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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늑대의 지혜
[신간] 늑대의 지혜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8.30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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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이 책의 저자는 늑대 전문가이다. 30년 전에는 변호사였으나 적성에 맞지 않는 걸 깨닫고 영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결과, 미국 와이오밍주 엘로스톤 국립공원에서 20여 년을 늑대를 관찰하며 지냈다. 

이 책은 단순한 늑대의 습성에 대한 생태계 보고서가 아니다. 그녀는 이 책에서 늑대의 삶을 ‘철학’한다.

“늑대 덕분에 나는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그래서 사람과 동물 가족에게 가장 큰 고마움을 전한다.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내 꿈을 이루며 살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p285)
 

 

 

야생 늑대는 가족애가 남다르다. 쉽게 생각해서 늑대와 유전적으로 거의 비슷한 반려견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실제로 저자 역시 반려견 덕분에 늑대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사람을 가족이라고 여기면 늘 따르는 반려견처럼, 야생 늑대의 삶은 장난과 사랑이 넘친다. 새끼들은 사랑과 보호를 받는 보물이고, 대우를 받는다. 부모뿐 아니라 이모와 삼촌, 나이 많은 형제자매를 포함해 가족 전체가 새끼를 보살피는데, 사심 없이 이타적이다.

야생 동물에서는 보기 드물게, 늙거나 다친 가족 구성원에게도 동등하게 먹이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세계에선 다치거나 늙은 가족 구성원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판단돼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늑대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단순히 이타심만으로 약자를 보살피는 것은 아니다. 보살핀다기보다 서로 각자의 능력을 존중하는 부분이 크다. 다치거나 늙어도 구성원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이가 많은 늑대일수록 경험이 많기 때문에 먹이의 종류에 따른 약점을 젊은 늑대들에게 알려줄 수 있고, 다친 늑대라 해도 새끼를 보살피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야생에서 이런 강력한 유대는 늑대 무리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늑대는 인간과 가장 비슷한 사회성을 갖고 있다.

사람은 늑대로부터 배울 게 많다. 저자가 소개하는 양육방식을 보자.

“늑대의 양육 방식은 이렇게 작동한다. 어린 늑대들에게 금지되는 것은 없다. 이들은 뭐든지 직접 경험하면서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배운다. 부모 늑대는 자식을 대할 때 친절과 자유 공간의 제한, 함께하는 유쾌함과 한계 사이의 끈을 잘 조정한다.” (p31)

놀라운 것은 양육방식에 있어서 가족 간의 의견 불일치가 없다는 점이다. 인간과 다른 부분이다.

“양육 문제에서 늑대 가족은 삼촌과 이모까지 포함하여 한 가지로 통일된 의견을 갖는다. 양육 규칙은 모두가 지킨다. 예를 들어 한 살배기 늑대가 너무 까불어대는 새끼 늑대를 훈육할 때 어른 늑대는 끼어들지 않는다.” (p31)

노인 문제에 대해서도 늑대는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 늑대 무리에서 노인은 존중을 받는데, 실제로 늙은 늑대가 단 한 마리만 있어도 그 무리가 더 큰 기회를 얻을 확률은 150%라고 한다. 늙은 늑대는 살면서 경쟁자를 자주 만났고 가족 구성원이 싸우다가 죽는 모습도 목격했으며, 스스로 다른 무리의 늑대를 죽인 경험이 있다. 이들은 안다.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싸움에 대해. 그런 전투가 벌어질 거 같으면 미연에 방지해서 무리의 개체수를 최대한 보존하는 역할을 이들 늙은 늑대들이 하는 것이다.

이처럼 늑대의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 할 많은 점들을 전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늑대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에서조차 늑대를 증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저자도 이런 현실을 극히 우려한다.

저자는 말한다.

“늑대에게 다치거나 죽임을 당할 위험은 지극히 낮다. 여러분이 늑대를 두려워하기 전에 자동차를 세워두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늑대보다는 자동차 사고로 다칠 확률이 더 높으니까.” (p227)

통계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유럽에서 늑대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은 9명이라고 한다. 그 중 다섯 명은 광견병에 걸린 늑대에게 물렸고, 스페인 어린이 4명은 늑대에게 먹이를 주는 마을 인근에서 놀다가 변을 당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을 많이 죽이는 스무 종류의 동물 가운데 늑대가 없다는 점이다. 개가 네 번째이고, ‘인간’이 가장 사람을 많이 죽이는 동물로 통계에 기록돼 있다.

사실 야생 늑대들은 인간의 기척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늑대들에게는 인간 역시 적응해야 할 환경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의 이 무의미함, 대수롭지 않음이 아마 늑대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우리는 자연을 대할 때 겸손과 겸허한 마음을 좀 더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스스로 너무 중요하게 여기지 말고 그저 ‘존재’해야 할 때다. 그렇게 한다면 예전 그 어느 때보다도 늑대에게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p221)

엘리 H. 라딩어 지음 / 생각의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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