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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전쟁의 재발견
[신간] 전쟁의 재발견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9.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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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우리가 처음으로 본 죽은 병사는 도로에 쓰러져 있었다. 우리 대포가 그를 뭉개고 사지를 토막 내 진창에 처박았다. 그는 역겨운 핏덩어리가 되어 누워 있었고, 푸른색 군복 쪼가리만이 그곳에서 영웅이 죽었음을 알려주는 유일한 증거가 되었다. 이 광경에서 나는 가슴을 억누르며 울음을 참는 씩씩한 동료들을 많이 보았다.” 

소설이 아니다. 실제 수기이다. 미국 남북전쟁에서 연방군의 어느 병사가 쓴 일기이다. 

링컨의 리더십과 영웅적인 면모가 도드라지는 이 전투의 이면에는 이러한 참혹함이 도사려있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모든 영웅이 탄생하는 모든 전쟁에는 참혹하게 사라져간 이름 모를 병사들이 수없이 많다. 
 

 

이들의 죽음은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 공허하고 순식간에 발생하는 죽음의 순간은 어느새 지나가 나면 ‘애국심’이라는 공공의 이익으로 둔갑해 정치가들이 주술을 외우듯이 사망자의 이름을 소환한다. 

위정자들은, 죽음은 최종적이거나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애국적인 의미를 덧씌워, 기독교적인 희생에 의한 신성한 행위로 각색한다. 용감하게 싸우다 죽은 사망자는 더 좋은 세계로 건너갔다는 식이다. 더 나아가 현세의 저속한 삶에서 해방돼 저승에서 축복을 보상받았다는 서정시도 함께 써내려간다. 그러나 전쟁에서 죽어가는 밑바닥 병사들의 참혹함은 서정시로 각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애국심으로 각색할 수 있는 지점은 서로의 침략자에 맞서 내 조국을 지킬 때나 가능하다. 애초에 숭고함이 없는 싸움에서 죽어나간 병사들은 더 많다.  

이 책 <전쟁의 재발견>은 전쟁에서 쓰러져간 병사들의 끔찍한 장면들이 여과없이 묘사돼 있다. 저자는 “끔찍한 장면들을 묘사하지 않고 폭력에 의한 죽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면서 “이들은 흔히 피를 뒤집어쓰고 비명을 지르며 불쾌한 상황에서 이승을 떠난다”고 전한다.

저자의 말대로 전쟁 후에는 2가지만 나게 된다. 하나는 남을 죽이거나, 또 하나는 자신이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전쟁은 전쟁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애국심’이나 ‘용감함’ ‘숭고함’ 등으로 희석된 수많은 미화된 전쟁을 보면서 여전히 전쟁을 동경하는 잠재의식을 내면에 담고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이 부분을 직시한다. 맞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전쟁은 그저 전쟁일 뿐이다. 한 인간과 그 인간을 아는 자들이 만날 기회를 끊어버리는 것. 그것은 죽을 때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총탄에 맞은 자들이 입에서 내뱉는 말은 ‘조국을 위하여!’가 아니라 가슴이 미어지게 어머니를 찾는 소리였다.” (머리말 中)

이 책은 전쟁터에서 피를 쏟으며 죽어 간 ‘병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제까지의 전쟁사가 문화적이고 지형적인 조건하에서 전략과 전술의 승패를 조망하는 위에서 내려다 본 역사였지만 이 책은 참혹한 전장에서 직접 적군과 싸운 병사들의 처절한 생존과 죽음을 그린 ‘밑에서 본 역사’를 담고 있다.

저자는 고대 전투에서부터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대를 관통하며 전쟁의 참혹성과 그 안에 내재된 병사들의 절규를 통해 각색되고 미화된 전쟁의 신화에 대한 경고를 우리에게 전한다.

마이클 스티븐슨 지음 / 교양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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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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