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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7기 현장] 필동 '서예광장' 취소... 상가주민 2년의 눈물 “이제 여한 없다”
[민선7기 현장] 필동 '서예광장' 취소... 상가주민 2년의 눈물 “이제 여한 없다”
  • 윤종철 기자
  • 승인 2018.08.23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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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개 상가주민 쫓겨날 판... “소를 위해 대를 희생 강요 말라”
“문 닫게 하겠다” 협박에 위생과 ‘신고’까지 ‘마음고생’
서양호 중구청장 “생존권 침해 공공시설물 짓지 않겠다”

[한강타임즈 윤종철 기자]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갑질’의 폐단은 비단 민간 기업에서만 발생하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공공기관에서의 갑질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개개인의 생존권은 주목받기 힘들다. 무엇이 ‘공공의 이익’인지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역 개발이다. 예컨대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공원을 조성하고 공공주차장도 설치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삶의 터전을 수용당해야 하는 주민의 입장에선 억울하기 그지 없다.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반대 주민과 찬성 주민들의 극렬한 대립, 안타깝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 주민들의 관계가 얽혀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공공기관은 특히 이같은 지역 개발에 신중해야만 하며 비록 공익상 필요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단순 재산권을 넘어 생존권을 침해한다면 다시 한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2월 필동 주민인사회에서 상인들이 필동 서애광장 조성으로 강제 수용 위기에 처한 주민들이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사업전면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필동 주민인사회에서 상인들이 필동 서애광장 조성으로 강제 수용 위기에 처한 주민들이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사업전면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중구 ‘서예광장’ 조성 2년의 대립

서울 중구도 지난 2016년 1동1명소 사업의 일환으로 필동2가 지역에 ‘서예광장’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민들 사이 이같은 분쟁을 발생시켰다.

'서예광장'은 서애 유성룡 고택터가 있었던 서애길을 연결하는 약 95평 규모의 광장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입하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서예 광장이 조성되는 이 지역은 동국대 후문 교차로 삼거리와 CJ 인재원 삼거리, 필동2가 4개 건물이 포함돼 있는 곳으로 이곳에는 10여가구가 상가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상가 주민들은 서예광장이 조성되면서 갑자기 생계 터전에서 아무 대책도 없이 쫓겨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에 해당 상가 건물주와 주민들은 중구청과 구의회,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눈물로 호소했다.

해당 상가는 가족들의 병원비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수용에 따른 손실 보상금 지급을 고려해도 턱 없이 부족한 보상금으로는 생계를 꾸려갈 곳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곳의 수용 보상금은 이주비 일부와 3개월 치 평균 매출을 보상해 주는 것이 전부다.

한 주민은 “유방암 3기인 배우자의 병원비와 아이들을 위해 힘들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오고 있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살라는지 모르겠다.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고 눈물을 짓기도 했다.

다행히 당시 서예광장 조성계획은 그해 11월 구 도시계획위원회가 대상지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건물주, 세입자 등 이해관계인의 구체적 파악 등을 이유로 보류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구의회도 주민들의 ‘생존권’이 지역 관광 활성화라는 ‘공공의 이익’보다 우선한다며 예산 32억원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청은 계속해서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2년여 간 대립해 오고 있다.

“사업 시행 전에 문 닫게 하겠다” 협박도

지난 2년 ‘서예광장’ 조성을 놓고 해당 상가 주민들은 구청과의 대립은 둘째 치고 이해관계가 다른 일부 주민들의 협박과 괴롭힘이 더욱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상가 주민은 “사실 지난 2년 구청과의 싸움이 아니었다”면서 “사업으로 인해 수혜를 받는 일부 주민들이 사업 시행 전에 가게 문을 닫게 하겠다며 협박을 받고 실제로 구청 위생과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사실 서애광장이 조성되면 광장에 포함되는 건물은 수용돼 없어지지만 그 외 주변 건물은 건물 앞에 탁 트인 광장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이에 다른 상가 한 주민도 “그간 구청에 시위도 수없이 해 왔고 구청 직원들이나 구의원들에게 사정도 많이 했다”며 “그러나 그만큼 일부 주민들의 협박과 괴롭힘도 많아져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서양호 중구청장
서양호 중구청장

서양호 구청장 “생존권 침해 심한 공공시설물 짓지 않겠다”

필동 ‘서예광장’ 조성의 분쟁은 민선7기 서양호 구청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일단락 되게 됐다.

서 구청장이 “앞으로 재산권과 주거권이 심한 공공시설물을 짓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서 구청장은 지난 20일 오후2시 마음고생이 심했을 상가 주민들을 불러 이같은 방침을 밝히고 “서예광장 조성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 구청장은 “그동안 개인 재산권을 침해하면서까지 공공시설물을 짓던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며 “앞으로는 구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구민들이 원하는 공공시설물을 건립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에서 건립하는 주민편의시설 등도 공익적 필요성과 개인의 권리 침해 정도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 구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예광장 조성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서양호 중구청장, “박정희 전시관 대신 ‘교육혁신센터’ 만들 것” 기사 참조)

당시 서 구청장은 “일단 어떤 컨텐츠가 있어야 동네가 살지 광장만 있다고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는 서예광장과 같은 하드웨어를 새로 조성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과 갈등 보다는 컨텐츠를 통해 문화나 상권을 살려 나갈 생각이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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