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
[한강T-지식IN] 개인회생파산 “관할 법원”
[한강T-지식IN] 개인회생파산 “관할 법원”
  • 최충만
  • 승인 2018.01.23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강타임즈] 오래전부터 서울회생법원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회생·파산 신청에 몸살을 앓고 있다. 회생·파산을 신청할 때 채무자들은 가급적이면 관할을 서울로 하는 것을 선호한다. 지방에 살고 있는 채무자들도 관할을 서울로 변경하기 위해 상경할 정도라고 한다. 그럼에도 서울 회생법원은 들어온 회생·파산 신청을 전부 다 직접 처리하고 있다. 관할을 정하는 주소지에 특별한 하자가 없는 이상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는다. 채무자회생법에서 규정한 대로 예외적 사유만 없으면 형식적 요건에 대해 폭넓게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법령이 추구하는 정책적 목표를 최대한 달성하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라고도 볼 수 있다.

최충만 법률사무소 충만 대표
최충만 법률사무소 충만 대표

반면 지방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 사람들은 주소를 옮기면서까지 가까운 법원이 아닌 서울에 있는 법원으로 회생·파산을 신청한다고 한다. 본래 살고 있는 지역에서 법적 절차를 처리하는 것이 시간적·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른다는 표정만 짓고는 서울로 간다는 것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관할 법원을 무시하면서까지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회생·파산제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물론 면책허가이다. 서울이든 지방이든 절차를 밟으면 결국 면책허가가 떨어진다. 동일한 조건에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법원의 관할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서울과 지방의 절차 진행 속도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절차인데, 어디는 3개월이면 끝나고 어디는 1년이 걸린다면 어느 누가 같다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채무자들은 오랫동안 빚 독촉에 시달리다 최후의 보루로 회생·파산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채무자들은 오래 걸려 면책허가를 받는 것보다 하루라도 빨리 면책 허부가 결정되기를 바란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당장 무엇이라도 할 수 있도록 어떤 결과든지 빨리 나오는 것이 더 급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바람을 최대한 충족시켜주는 곳이 바로 서울 회생법원이라는 것이다.

위 같은 이유로 서울로 주소지를 옮기는 채무자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관할변경을 이유로 주소지를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주민등록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다. 그리고 주소지를 변경하려면 전입 서류가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서류를 위·변조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에 대해 파산관재인은 채무자의 현 주소지에 대해 실제 거주 여부는 물론 중간에 불법적인 요소는 없었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조금 편하자고 함부로 주소를 옮겼다가는 꼼짝없이 형사고발 당할 수도 있으니 무조건 서울 법원만 고집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사실 관할 쏠림 현상은 사법부 스스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각급 법원별로 처리 기간 및 방식이 동등하다면 특정 법원으로 사건이 몰릴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회생·파산 처리절차에 대하여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담당 인력과 시설이 턱없이 모자란 지방에서 과연 그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채무자들이 서울로 몰리는 현상에 대해 “옳지 않다, 법령 위반이다.”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왜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의문을 먼저 가질 필요가 있다. 회생·파산 절차는 특정 누구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관할 때문에 고민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