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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재판으로 본 세계사
[신간] 재판으로 본 세계사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9.17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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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기원전 108년, 로마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카틸리나는 젊은 시절부터 군사적 재능을 보였고, 모든 귀족이 선망하는 집정관 선거에 입후보를 하고자 했다. 그러나 번번이 권력의 정점에서 배제가 된 그는 기원전 63년 10월 28일 자신의 정적이자 화술의 달인인 키케로를 비롯한 정무관들을 암살하고, 로마 시내 관저에 불을 지르고, 투스카나 지방에서 군대가 로마로 진군하는 과정에서 퇴역한 병사와 농민들이 합세하는 순간을 이용해 권좌를 뒤집고자 했다.

그러나 사전에 발각되었고 이때 집정관이었던 키케로는 원로원을 소집하고 카틸리나를 추궁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증언만 있을 뿐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의원들 대부분이 모반행위를 인정하지 않았고, 카틸리나 본인은 회의에 참석해 모반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리하여 11월 7일 밤 로마에 있는 원로원 의원들이 카틸리나를 비롯해 모두 회의장에 모이게 되었다. 키케로는 변호사 출신으로, 웅변술을 발휘해 카틸리나를 공격했다. 현대에도 유명 정치인들의 연설문에 종종 인용이 되는 그의 연설은 시대를 뛰어넘어 전해지고 있다.

“(…) 하지만 이 나라에서 국가에 위해를 가한 시민은 어떤 경우에도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혹은 후세의 질타를 두려워하는가? 훌륭한 조상 덕분이 아니라 너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받은 너를 모든 관직을 두루 거쳐 국가 최고의 정무관으로 세운 로마 인민에게, 만약 사람들의 질타 혹은 어떤 위험 때문에 네 동료 시민들의 안녕을 소홀히 한다면, 그것을 진심 어린 감사라 할 수 있는가?”

공격을 당한 카틸리나는 키케로의 미천한 출신을 오히려 조롱했으나, 카틸리나에 대한 소문이 흉흉하게 돌자 밤 놀래 로마에서 달아났다. 

기원전 63년 12월 5일 원로원은 압도적 다수로 카틸리나의 모반자 5명을 재판 없이 사형시키고, 북으로 간 카틸리나와 임시로 꾸려진 군대 3000명을 토벌하기 위해 3만 명의 병사를 파견했다. 카틸리나와 그 군대는 그곳에서 처절하게 싸웠으나 결국 전멸당하고 말았다.

키케로는 카틸리나는 숙청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자신도 무리수를 둠으로써 스스로 로마를 떠나고 말았다. 기원전 58년, 재판을 거치지 않고 로마시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자는 누구든지 추방을 한다는 결정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한 때 ‘조국의 아버지’라고 칭송 받았던 키케로는 1년간 그리스 북부에서 외롭게 살았다. 

한편 후대의 법학자들은 ‘카틸리나가 정말로 모반을 꾀했고, 재판 없이 죽을 만한 죄를 저질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실제로 승자의 기록에 따르면 카틸리나가 모반죄를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나 실행까지는 나아가기 전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마법은 서양법과 근대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 절차적 정당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따라서 재판 없이 사형을 시켰다는 절차상 하자는 당시 로마인들의 법감정에 크게 반하는 것이었다.

이후 역사의 아이러니는 키케로를 삼킨다. 내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키케로는 기원전 43년 재판 절차도 없이 평민과 장군 안토니우스가 보낸 병사들에게 살해당하고, 그의 머리와 오른손은 꼬챙이에 꿰인 채 광장 한복판에 내걸렸다.

카틸리나 재판은 재판과 절차의 정당성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은 현직 판사가 썼다. 단지 역사 속 재판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법조 실무자의 눈으로 오늘날의 시각에서 재판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교양으로 읽는 독자이든, 현직 법조인이든, 법을 만나고 다루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재판이 사회와 상호관계 속에서 인지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박형남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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