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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딥 이노베이션
[신간] 딥 이노베이션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9.06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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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잠시 어려운 이야기 좀 해보자.

막스 베버의 관료제는 산업혁명을 통해 대량 생산이 이뤄지면서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관리직급에게 통제권을 부여하기 위해서 형성됐다. 위계 조직으로 대변되는 관료제는 우리나라의 조직문화를 관통하는 기본 조직 체계이다. 우리나라 공무원 제도가 전형적인 관료제이며 군대 또한 관료제 문화가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고, 과거 대부분의 대기업도 상명하복식의 관료제로서 유지가 돼왔다. 우리나라 대부분이 이 관료제 문화에 알게 모르게 깊이 물들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관료제 자체는 조직의 안정성을 기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묻지마식 위계질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그렇다. 당신이 지금 야근을 하면서 이 기사를 보고 가만히 보고 있는 것도 어쩌면 그 관료제의 부작용일 수도 있다. 시킨 일은 다 하고 가야 하는데다가, 찍 소리도 해볼 조직 문화도 안 되니 말이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최근 달라지고 있는 기업 문화의 대부분은 ‘역할 조직’으로 대변된다. 완전한 의미의 역할 조직은 존재할 수 없고 반대로 완전한 의미의 관료제도 있을 수 없지만, 구글 같은 회사가 역할 조직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위계 조직은 위로부터 내려오는 오더를 받아서 하급 직원이 시키는 과업에 대한 할당량을 채우는 대신 그 역할에 대한 독립성과 책임도 주어지지 않는다. 설령 조금 용기를 내어 뭐라도 해보려고 제안을 하면 “에헤이! 어디서 말단이 주제도 모르고 나대. 시키는 대로해!”라는 부장님의 핀잔을 면상에 가득 뒤집어 써야 할 것이다.

역할 조직의 경우에는 통제에 따라 움직이는 아바타가 아니라 창의적으로 스스로 고민하는 직원이 업무의 하급자가 아니라 동반자로서 인정을 받고, 그 과정에서 독립적인 역할과 책임을 부여받는 조직이다. ‘역할’을 맡은 실무자가 ‘책임’을 지기 위해서 실행전략과 방법을 1차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데, 이것은 무시무시한 권한이다. 실무자가 실행전략 자체를 제안하는 것은 과거 관료제에서는 꿈도 못 꿨던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무자 스스로가 권한과 책임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관리자는 조정을 해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통제에서 조정으로 나아가는 게 관리자의 역할 변화이다.

사실 요새 말로 ‘신박한’ 일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구글로 대표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역할 조직의 표본이다. 스스로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고 그 정해진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평가 받고 성과에 반영한다. 남의 눈치는 볼 이유가 없다. 자기 일만 끝나면 언제든지 퇴근을 할 수 있고, 목표에 대한 성과만 달성을 할 수 있다면 한 달 내내 휴가를 가도 눈치를 주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역할 조직이 천국의 빛으로만 반짝이는 건 아니다. 역할 조직이 이뤄지기 위해선 역할 조직을 인정하는 내부 기업 문화는 물론, 역할 조직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실무자들 스스로가 ‘자율성’과 ‘업무에 대한 완전한 이해도’를 가져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저술이 됐다. 주 52시간 근무 도입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고 이제는 조직이 확실하게 변화를 해야 한다는 점을 국가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 시점에 변하지 않는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제도는 강제력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22년 넘게 목표달성과 성과창출에 대해 연구하고 유수 기업과 조직에 ‘성과 내는 법’을 가르쳐온 저자는 혁신을 제안한다. 회의, 결재, 교육, 평가, 보상, 리더십 등 조직 전반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하나하나 속속들이 파헤쳐 비효율과 불합리를 뜯어고치는 방법을 소개한다. 

다만 역할 조직이 ‘100% 완벽한 것’은 아니다. 경영이란 100% 맞는 답이란 게 없기 때문이다. 역할 조직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관료제 및 위계 조직의 안정성이 필요한 조직도 분명 있다. 이 책을 읽을 때 그런 점을 같이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류랑도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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