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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신간]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8.12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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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이름은 그 사람이 건너온 삶의 무늬를 나타낸다.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도 지문이 저마다 다르듯이 이름에 흡착된 생이 남긴 지문은 저마다의 사연을 건넨다.

이름이라 사람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개명이란 부분에 대해 생각해볼 만하다. 이제는 개명이 흔해져서, 우리 주변에도 아는 사람 중에 몇 명은 개명을 한 사람이 분명 있다. 개명의 연령 대도 다양해서 지금은 20대는 물론 60대까지 여러 가지 이유로 개명을 하고 있다. 

개명이란 말 그대로 기존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다른 이름을 갖기를 원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과는 다른 이름을 지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필명을 쓰는 소설가도 그럴 것이다. 특히 소설가는 소설 속 인물들의 이름을 지어야 한다. 

 

“이름 짓기의 욕망은 매번 새롭게 시작하는 소설의 인물들로 옮겨갔다. 조금 과장하면, 주인공에게 어떤 이름을 부여할 것인가, 철수라 부를 것인가, 토마스라 부를 것인가, K라 부를 것인가에 따라 소설의 내용과 형식, 분위기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p202)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소설가 함정임의 고백이다. ‘이름’이 없으면 인간은 서로의 존재를 언제나 느낄 수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걔 있잖아 걔, 매일 얼굴이 어둡고, 빨간 모자 쓰고 다니는 남자얘.”
“아 걔. 철수?”
“맞아, 맞아, 김철수!”

이름이 불리기 전 빨간 모자를 쓰고 다니는 어두운 구석의 남학생은 이름을 찾고서야 비로소 김철수로 인식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넌지시 이름이 갖고 있는 의미를 포착해, 우리에게 던진다.

“이름을 바꾸는 행위, 그것은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 나아가 자신의 뿌리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탐색하는 일이다. 추석 한가위, 친지 가족들이 정형시의 각운처럼, 랩의 라임처럼, 한 글자만 다른 가계의 이름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앉는다.” (p202)

정형시의 각운 같은 친지의 이름, 그 이름의 숲 속에서 애틋함이라는 열매가 자라갈 것이다. 

이 책에서 함정임은 예술에서 사회, 개인의 삶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까지 아우르는 전 영역에 대한 통찰력을 전한다. 때로는 안부인사와 같은 다정함으로, 때로는 치유의 손길을 건네며 우리를 문학의 길로 안내한다.

함정임 지음 / 작가정신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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