 돌아가 외과의사로 활동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토마스는 이날 졸업식에장에서 "정말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다. 졸업 그 자체가 실감이 나지 않고 꿈만 같다"고 밝은 표정으로 졸업 소감을 밝혔다.

그는 6년 간의 의과대학 과정을 거치면서 중간 중간 남모르게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전했다.

그는 "되돌아보면 나는 행운아 중에서 으뜸가는 행운아다"며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라는 오지 마을에서 태어나 말로만 듣던 한국 땅에 와서 의학을 공부하고 의사가 되다니 정말 행운아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번째 행운을 안겨준 분이 이태석 신부님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이태석 신부님은 내가 천주교회에 입문하고 톤즈에서도 물론 나를 한국에서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모든 기초를 놓아 줬다"며 "지금도 신부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며, 그분의 은혜는 평생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더불어 학비 등 재정을 들여가면서 공부할 수 있게 해 준 이태석 신부님의 모교인 인제대를 비롯해 의과대학 교수님들, 수년 동안 지원을 아끼지 않은 수단어린이장학회 등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토마스는 "이 분들의 뜻을 생각해서라도 결코 잊지 않고 은혜를 갚는 훌륭한 의사가 돼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간호사인 어머니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며 의사의 꿈을 키운 존 마옌 루벤 씨는 토마스와 함께 의대 교육을 받았지만, 개인 사정으로 이날 함께 졸업하지 못했다.

그는 내년에 졸업하고 의사 국가고시도 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토마스와 존  마옌 루벤씨는 수단어린이장학회의 후원으로 의대 공부를 하고 있다. 장학회는 이들이 전문의 과정을 마칠 때까지 응원할 계획이다.

앞서 장학회의 후원으로 충남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산티노 뎅(32) 씨는 지난해 남수단으로 돌아가 20년 넘게 이어진 내전을 인한 폐허 재건을 위한 일꾼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백광현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은 "한국에 와서 힘든 과정을 잘 견딘 토마스가 대견하고 감사하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이태석 신부가 보여준 사랑의 의술을 본국에 가서 의술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이어 "토마스가 의대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건 인제대 의과대학의 도움이 컸다"며 대학에 대한 감사인사도 전했다.

인제대 의과대학은 남수단 톤즈 유학생의 교육비를 비롯해 손색이 없는 예비의사로 키우는데 정성을 쏟았다.

이종태 인제대 의과대학장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의 두 학생을 훌륭한 의사로 키워주길 부탁했을 때 모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며 "한국에서 의대 공부를 하면서 갖은 어려움을 극복한 토마스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의과대학장은 또 "이제 훌륭한 외과 의사로 성장해 모국인 남수단으로 돌아가 이태석 신부의 고귀한 유업을 이어주기를 기대한다"며 "더불어 그동안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수단어린이장학회에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차인준 인제대 총장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수단의 열악한 의료 발전을 위해 늘 힘썼던 이태석 신부의 뜻을 이어 토마스씨가 수단에서 인술을 펼칠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