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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시간을 멈추는 법
[신간] 시간을 멈추는 법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6.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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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사람의 수명이 나무만큼 길다면, 과연 그 사람의 인생은 어떤 무늬를 그릴까. 70세가 되어도 죽음은, 저 바다 건너 멀리 있다는 점에 대한 안도? 아니면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지겨움? 늘 새로운 향락을 찾으며 느끼는 허무? 그것도 아니면 정상적인 수명으로 죽어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야 하는 고통의 궤적일까?

<시간을 멈추는 법>의 주인공 ‘톰’은 400여 년 전에 태어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 있다. 현재는 런던의 한 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신분 세탁’을 하고 재직 중이다. 수십년이 지나도 늙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세월 동안 ‘하루살이(일반인)’들의 마녀사냥식 표적이 돼왔던 그는 ‘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의 도움을 받아 8년마다 신분을 바꾸면서 전세계를 옮겨 다녔다.

그의 존재는 ‘하루살이’들에게는 경이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늙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태어난 중세 시대에는 ‘마녀의 행위’로 저주받기 딱 좋은 대상물이었고, 사람들은 실제로 자신과 다른 존재를 사냥하는 식의 그런 오락거리를 즐겼다. 그의 어머니 역시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되었다. 어머니가 몸이 묶인 채 물에 수장되는 것을 지켜보며 절규하듯 도망친 톰은 낯선 공간에 다다라, 과일을 따다 시장에 내다 파는 로즈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지독한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기 연주를 시작한 탐은 이후 셰익스피어의 눈에 띄어 극단에 들어가게 되고 돈을 벌고 로즈를 보살피며 짧지만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도 잠시, 소문을 듣고 탐을 잡기 위해 온 마녀사냥꾼이 톰의 인생을 휘젓게 되고, 셰익스피어의 기지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로즈와 함께 다른 도시로 피신한 그는 딸을 낳고 가난하지만 순간적인 행복에 만족하며 살았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 얼굴이 변하지 않는 그를 주변 사람들이 두려워하면서 또 다시 핍박이 시작된다. 

결국 톰은 자신 때문에 죽은 어머니의 트라우마와 모멸 받는 아내와 딸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떠나야만 이 고통이 끝난다는 걸 인지하게 된다. 그 후 몇백년간 떠돌이 생활을 계속하게 되고, ‘핸드릭’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자신과 같은 존재를 만나게 되어, 그의 말대로 살게 된다. 핸드릭은 ‘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를 만든 장본인이며, 1000년 가까이 사는 앨버트로스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세계 각지에 있는 앨버트로스들을 포섭해, 일정한 룰을 지킬 것을 강요한다.

첫째는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8년마다 새로운 삶을 살 것. 둘째는 사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하루살이’와 인연을 맺게 되고 그로 인해서 존재가 노출이 되면 전체 앨버트로스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핸드릭 덕분에 잠시나마 삶의 이정표를 찾는 그는, 대신 조건을 단다. 자신과 같은 앨버트로스인 딸을 찾게 해달라는 것이다. 핸드릭은 그 조건을 수락하고, 대신 톰에게 여러 가지 일을 시키면서, 앨버트로스들을 관리한다. 핸드릭은 포섭되지 않는 앨버트로스는 죽이라고 명령을 하고, 실제로 톰은 2명의 앨버트로스를 죽이면서 큰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앨버트로스는 잘 늙지 않는다는 점과,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빼면 일반인과 똑같다는 것이다. 주로 뱀파이어물이나, 하이랜더 같은 영웅물에선 마블시리즈와 비견될 정도로 강인하면서도 오래 사는 주인공이 나오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총을 맞거나 칼에 찔리면 ‘확실히’ 죽는다. 게다가 경제적으로도 힘들다. 돈을 벌 만하면, 이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꽤 빈곤한 생활을 계속해야 했다. 투자에 확실히 재능이 있는, 핸드릭이 모든 지원을 해주기 전까지만 해도 톰은 꽤 가난했다.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지만, 가난이 문제가 된다는 구성은 참 독특하다.

2명의 동족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톰은 이후 핸드릭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난다. 그곳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는데…. 

“1000년간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무도 달지 못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사는 순간이 미래의 1000년만큼이나 소중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메시지도 간명하게 그 지점에서 공명한다.  

“이제 분명해졌다. 현재는 매 순간 속에서 영원히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직 살아야 할 현재가 많이 남아 있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얼마든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시간의 지배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면 비로소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톰은 시간을 멈췄다. 분노와 절망, 공포로부터 자유를 얻었다. 지금 반짝이는 이 순간과 새로운 사랑이 그를 치료했다. 영원히.    

매트 헤이그 지음 / 북폴리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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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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