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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어느 독일인의 삶
[신간] 어느 독일인의 삶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9.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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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의 나치는 끔찍한 일을 자행했다. 현대적 의미로 인권을 유린했다는 고상한 단어로 표현될 정도의 행동이 아니라, 가스실에서 죽은 사람을 녹여 단추를 만들고 비누를 만들었으며, 심심풀이로 내일 죽을 사람을 고르는 게 유일한 낙이었을 정도다. 마치 내일 백숙 재료로 식당에 배달될 닭을 잡는 듯한 느낌. 딱 그 정도였다. 나치에게 살인이란.

그 참혹함의 중심지에 있었던 한 여인이 있다. 브룬히델 폼젤이다. 국가대중계몽선전장관인 요제프 괴베스를 보좌하며 일했던 여성이다. 요제프 괴베스는 나치의 선전선동을 관장했던 인물이다. 히틀러를 신으로 만들고 왜 유대인을 가스실에 몰아서 죽여야 하는지를 소리 높여 외쳤던 사람이다. 그런 ‘괴물’과 함께 일했던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회고를 이어간다.
 

 

“나는 책임이 없어요.”

법률상 책임이란 의사능력이 있으며 그러한 행위로 인해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를 인지한 상태를 말한다. 과연 그녀는 책임능력이 없는 걸까? 그녀는 스스로를 대변한다.

“그건 내 책임이 아니에요.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내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도 없어요. 그건 세상으로부터 나치라고 지목된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어요.”

책임이 없다는 건 무슨 근거일까? 그녀는 말한다.

“나치가 세상을 점령한 이후 그들의 뜻대로 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자기의 삶을 돌아보는 일 외에는 타인의 삶을 돌아볼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았으며, 특히 정보가 차단돼 도저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회고록을 엮은 <어느 독일인의 삶>을 보면 그녀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한 안타까움은 남기고 있다. 나치에 동조했던 그녀가 진단하는 그 원인은 이렇다.

“개인만 바라보는 인간의 욕망은, 타인의 삶을 바라볼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많은 나이를 먹은 지금, 세상이 돌아가는 모든 일과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나치와 함께 일하던 그때는 세계가 꽉 막혀서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전한다. 사회의 문제일까? 개인의 문제일까?

그것을 논하기 전에 우리는 대한민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년들은 정치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 취업을 하기도 어려운 세상에서, 정치 따위에 쏟을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품젤 역시 말했다. 사회적인 출세를 위해서 정치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자신이 모습을 고백한다고. 

그럼에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촛불의 빛에서 그 힘을 봤다.

각성한 촛불의 힘으로 우리는 그간 잘못된 정치 풍토와 사회 관행을 바로잡아 가고 있고, 동시에 패배주의와 비관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개인의 이익에 매몰되어 이성의 눈을 닫는 순간 언제 야만이 다시 우리를 집어삼킬지는 모를 일이다. 그런 면에서 브룬힐데 폼젤의 삶은 깨어 있는 시민 의식이 부족할 때 이기주의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 주는 역사적 교훈이자 경고이다.

브룬힐데 폼젤 지음 / 열린책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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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범석 기자

문화 분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