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
[신간]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신간]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8.02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축적한 자아의 틀 안에서 살아간다. 대부분은 그 자아의 프레임이 자기 자신을 해치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내면의 목소리에 휘둘려 사회성을 상실할 때가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열여섯 살의 에이자도 내면의 목소리에 스스로 생각의 나선을 그린다. 이 나선은 끝이 없다. 생각할수록 빠져들고 빠져나올 수도 없다. 이 강박증은 ‘감염’에 대한 공포증으로 발현이 된다. 에이자의 내면의 목소리는 접촉을 통해서 발생하는 수많은 감염 증상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이미 감염이 된 것처럼 말함으로써, 에이자가 어떠한 신체적 접촉이나 사회 활동을 하는 걸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심지어는 감염을 막기 위해 손 소독제를 에이자 스스로에게 먹이기도 한다. 

 

평범해 보이는 십대 소녀의 일상은 강박장애와 불안장애로 물들어 있다. 그럼에도 그 삶이 빛나는 것은 주위 사람들 때문이다. 가난해서 에이자가 부러워 질투도 하지만 항상 에이자를 품어 안아주는 데이지와 에이자의 첫사랑이자 생각이 어른스러운 데이비스 피킷, 그리고 일찍 남편이 하늘로 보내고 정신적으로 아픈 에이자가 평범한 여자애로 커 가기만을 바라는 엄마까지. 

이 소설에는 숨 막히는 스릴러도, 인간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냉철한 사유의 궤적도 없다. 그러나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한 소녀의 소박한 첫사랑과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서서히 성장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가슴에 먹먹함이 꽉 들어차게 되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데이비스와 에이자의 첫 만남은 꼬맹이일 때 이뤄진다. 부모 중 한 명이 죽은 가정의 아이들이 만나는 캠프에서 둘은 만난다. 데이비스의 엄마는 병으로, 에이자의 아빠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데이비스 역시 엄마의 향수를 안고 있고, 에이자는 아빠가 남기고 간 유품은 휴대폰과 그가 찍은 휴대폰 카메라를 항상 자신의 차에 싣고 다닐 정도로 큰 애착을 갖고 있다.

다만 남은 부모에 대해서는 각각 표면적으로는 다른 감정을 갖는다. 에이자의 엄마는 참견이 많은 학교 교사이긴 진심으로 아이를 생각하고 에이자도 깊이 엄마를 사랑한다. 이와 달리 데이비스의 아버지는 억만 장자이지만, 이타적인 인물이 아닌 까닭에 소설 속 현재에는 수사기관에 쫓겨서 도망을 다니는 인물로 등장한다. 데이비스 역시 겉으로는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각자 다른 환경, 다른 부모의 영향으로 커 간 두 사람이지만 남겨진 부모와 떠난 부모에 대한 그리움의 깊이는 한결 같다. 만일 에이자의 아빠가 살아 있었다면, 삶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의 정신병이 에이자에게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이 소설을 읽다보면 문득 떠오른다. 그렇기에 엄마가 더욱 감싸고 도는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소설은 부모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아이들의 상실감을 어떠한 가미도 없이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부모는 어떻든 그 존재 자체로 부모이기 때문이다.

저자인 존 그린은 실제로 어린 시절부터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삶을 살았다. 그런 그이기에 이 소설의 창작이 가능했다고 스스로 말한다.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질환에 따른 불안은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인이 앓고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욱 더 와닿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이 소설을 통해 잔잔히 이어진다.

존 그린 지음 / 북폴리오 펴냄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