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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신간]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7.11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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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소설을 쓰는 건, 자기 자신의 살을 깎아 먹는 일이다. 비대해진 마음을 깎고, 돌아보지 못한 삶을 깎고, 자기가 구축한 세계관을 깎아내는 지난한 작업이다. 작가 정유정이, 그 소설을 쓰는 고통과 희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작가에게도 처음은 고통이었다.

“이 작자는 기지도 못하면서 날려 든다.”

 

작가가 처음 등단을 도전을 했을 때 받았던 심사평이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나 소나 문학한다고 덤비는 현실이 슬프다”는 말이다. 작가는 이 심사평을 듣고 뻗어버렸다. 그때 포기했다면 지금의 주옥 같은 소설들이 없었겠지만 작가는 계속 도전했고, 결국 등단했다.

작가의 소설은 한마디로 재미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기에는 껄끄러울 정도이다. 실제로 작가 역시 ‘재미’라는 요소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둘 중에서도 우선순위는 재미다. 소설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 독자를 홀려서 허구라는 낯설고 의심쩍은 세상으로 끌어들이려면, 그러나 소설적 재미가 단순한 자극이나 흥밋거리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상업주의적 작품을 칭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독자가 내 소설 안에서 온갖 정서적 경랑과 만나기를 원한다.” (p53)

그런 까닭에 정유정의 소설은 ‘시각적’인 요소가 두텁다. 텍스트를 읽는 동안 눈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까닭이다. 경험을 하게 만드는 소설, 이게 작가의 이야기인데,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끌어들인 후, 실제에선 경험하기 힘든 일을 실제처럼 겪게 함으로써, 삶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어 안전한 현실로 돌아가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초고를 쓰기 위해서 소설 작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개요에 대한 질문인 셈이다. 이론적인 부분이야 문예창작 수업 등에서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막상 적용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섯 가지 질문이 중요하다고 정유정은 답한다. 

먼저는 등장인물은 어떤사람들인가, 개인사에 대한 질문이다. 각각의 캐릭터의 특징을 잡아가는 과정이 첫 번째이다. 두 번째는 욕망에 대한 질문이다. 결국 소설,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컨텐츠이다. 작가에 따르면 욕망엔 2개의 차원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욕망과 내제된 욕망이다. 겉으로 드러난 욕망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며, 내재된 욕망은 숨겨진 욕망이다. 결국 주인공을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내재된 욕망이다. 이 부분에서 ‘개연성’이란 게 나오고 소설이 소설답게 빛을 발한다.

욕망에 대한 질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왜 그들은 그것을 원하는가?’ 즉, 욕망의 동기에 대한 질문이다. 왜 그런 욕망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네 번째는 ‘그들을 가로막는 게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다. 대립, 갈등, 장애물에 대한 질문이며 동시에 궁극적으로 싸워야 할 상대는 자기 안의 또 다른 자신이란 점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다음은 사건과 변화에 대한 질문으로,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소설의 기둥을 잡을 때 작가는 이 6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비 문학가 입장에선 아주 귀중한 조언이다.

자료조사에 대한 조언도 주목할 만하다. 초고를 쓴 뒤에는 자료조사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소설을 써가는 동안에도 필요한 지식이 새로 생겨나기 때문에 그때그때 적절하게 보충취재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상상력만으로는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없다.

작가의 경우 인터넷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된 책부터 장만했다. 먼저 구입할 책 리스트를 만들었다. 잠수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소설을 쓸 때에는 ‘잠수이론서’, ‘잠수의학서’, ‘스쿠버다이버가 쓴 에세이’ 등을 장만했다. 나머지 분야의 책도 사 모으다 보면 수십 권의 책이 쌓인다. 

전문가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기초 지식도 없이 인터뷰를 하다보면 질문 자체가 맞지 않을 때가 많다. 따라서 이런 기초학습이 꼭 필요하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책을 장만한 다음에는 노트를 요약해 필기한다. 작가의 경우에는 컴퓨터 자판도 믿지 않아서, 요약해 직접 필기를 한다고 한다. 눈으로 본 기억보다 근육에 새긴 기억을 믿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초고를 쓰는 일을 비롯해 ‘광기에 빠진 글쓰기’가 기다린다. 그리고 탈고가 또 있다. 이 책을 진지하게 읽고 나면, 소설가는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만큼 어려움, 또 고통의 연속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만큼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소설의 뼈대를 구축하고 살을 붙여갈지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전한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관련 서적 중 가장 확실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서적이다.

정유정‧지승호 지음 / 은행나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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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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